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CSR담당자가 알아두면 좋을
우리회사 평판관리
기업사회공헌이 회사의 평판을 좋게 할까요?
얼마 전 대학원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다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업들은 왜 CSR을 하나요?" ... 제 대답은 "다른 기업들도 다 하니까요.." 였습니다. 질문을 한 학우는 CSR을 기업사회공헌정도의 의미로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질문을 바꾸어.. "기업들은 왜 사회공헌을 하나요?" 라고 물었어도 .. 제 대답은 "우리 회사랑 비슷한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하고 있으니까요.." 라고 했을 겁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좋은 평판을 위해서입니다. 우리회사랑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이 다들 기업사회공헌을 하니까.. 우리도 안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남들은 다 하는데 우리회사만 사회공헌을 안하면 이기적인 기업, 욕심쟁이 기업으로 평판이 나빠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게 되면,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호감을 사게 되고.. 임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져..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임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되면 상품과 서비스가 좋아지니까... 고객들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되고.. 따라서, 매출이 상승하게 되고, 매출이 상승하게 되면 이윤이 늘고... 기업사회공헌에 좀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되고.. 그리고.. 그것이 다시 고객과 임직원의 호감을 사게되고.... 이렇게 되는 것이 기업들이 원하는 '기업사회공헌의 선순환' 효과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래 그림과 같은 기업사회공헌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사회공헌활동에 적잖은 자원을 투입합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그럴듯 해보이는 기업사회공헌의 선순환 효과에는 중요한 '변수' 가 있습니다. 그 변수는 바로 기업사회공헌외에 다른 CSR의 요소들 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평소에 준법경영, 윤리경영, 인권경영, 친환경경영, 소비자보호경영 등 기업사회공헌외에 CSR의 다른 요소들도 잘 지켜가며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은 이 모든 것이 시너지효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좋은 기업, 존경할 만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평판이 점점더 좋아지지만... 평소에 CSR의 요소들을 무시한 채, 법을 어기고, 오너와 임직원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고,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권과 노동권을 무시하고,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기업은 아무리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잘하고 많이해도.. 사람들은 그 기업을 나쁜 기업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오히려... 나쁜 일들을 가리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한다고... 욕을 먹기 십상이며... 평판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세상... 기자들의 입만 막으면 끝나는 세상이 아니다.
스마트 폰이 거의 모든 국민들의 손에 들려있는 지금... 기업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평판이 단 몇분, 단 몇시간만에 무너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기업 홍보팀, 대외 협력팀 직원들이 언론사 기자들, 방송사 PD들과 시시때때로 만나서 밥먹고, 술먹고, 골프치러 다니고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회사에 부정적인 이슈가 밖에 들어나지 않도록 입막음을 하고... 혹시라도 보도가 되면.. 후속보도를 막기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 이제는 언론사도 많아졌지만... 온 국민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든 이슈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대*항공의 땅콩회항사건도 최초로 알려진 건 SNS를 통해서였습니다.
즉, 이제는 부정적 이슈를 억지로 막는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홍보팀, 대외협력팀 직원들이 점심, 저녁, 주말을 가리지 않고 기자와 PD들에게 밥과 술을 사고 있지만... 밥과 술과 골프의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기업의 한쪽면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전후사방 위아래와 기업의 내부사정까지 공유되고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우리는 최근 몇건의 사건을 통해 기업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부정적 이슈를 억지로 덮고 가리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와 즉각적인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깨달은 것은... 기업의 평판관리는 기업 밖에서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일 대*항공이 평소에 임직원들에게 정말 좋은 기업.. 내 아들,딸에게도 입사를 권하고 싶은 기업.. 오너와 경영자로부터 임직원들이 인정과 배려를 충분히 받고 있는 기업이었다고 했다면... 기내에서 만취상태의 회장님 따님이 술주정을 좀 부렸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유업이 평소에 대리점 사장님들을 비즈니스파트너로 인식하고, 배려와 인정을 통해 서로 상생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왔더라면, 일개 영업사원의 거친 언행은 내부에서 조용히.. 그 사원 한명.. 집에 가는 일로 간단히 끝났을 지도 모릅니다. 상처가 곪으면 언젠가는 밖으로 터지게 마련이고.. 그게 밖으로 터지지 않고 안으로 썩어들어가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갈 수 있습니다.
사람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아니라.. 기업도 내부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좋은 기업이 되고, 그 다음 고객들에게 좋은 기업이 되고.. 그것을 다 이룬 다음에 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을 해도 결코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쓴 평판경영 실무서..
매일경제 김대영기자(중소기업부장)가 쓴 "평판이 전부다"는 기자입장에서 기업을 바라보며 쓴 책입니다. 즉... 기업에서 언론을 통해 평판관리를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원칙과 실무적인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CSR과 홍보, 사회공헌 업무를 겸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꼭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보업무를 맡고 있지 않더라도 CSR이나 사회공헌담당자들이... 기업의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평소에 CSR이나 사회공헌을 통해 어떻게 우리회사의 평판관리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학자가 쓴 평판경영 이론서...
스위스 IMD경영대학원 로사 전(Rosa Chun.. 아마도 한국분..?)교수님이 쓰신 '평판을 경영하라'의 핵심은 내부고객.. 즉 임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 임직원들이 충성심과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이.. 평판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CSR과 GWP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CSR과 GWP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잘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기업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맡은 분들이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CSR과 사회공헌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 CSR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 있다면... 'CSR+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집중해 보십시오... 향후 찾는 기업도 많고 해야 할 역할도 많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경영과 경영전략.. 그리고 CSR과 기업사회공헌을 공부하면 할수록... 회사원으로 하루하루 경력이 쌓여가면 갈수록 깨닫는 것은 기업도 사람과 같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기업도 존재하지 않고... 사람이 늘 20대와 같은 아름다운 청춘을 유지할 수 없듯이.. 기업도 영원히 전성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멋지고 젠틀해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추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듯이.. 기업도 외부로 보이는 것과 내부의 속사정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하루 하루 깨달아 갑니다.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으니.. 기업도 완벽할 수 없고... 사람의 특성과 장단점을 고스란히 기업이 가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사람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알게 모르게 많은 노력을 합니다. 아주 오랜시간.. 평생을 통해 쌓아 올린 좋은 평판이 어느 한 순간의 실수와 잘못으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회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조심하는 방법 밖엔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에서 기업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회공헌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사슬(Value Chain :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생산하고 유통하고 판매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의 모든 과정에서 CSR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CSR 담당자만의 업무가 아니라... 말단 신입직원에서 오너에 이르는 모든 기업의 구성원들이 실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은 매출과 기업의 규모만 세계1위가 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류의 삶과 문화, 문명의 진보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그런 수준의 기업이 되어야만 합니다. 정말 어렵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인생을 걸고 노력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대한 일의 중심에 사회공헌담당자, CSR 담당자들이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모두들 화이팅!! 저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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