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읽어야할 책 (3)
- 인터페이스, 파타고니아 -
Mr Yoo가 예언(?)했던데로.. 주요기업의 CSR팀, 사회공헌팀이 CSV팀으로 개명'만'하고 있습니다. 정말.. 진짜로.. CSV의 의미를 안다면 결코 이름만 바꾸는 일은 하지 않을 텐데요...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동안 사회공헌팀을 CSR팀으로 부르는 것 만으로도, 이 업계에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써 부끄러울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CSV 라고 이름을 바꾼다고 하니...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자... 그러면 "Mr Yoo는 어떤 대책이 있는데? 위에서 시키니까.. CSV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어쩔래? 너라면 별 수 있겠냐? 월급쟁이가 까라면 까는 거지.. 우리도 몰라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Mr Yoo.. 너 잘난척만 하지말고 대안을 제시해봐!!" 라고 말씀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책 두권을 준비했습니다. 인테페이스.. 그리고 파타고니아....
이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바닥의 히스토리와 개념설명만 잠깐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수익 중 일부를 사회복지, 문화, 교육 등의 자선사업에 기부(+임직원 사회봉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왔습니다. 그 일을 담당하는 기업내 조직이 사회공헌팀(CSC - Coporate Social Contribution)이나 기업재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오염이 주범인 기업의 사회적책임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2000년대 중반에 한국으로 그 개념이 넘어오면서, 유행에 민감한 몇몇 기업들이 기업사회공헌팀의 이름을 CSR팀으로 '개명'했습니다.
그런데 개명 후 CSR팀은 기업전체의 사회적책임(경제적책임, 윤리적책임, 법적책임, 환경적책임, 지역사회책임, 이해관계자책임 등등등) 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CSR팀 본연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했던 사회공헌업무만 했습니다. 물론 어떤 기업의 CSR 팀은 '지속가능보고서' 같은 그럴듯한 책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책 만드는 외주업체 돈벌어 주는 역할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나 개혁없이 외부에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던 CSR팀은 2013년 작년부터 영어사전에도 없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팀으로 개명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포터(경영전략, 마케팅의 대가)교수가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사회적가치와 기업적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미래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주장하며 CSV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과 하버드를 너무 좋아하시는 몇몇 우리나라 경영학과 교수님들과 (고액연봉)컨설턴트들이 CSV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 처럼 여기저기에 '막' 사용하면서.. 유행에 민감하거나.. 어떤 이유로 인해... 급하게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야 하는 몇몇 기업들이 냉큼 받아들여 CSR팀의 이름을 CSV팀으로 '개명'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돌아가자면 자선사업과 임직원 자원봉사를 담당하던 기업사회공헌팀이 기업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CSV팀이 된 거죠... ^^
찬밥 취급을 받던 기업사회공헌팀이 CSV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으니.. 기쁘게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냐구요? 물론 정말 그렇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그동안 해왔던 행태를 보면.. CSR팀이 이름만 CSR이고 활동은 사회공헌이었던 것 처럼.. CSV팀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왜? 그렇게 비관적이냐구요? 앞으로 CSV팀이 잘하면 되지 않냐구요? ... 그럼요.. 저도 진심으로 CSV팀이 일을 잘해서.. 기업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그래서 오늘 두권의 책을 준비한 것이고... CSV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라는 기업은 미국에서 1970년대에 설립한 카펫제조회사입니다. 일반가정집 카펫은 아니고, 회사 사무실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형식의 카펫을 만드는 회사로 세계 29개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10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입니다. 인터페이스의 창업주인 레이 C. 앤더슨이 직접 쓴 이 책 '인터페이스'는 1998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책입니다. 2004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저는 2012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 제목만 보면,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미국 기업의 신화같은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조금만 더 깊이 보신다면 CSR을 넘어서 CSV를 실현하고 있는 훌륭한 살아있는 롤모델의 이야기입니다. CSV를 이미 1990년 초반에 달성하고 있었다는 말이죠.. 마이클 포터교수도 이미 여러차례 말한 바 있지만.. CSV는 절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면서도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여러기업의 사례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CSV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CSV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개념'이라고 '아는 체' 하는 분들은 이제 쫌 그만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위의 사진은 이 책 155p에 있는 인터페이스사의 비즈니스모델입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존의 모든 기업이 지구자원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폐기하는 것이 결코 사회나 기업을 위해 좋은 것이 아님을 깨달은 인터페이스 창업주 레이 C 앤더슨이 1990년대부터 기업 비즈니스모델을 지구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폐기물 0에 도전하는 모델로 바꾸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 그림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CSV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회공헌팀을 CSV팀으로 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어야 합니다.
CSV를 잘하기 위해서는 CSV업무를 사회공헌팀(혹은 사회공헌업무를 하면서 껍데기만 CSR팀)에게 팀 이름만 바꾸어서 '좋은 아이디어 함 내봐!' 하고 억지로 시키는 PR용 '아이템' 적 접근이 아니라... CSV업무는 회사전체의 미래전략, 경영전략, 구조조정, 신사업 등을 담당하는 핵심부서들이 맡아서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시스템, 기업비즈니스모델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장기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건 마치 삼성전자가 TV, 냉장고를 만들 던 백색가전 회사에서 반도체, 스마트폰을 만드는 IT회사로 전환하는 것 만큼 중요하고 엄청난 일입니다. 자선사업하고 봉사활동 프로그램짜던 사회공헌부서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고, 만들어낸 상품도 중요하다 -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라는 기업은 아웃도어웨어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한국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죠.. 미국 LA인근의 벤츄라라는 도시에서 1973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전문등산장비를 만들던 쉬나드장비회사의 자회사로 설립되었지만.. 아웃도어웨어의 열풍을 타고 모기업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내에서 CSR의 대명사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소비자에게 절약을 가르친다.
○ 신제품 보다 중고품 구입을 권한다.
○ 100% 유기농 소재만을 사용한다.
○ 입던 옷을 아들에게 물려주라고 광고한다.
○ 적자가 나도 매출(순이익이 아니고..)의 1%를 기부한다.
○ 직원이 아이들과 함께 출근한다.
(미국 최초로 회사내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탄력근무제와 부모 모두의 육아휴가를 제공)
○ 어려운 상황에서는 소유주와 경영자, 임원의 급여부터 먼저 줄인다.
(우리나라 어떤 기업들은 현장 근로자부터 짜름...)
○ 협력회사 직원들이 쾌적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 어떤 기업들은 협력회사 납품단가를 늘 후려치고 있습니다.)
○ 지역 NGO들과 협력하여 지속적인 환경운동을 함께 실천한다.
(우리나라 어떤 기업들은 NGO들을 사회공헌활동 대행사 '쯤'으로 여기고 '갑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을 읽어보면 CSR,CSV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부분에는 CSR, CSV 실천을 위한 체크리스트까지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실천하는 기업사회공헌, CSR, CSV는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사람들에게 PR하는 부분만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부터, 생산, 유통, 판매, AS, 수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사회적책임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이 지구환경도 보호하고, 자원도 절약하며, 직원들에게 넉넉한 급여와 복지혜택도 제공하고, 수익도 일정부분 지역 NGO에게 기부하며, 임직원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지뢰' 라고 한다면 그 기업은 책임있는 기업이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그 기업이 휘발유를 아주 적게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어 대기오염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그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을 과다사용하고,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근로자들이 오염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복지혜택을 주지 않으며, 경영자가 회사의 공금을 자기 마음대로 사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회사도 책임있는 기업이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CSC), 사회적책임(CSR), 공유가치 창출(CSV)은 이벤트와 아이템, PR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영활동 그 자체입니다.
기업에서 사회공헌, CSR, CSV 업무를 맡고 계시는 여러분에게 이 책 두권을 권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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