기업사회공헌 시즌 이벤트
"설날 떡국 행사에 대한 변명"
설날을 기준으로 한주간 동안 기업사회공헌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설날 떡국나눔 자원봉사"였다. 일일히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국내 수백개 기업들의 수천명 임직원이 수백 곳의 사회복지시설과 무료급식소에서 떡국과 명절선물을 나누어주었으리라 짐작된다. SPC그룹도 예외없이, 본사가 위치한 양재동지역을 비롯하여 전국 20여개 지역복지시설에서 떡국나눔과 설명절 선물 및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했다. (사진은 지난 2월6일 양재노인종합복지관 설명절 봉사활동 사진)
기업사회공헌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는 분들의 대개 첫마디가 "기업이 때 되면, 김장하고, 연탄나르고, 쌀 나눠주고.. 하는 방식의 묻지마 보여주기식 사회공헌활동은 개선되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오늘은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서 '그렇고 그런 시즌이벤트'에 대한 변명을 좀 해보고자 한다.
김장과 연탄, 쌀.. 떡국이 필요한 곳도 있다.
전략적 기업사회공헌이라는 어마무시한 용어가 여기저기서 난립하는 가운데에도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1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김장을 하고, 연탄을 나르고, 쌀을 나누고, 떡국을 끓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여전히 김장김치와 연탄과 쌀이 필요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작년에 지원하던 것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있다. 더군다나 생활에 필요한 1차원적인 물품의 경우 기업이 지원을 중단하면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기업이 후원해 주는 만큼의 물량을 다른 곳에서 후원 받기란 사실상 매우 힘들다. 언론과 소비자 소문에 매우 민감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복지시설에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을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주요언론에 "이번 명절, 사회복지시설에 온정의 손길이 뚝.. " 이런 기사라도 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업들에 전화가 온다. "이번 명절에 이웃돕기 좀 하시죠"... 전화가 오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들은 이런 기사를 무시하고 명절과 연말연시를 모른척 넘어가기가 사실상 어렵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기업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말은 "돈으로 떼운다" 는 것이다. 실상 기업사회공헌에 있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으로 떼우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금 중에 어차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돈을 일부 떼어서 기부금으로 돌려 이웃돕기성금, 재해구호기금으로 기부하면, 기부금혜택으로 세금공제도 받고, 이웃돕기도 했다는 명분도 산다. 신경쓰지 않고, 기부금 숫자가 적힌 판넬한장 만들어 들고 사진한장 찍으면 된다. 중요한 건 이렇게 돈만 주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현장의 민간단체와 복지시설에서는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부금만 주고 알아서 잘 쓰라고 하니...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사회공헌을 비판하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런 단순 기부금에 대해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 놓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돈만 주는 방식에 대해서 점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일타쌍피..꿩먹고 알먹고 깃털로 장식까지 하기를 바라는 기업의 입장에서 기부금만 떨렁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참여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기업의 비즈니스와 연계해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기업의 속내이다. 그런의미에서 연말연시, 명절시즌에 대규모 인원이 참여 가능한 김장, 연탄나르기, 쌀 나누기, 떡국나누기 등은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많은 임직원 참여가 가능한 행사이며, 언론에서 손쉽게 사진을 실어주는 행사이다. "우리 기업은 성의 없이 돈만 주지 않고, 이렇게 임직원들이 참여해서 정성껏 땀을 흘려 봉사합니다." 라는 티를 내고 싶은 것이 기업의 마음인 것이다.
김장, 연탄, 쌀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김장, 연탄, 쌀, 떡국만 일년에 한번 떨렁 나누고 마는 기업들도 있지만, 사회공헌을 쫌 한다는 기업들은 대부분 김장, 연탄, 쌀 나눔행사의 비중은 전체 비중에 10%도 차지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런 행사는 시즌 이벤트일 뿐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의 예산과 노력이 또 다른 '전략적'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그러나 소위 전략적이라고 부르는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경우, 단시간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시즌 이벤트처럼 많은 임직원이 참여해서 "으쌰~! 으쌰~! 북적, 북적" 하는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기도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예산과 노력이 대부분 소요되는 중장기 기업사회공헌프로젝트는 일반인들이 많이 모른다. 물론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같은 마케팅 광고 비용이 어마 어마 막대하게 들어간 사업의 경우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지만, 그건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한다.
시즌이벤트를 잘 할 수 있는 방법..
어쩔 수 없이 시즌 이벤트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기업 혼자 하려고 애쓰지 말고, 기업이 위치한 지역이나 관련이 있는 지역의 복지기관이나 시설과 같이 손을 잡고 하는 것이 좋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 복지관의 경우 해당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의 사정을 비교적 상세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행사를 통해 지원되는 물품이 중복지원되지 않고, 골고루 배분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행사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 많은 손을 쓰지 않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적어도 행사시점을 기준으로 1개월 이전에는 사전에 협의가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 갑자기 이번 주 금요일에 행사를 하겠다고 월요일에 전화를 하면, 준비할 시간도 없고, 행사를 하기에도 어렵다. 협력할 지역의 복지기관이 선정되면, 어설픈 기업의 경우에는 마치 납품업체 다루듯 "갑"의 입장에서 "을"을 대하듯이 하려고 하는데.. 이러시면 안된다. 물론 복지기관입장에서는 후원자이니까.. 최대한 후원자의 입장을 들어주려고 하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주고도 욕먹는 일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는 행사일정을 수시로 바꾼다든지 (사장님이 꼭 참석해서 사진 한장 찍어 주셔야 되는데.. 사장님 일정이 오락가락 하는지라...) 지원 받으시는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지 않은 채 사전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과 영상을 마구 찍는다든지.. 복지관에 있는 사회복지사 분들을 자기 기업의 직원 다루듯이 막 대한다든지.. 사장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다고, 떡국이 다 불어터지도록 배식을 하지 않고 있다던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복지현장에 있는 분들의 경우 처음 행사를 하는 기업들을 매우 조심스럽고 어려워한다. 어쨌거나 이런 시즌행사를 하는 주된 목적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명절이나 연말연시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넉넉하게 보내시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인데, 오히려 '사진찍기'를 위한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한사람으로 속이 상하고, 복지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죄송할 때가 많다.
기업사회공헌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다음 번 블로그에 올릴 글이지만, 기업사회공헌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시즌이벤트에만 올인하거나 또는 중장기적 프로젝트성 사업에만 올인하지 말고, 사회공헌활동을 효율/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즌이벤트, 임직원자원봉사활동, 단순기부금, 중장기프로젝트 등에 적절히 분산시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연간 사회공헌예산이 1천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경우의 수가 줄어들지만, 적어도 연간 3천만원 이상의 사회공헌예산을 집행한다고 하면,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적절한 포트폴리오 수립이 필요하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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