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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과 CSR... 시민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by Mr Yoo 2016. 10. 2.



기업사회공헌과 CSR... 시민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마약왕의 자선사업...


근래 몇 주 동안 짬짬히 미드를 좀 봤습니다. 나르코스라는 드라마로.. 1980년대 세계전역에 마약(필로폰)을 공급했던 콜롬비아 출신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의 실화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그는 전성기때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산만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35조... 1989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7번째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마약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많은 살인과 테러, 폭력과 범죄를 저지르고 개인적으로 엄청난 사치를 누렸지만... 그는 그의 고향이자 비즈니스의 주무대였던 콜롬비아 메데인에서는 자상한 사업가, 메데인의 천사, 빈곤한 사람들의 영웅으로 불릴만큼 자선사업에 힘썼다는 점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콜롬비아 사람들을 위해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축구장을 건설하고, 유소년 축구클럽을 후원했으며, 지역 빈민들을 위해 공공주택을 짓고, 마약 비즈니스를 위장하기 위한 기업체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기초생계비지원제도의 개념이 없었던 그 당시 현금을 빈민들에게 그냥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그의 어머니를 위해 성당도 짓고, 선교헌금, 구제헌금도 많이 냈습니다. 콜롬비아에서는 아직도 그를 영웅시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드라마,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 에스코바가 주최한 축구대회 기념사진 -



법을 어겨 번 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마약왕 에스코바르의 사례는 정말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좀더 일상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법을 어겨 번 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나 기업오너가 범법행위를 하거나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반드시 뒤 따라오는 것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기자회견입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클릭

 


렇게 만들어진 공익재단이 지난 10여년 동안 꽤 됩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요즘 부정적 이슈가 많은 L그룹과 D그룹도 최근 문화재단을 설립하였습니다. 법을 어기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번 돈을, 법에 걸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으면, 그냥 있다가... 발각되면, 그제서야, 그중에 아주 일부분을 떼어내어 자선사업, 사회공헌 사업에 쓴다고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폭스바겐.. 옥시..


배출가스의 환경오염물질이 실제보다 적게 포함되었다고 조작하여 자동차를 판 세계 2위 자동차기업 폭스바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하여 수년동안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수백명의 피해자들을 모른채 하다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이제서야 머리를 숙인 세계적인 가정용품 화학기업 옥시...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회공헌사업을 그 업계에서 아주 잘 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회사들이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나 CSR보고서를 보면... '멋지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각종 사회공헌, 자선사업, 후원사업을 잘 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홍보되는 자료에는 CSR, 사회공헌사업을 어마무지하게 잘 하고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일상적으로 법을 어기고 있거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거나,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정당한 노동권과 인권을 억압하고 있거나, 엄연한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오너나 고위 임원들이 회사의 자산과 이익을 마치 개인의 것으로 여겨, 마음대로 사용하는 배임과 횡령의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는 일일히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기업들이 궁금하면... 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김민조/21세기북스/2012년), 기업은 저절로 착해지지 않는다(이보인/청년정신/2012),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프랑크 비베/열린책들/2014).. 이 책들만 읽어보셔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기업들의 뒷모습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는 속담은 쓰지 말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과를 내세요!!..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지...!!.. 착한 거짓말은 좀 하면서 일해도 됩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거지.. 그렇게 까다롭게 따지면 일을 어떻게 합니까!!"..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10년 넘게 월급받고 살면서.. 조직으로부터 일상적으로 듣는 말들입니다.


회사는 돈과 성과를 내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런 이기적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저와 같은 사회공헌담당자는 병아리 오줌만큼 '찔끔' 주는 사회공헌예산으로 "우리회사는 참 좋은 회사예요.. 참 좋은 기업이거든요.. 이렇게 좋은 일도 한답니다" 라며 책임지지도 못할 말들과 일들을 벌이고 다닙니다. 이럴 때 마다.. 자괘감이 듭니다. 속이 아프고, 신물이 넘어옵니다. 내시경 검사를 할때마다 위와 십이지장에 염증이 자꾸 늘어납니다. 두통약과 위장약이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겠냐구요? 결국 너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구요? 너도 한통속이지.. 별 수 있겠냐구요? 네..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얼마전에는 한 대학생으로부터 "블로그에서는 좋은 말씀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 회사내에서 윗사람들에게 블로그에서 하는 말을 다 하시나요?" 라는 질문이 담긴 메일이 왔습니다. 당연히... 다 하지 못합니다.. 비겁하고, 옹졸합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인터넷에서는 무지하게 잘난 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둘 땐 그만두더라도.. 기업사회공헌, CSR이 기업경영, 비즈니스와 분리되지 않고..하나로 되어가는 모습.. 그런 분위기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이 될 때까지는 위장약, 두통약 먹으며 좀 버텨볼려고 합니다.    




기업도 사람과 같다..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다르지 않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와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왜..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공부 잘하는 학원친구가 있는데... 학원 선생님들과 여자애들 앞에선 좋은 말만 쓰고, 발표도 잘하고, 친구들한테 잘해주는 척 하는데.. 선생님들과 여자애들이 없는 자리에선 말끝마다 욕이고... 자기보다 약한 애들 괴롭히고.. 다른 친구들 숙제 뺏어서 못쓰게 만들고.. 정말 못되게 구는데... 그 친구의 그런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들과 여자애들이 믿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다른 애들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중인격자라고.. 책에서 본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다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친구들이 자라서... 이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정의롭고,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고 도덕적, 윤리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라... 정의로운 척 하면서 뒤에서는 편법을 쓰고, 정직한 척 하면서 남을 속이고, 남을 배려하는 척 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그런 사람들이, 최고 권력자가 되고, 고위 공무원이 되고, 정치가가 되고,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성공한 기업의 오너가 되는 그런 세상입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척, 정직한 척, 공정한 척,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척... 하는 사람들을 정의로운 사람, 정직한 사람, 공정한 사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금방 알죠... '그런 척' 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 사람이 권력이 높고, 가진 돈이 많더라도 그 사람을 존경하거나 그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사람과 같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의롭지 않게, 법을 어기며, 비윤리적으로,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고혈을 짜가며.. 그렇게 억지스럽게 번 돈을 기업사회공헌, 자선사업에 아무리 많이 써 본다 한들.... 그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 그런 상 주는 언론사에 수억, 수천만원 협찬해서 '존경받는 기업 상'..'기업사회공헌 대상'.. 이런거 받지 말고... 기업경영 자체를 올바르게 하면 됩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기업의 오너가 있습니다.

    


시민과 소비자들이 유일한 희망이다.


이상적인.. 뜬 구름 잡는 이야기하지말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보다는 1970년대의 기업경영이 좀더 건전해졌고... 1970년대 보다는 1990년대... 그리고 1990년대 보다는 지금이 좀더 기업들이 투명해지고... 건전해졌습니다. 이게 다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변화가 더 빨라졌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에서는 '바르게 하는 척' 하는 기업.. '사회공헌만' 잘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게 다... 인터넷과 SNS의 발전 덕분이죠... 그리고 그 인터넷과 SNS 뒤에... 바른 생각을 통해 옳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시민들과 소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공헌과 기업경영을 별개로 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제점은 최근들어 SNS의 발달 등으로 점차 속속들이 까발려지고 있습니다. SNS가 없을 때에는 기업 홍보팀이나 대외협력팀에서 주요 방송사, 신문사들에 평소에 로비(광고 잘 내주고) 잘하고.. PD, 기자들 술 사주고, 밥 사주고, 골프장 데려가고 해서.. 입막음하면 되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김영란법도 시행이 되었으니... 점점 기업들은 '착한 척' 하기가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문제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아모레퍼시픽 치약성분문제도... 모두 시민과 소비자들의 정의롭고 자발적인 감시활동.. 그리고 인터넷과 SNS을 통한 공개, 공유, 확산이 있었기 때문에 이슈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사회에 좋은 기업, 바른 기업들이 많이 생기기 위해서는 시민과 소비자들의 감시활동이 거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언론을 믿을 수 있을까요? 또한.. 기업 내부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목에 개목걸이가 달려있어.. 짓어봐야 시끄럽다고 주인에게 맞기만 합니다. 자기의 목과 밥줄을 내놓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시민과 소비자들의 정의로운 기업감시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저... 잘 부탁드리겠다는 말씀 밖에 드리지 못함을 깊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요즘 우리사회에 하도 뒤숭숭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아서.. 머리와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가을엔 좀 차분하게 지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감기 조심하십시오...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행사와 남용으로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책을 뺀 나머지 이미지는 구글에서 구글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