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과 CSR... 진보 혹은 보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입장차이...
아버지+딸 박대통령의 골수팬을 자처하는 직장상사와 세월호 노란리본을 여전히 블로그와 페이스북 대문에 걸어 놓고 있는 저는 기업사회공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정반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상사는 기업사회공헌의 목적은 '우리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뜻을 해석하면.. '우리 사회공헌팀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떤 유익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하고, 어떤 사회공헌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를 결정할 때.. 이 사업이 우리회사에 득이 되는 사업이면 하고, 별 상관이 없거나.. 득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상사의 의견에 반해.. 저는 '기업사회공헌이 자원을 출연하는 기업.. 그 자체에게도 단기적으로 유익이 되어야 하겠지만, 좀더 큰 그림을 그리고 기업이 속한 사회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그 사회에 속한 우리기업도 함께 좋아지게 되므로.. 우리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거나.. 단기적인 유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이고, 우리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의 주장에 대해, 상사는 '회사의 자원은 유한하고, 현재의 경영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자원을 돈을 버는 쪽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돈을 쓰는 사회공헌팀은 최대한 자원을 아끼고...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돈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단기적으로 회사에 유익이 되는 사회공헌사업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회사가 경영사정이 어려운데.. 사회공헌에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라고 반박합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에 단기적으로 유익이 되는 사회공헌사업'만' 할 것이냐.. 단기적으로 회사에 유익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회사가 속한 사회에 유익이 되는 사회공헌사업'도' 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차이와 갈등입니다.
잠깐 여담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기업의 자선사업(미국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기업사회공헌에 대해 기업의 자선사업이라고 합니다)이나 CSR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평소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면, 기업은 그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 개인이나 그가 최고 경영자로 일할 당시 애플은 자선사업이나 CSR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애플의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기업 '폭스콘(Foxconn)'은 2010년 한해동안 수십명의 직원이 회사 기숙사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14명이 사망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유명한 기업이며, 당연히 CSR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기업입니다. 이러한 폭스콘의 문제에 대해 애플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 미국을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를 설명한 그림-
(정보는 아름답다.데이비드 맥캔들리.생각과 느낌)
보수적인 기업사회공헌... 진보적인 CSR..?
얼마 전 대학원 수업시간에 이런 논쟁이 잠깐 있었습니다. 어떤 나이 지긋한 학우가 이렇게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이라는 것이.. 전부 기업을 홍보하거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정말 사회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사회공헌은 말만 사회공헌이지.. 진짜는 기업을 위한 공헌이라고 해야 맞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사회공헌은 상당히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 그 강의실에 있던 대부분의 학우들이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그 학우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학우님의 문제제기에 기업사회공헌실무자의 입장에 있는 저도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재벌이나 대기업이 기업운영과 비즈니스에서 단기적 경영성과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비윤리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그것을 무마하고 희석하기 위해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공헌사업에 쓰고, 그것을 뻥튀기해서 홍보하는 행위는 학우님께서 말씀하신데로... 사회공헌사업이라기 보다는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과 부를 유지하고 지키기위해 사회공헌을 도구로 사용하면, 기업사회공헌은 일정부분 보수적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 논쟁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잠깐 동안의 논쟁으로 기업사회공헌이 보수냐..진보냐? 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이, 원래.. 시대와 상황, 상대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우리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워낙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데다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왜곡되어 해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이미지는 데이비드 맥캔들리가 쓴 '정보는 아름답다' 라는 책에 나온 미국의 좌,우파의 특성을 그림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미국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지만...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림이 작아서 잘 안보이기 때문에 주요항목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참조 : Findhappy.net )
# 기본 사상
- 출처 : Findhappy.net -
그렇다면, 기업의 이익의 아주 일부분을 자선사업(복지,교육,문화,예술,환경 등)에 사용하는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범위를 벗어나.. 기업의 비즈니스와 경영의 전체과정에 사회적 책임의 개념을 적용하거나 통합한 CSR은 진보적 개념이라고 봐야 할까요? 저는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이 진보나 보수냐를 따지는 것은 학부 1,2학년 수준의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기업사회공헌이나 CSR...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란이라고 봅니다.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도구일 뿐....
저는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도구와 연장을 공동체의 공생과 평화를 위해 사용하느냐.. 타인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구의 이데올로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에드워드의 책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에 나오는 기업들의 자선사업은 기존의 대기업들의 경제권력, 독점권, 개별 기업의 이익 최우선주의, 오너나 주주의 이익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사용됩니다. 이렇게 사용된 기업의 자선사업을 '진보적이다' 라고 부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mysc에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한 따끈 따끈한 책 B Corporation 에 나오는 기업들은 기업'만'의 이익을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구와 사회, 공동체를 좀더 살기좋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경영과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기업들입니다. 즉, 기업의 자선사업과 CSR을 진보주의 관점에서 공동체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자선사업과 CSR을 '보수적이다' 라고 부르기엔 좀 안맞습니다.
약간 진보적인 사회공헌담당자가 보수적인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진보적인 성향인 NGO나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하다가 경력직으로 기업에 사회공헌 또는 CSR 담당자로 입사한 분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에서 일하다가 조선이나 중앙일보에서 일하려고 하니... 복장이 터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입사할 때 그곳에 조선이나 중앙일보인지 몰랐다는 점이죠...
저는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읽지만 조선이나 중앙일보도 함께 읽습니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와 결제를 받아야 하는 상사들이 조선과 중앙일보를 읽기 때문에... 상사와 최고 경영자를 설득해서 제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좀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사와 최고 경영자의 시각으로.. 입맛에 맞게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진보는 무조건 옳고, 보수는 무조건 나쁘다... 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영희 선생님께서도 늘 '새는 좌우의 양 날개로 난다' 고 말씀하셨고, 신영복 선생님도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사회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킨다' 고 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약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제가 보수적인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로 살아남고.. 직장에서 제 업무를 통해 진보의 좋은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좋은 가치들도 인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포용력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보수가 될 수 도 있고, 진보가 될 수 도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가을 하늘이 무척 푸릅니다. 태풍 차바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과 조금이나마 힘과 보탬이 되기 위해..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구글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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