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과 기업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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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돈 걷고 문체부 초고속허가.. 미르, K스포츠 판박이 ☞ 클릭 기사원문바로가기>
참.. 어이가 없는 일....
작년 여름부터 전경련과 관련된 이야기가 돌았고.. 재단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그리고 거기 입사했던 어떤 사회공헌담당자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지만..... 기사로 확인하고 나서.. 결국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세계적인 불경기와 저성장기조로 인해 기업의 자체 사회공헌활동들은 점점 위축되고,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의 큰손이었던 기업들이 이렇게 계속 정부(?.. 또는 최고 권력자)에게 '삥'을 뜯기는 상황이라면.. 점점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십수년을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살아오면서, 기업에서 사회공헌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수많은 외부의 요청들 중에 99.99%는 담당자 선에서 거절해야만 하는 현실에 얼마나 무력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지를 뼈가 저리게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일은 참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사단법인 2개와 복지법인 2개를 직접 설립해서 운영해 보았고, 십수개가 넘는 기업공익재단의 설립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수고로운 과정인지를.. 그리고... 허가절차에서 관련부서 담당자와의 실랑이를 얼마나 오래동안 지겹게 겪어야 하는지(수년전.. 중앙부처의 법인 설립허가를 받기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몇개월 동안 수십번 오가고, 설립서류를 열댓번 퇴짜 맞고.. 결국 비싼 밥, 술 사주고 실무자의 도장을 받아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말 정말 잘아는 사람으로써... 미르와 K스포츠의 재단설립과 허가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으며.. 허가를 내주는 실무자가 아닌... 윗선의 강력한 지시가 반드시 있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점 또한 참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이러니... 요즘 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설립하려고 하면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문화체육관광부만 찾아가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체부 담당부서의 책임자와 실무자는 쪽 팔린 줄 알아야 합니다.
정경유착(政經癒着)과 기업사회공헌...
정부나 권력자의 입김에 의해 기업사회공헌이 움직인 예는 이번 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쁘다고 비판만 할 일도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 역사와 기록을 봐도... 고대중국, 로마제국, 중세유럽, 근대 미국, 우리의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나라에 전쟁이나 재해, 큰 흉사(凶事)나 큰 토목, 건축일이 일어났을 때 국가나 임금이 부자나 상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라일에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일을 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의해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한 일이 여러번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남북교류가 한창 활성화되었던 시절에는 대북지원사업을 여러번 했습니다. 옷도 보내고, 감자도 보내고, 젖소도 보내고... 이런 얘기를 하면.. '종북좌빨'을 외치는 어르신들은 '그런 지원들이 지금의 핵미사일을 만들게 했다' 고 목에 핏대를 세우겠지만... 꼬맹이들 옷과 감자와 젖소가 핵미사일의 재료가 된다는 얘기는 못들어봤습니다. 그당시 기업들이 대북지원사업을 할때도 지원하는 돈과 물품이 군사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많은 고민과 방법을 동원했고.. 나름 전달체계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저도 북한을 몇차례 다녀왔고, 평양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다른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를 만나 평양냉면을 먹으며... 대북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토론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명박정부시절에는 정부정책이 그린에너지와 사회적기업, 서민소액대출을 기업사회공헌의 방향으로 밀었습니다. 4대강 삽질이라는 지워지지 않을 못된 흔적을 남겼지만.. 기업들은 그린에너지를 실현하기 위해, 사옥과 공장과 매장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기도 하고,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효율성도 없는 곳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아시다시피.. 기업사회공헌의 아주 핫한 아이템이 되기도 해서... 어지간한 기업들은 사회적기업이 뭔지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심지어 존재의미가 별로 없는 계열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서민소액대출사업은 '미소금융'으로 난리법석을 떨더니... 결국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소액대출사업과 우리나라의 경제, 금융시스템이 적합한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채.. 권력자가 하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없이 한것이죠.... 금융사들만 돈 날리고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번 정부는 뭐냐?
이번 정부에 들어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방향성을 제시한 건 없습니다. 실제로 기업사회공헌을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단.. 기업들 '돈'에만 관심이 있어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기업들에게 지역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하나씩 만들라고 해서.. 하고는 있는데... 창조라는 것이 '센터' 만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거든요.... 제가 몇군데 센터를 가보고.. 한달전에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 가서.. 부스마다들려 자료도 받고.. 꼼꼼히 서너시간 살펴보았는데.... 그렇게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서 거둔 성과가 그 정도면... 일반 기업에서라고 한다면... 벌써 짤렸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센터마다 편차가 큽니다. 나름 좋은 성과를 내는 곳도 있었습니다.
딴지일보 삽화
특별히 잘보일 필요는 없지만...
기업입장에서 정부와 권력자에게 특별히 '잘보이기' 위해서 '난리법석'을 떠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기업총수가 감옥에 있거나.. 특정한 규제로 인해 기업비즈니스가 망해간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으로 양으로 애를 쓰겠지만.. 최고 권력자의 재임기간에 비해 기업의 수명은 더 길고 오래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또한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여야..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보다는 양쪽 모두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에게 '밉보일' 경우.. 한순간에 훅하고 기업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십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기업들은 최고 권력자의 삥 뜯기에 모른척 할 수 만은 없습니다. 특별히 잘보일 필요는 없지만... 밉보여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정말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업의 '삥'을 뜯어서 사용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게 있겠습니까... 오히려 기업의 사회공헌을 활성화 한다는 측면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업사회공헌을 활용하고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 자신의 권력유지와 사적인 관계, 퇴임 후 자리를 위해 '삥'을 뜯는 건.... 이건 나쁘고 아주 고약한 일이죠....
현재까지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 하는 일 없이 돈만 뜯어 갔는데... 정말 우리나라 한류문화발전과 스포츠발전에 기여하는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돈을 뜯고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하는 일도 어처구니 없다면... 정말.. 욕 밖에 안나올 겁니다. 에이~~XX..!!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담주에 또 뵙겠습니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땡큐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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