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CSR 유럽투어 후기(1)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잘 다녀왔습니다.
2015년에 이어 두번째 CSR 유럽투어를 9박10일(9.8~17)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첫번째 투어는 처음이어서 긴장도 많이했고, 낯선 장소와 시간, 언어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많이 없었는데, 확실히 두번째는 여유가 조금 있었습니다. 자세한 방문후기는 다음 주 부터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일정소개만 간단히 하고 마치겠습니다.
이번 투어에 함께한 사람은 모두 여덟명으로 김세경국장(중부재단), 김정임부장(올림푸스코리아), 김재인대리(FNC), 김태완차장(카카오), 조정은부장(CJ CGV), 유명훈대표(KOREA CSR), 하윤지(노팅엄대학교 경영대학원).. 그리고, 저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를 바꾸고 활용할 때 가장 큰 사회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좁고(!) 길었던 12시간 비행을 마친 후 9월8일 금요일 오후 런던에 도착한 우리는 피로도 풀고 시차적응을 하느라 주말에는 휴식겸 런던시내를 걸어다녔습니다. 일행 모두가 가장 만족한 곳은 '더 리젠츠 파크' ,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더 하이드 파크' 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런던의 멋진 공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9월11일 월요일, 첫번째 공식방문기관은 옥스팜 인터내셔널이었습니다.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옥스포드에 위치한 옥스팜에서 기업과 NPO가 어떻게 협력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때 전쟁난민을 돕기위해 설립된 국제구호단체로 영국에서 기업들과 가장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기도 합니다.
옥스팜의 기업협력담당 매니저는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는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을 선호하지만, 실제 비영리단체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과 목표와 관련된 기업들과 그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옥스팜은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옥스팜 방문과 관련하여 특별히 감사드릴 분이 있습니다. 옥스팜 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신명씨입니다. 그녀는 영국에서 국제개발을 공부하고 인턴을 거쳐 옥스팜에서 7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 덕분에 옥스팜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관련팀을 만날 수 있었으며, 더 바디샵의 CSR 매니저와의 만남도 주선해주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CSR 브랜딩과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9월12일 화요일.. 시차적응이 되기 시작한 우리가 찾은 곳은 '디아지오' ..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회사입니다. 조니워커, 기네스, 스미노프, 베일리스, J&B, 캡틴모건, 수정방 등의 NO 1.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디아지오에서는 CSR과 지속가능경영, 그리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을 활용하여 어떻게 브랜딩과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왔습니다. 역시 세계 1위는 괜히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지역개발.. 기업과 함께 꾸준히 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디아지오 방문 후 우리는 도시재생사업의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런던의 헤커니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1982년부터 지역주민들과 함께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HCD를 찾아, 그동안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특히 지역의 주요 기업인 UBS와 함께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주민들을 위한 직업 교육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 멘토링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NPO와 기업의 성공적인 협력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비판이 아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빠른 변화를 이끌어 낸다.
9월13일 오전, 한국에서는 아직 사회적 공론화가 시작도 되지 않은 LGBT 이슈를 다루고 있는 세계적인 단체, Stonewall을 찾았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불편없이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스톤월은 기업과의 협력에 있어서도,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어떻게 성소수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스톤월의 기업협력 매니저도 옥스팜의 기업협력 매니저와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으로 기업의 비즈니스보다 효율, 효과적인 것은 없다. 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사회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에서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업이 CSR을 실행하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지속가능경영과 CSR계의 원조격인 회사 '더 바디샵' 과의 만남이었습니다. 1976년 아니타 로딕에 의해 설립된 더 바디샵은 기존의 화장품 업계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광고하고 판매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 환경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 사망 후, 로레알에 인수되어 과연 바디샵의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걱정과 염려가 많았지만, 그래도 고군분투(孤軍奮鬪)의 과정을 거친 후 최근에는 브라질의 화장품기업에 인수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되었습니다.
더 바디샵의 CSR 매니저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CSR의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고 명확한 명분이 있다면 외부환경 변화에 의연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업이 CSR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에 대해 CSR 담당자들은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런던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9월13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왔습니다. 영국기업들만 보면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지속가능경영과 CSR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행하고 있는지를 알기위해 스위스 기업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지속가능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스위스하면 알프스와 요들송도 생각나지만, 은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고객의 비밀과 자산의 안전을 최고 수준으로 보장하는 은행들이 스위스에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위스 은행들 중에 킹왕짱은 UBS입니다.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기도 합니다. UBS의 CSR 매니저는 독일식 영어로 "UBS는 지속가능비즈니스 영역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30%이상의 투자상품이 지속가능비즈니스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것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은 그 누구보다 경제에 대한 전망과 비즈니스 변화에 대해 빠르고 민감한 곳입니다. UBS와 같은 세계적 은행이 지속가능비즈니스에 투자를 늘려간다는 것은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네슬레..
이번 투어에서 스위스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CSV의 원조라고 하는 네슬레를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위스의 수도 제네바에서 열차로 1시간 거리의 작은 산촌도시 브붸에 자리잡고 있는 네슬레는..... 안타깝게도 우리와의 미팅을 허락하지 않아서 찾아가지 않을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그래고 일단 가보는 것으로 하고, 본사에 방문해서 자료도 얻어오고, 구내 매장에서 초콜렛 쇼핑도 하고 근처에 있는 네슬레 홍보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네슬레 홍보관을 방문하면서 네슬레의 CSR 담당자가 우리와 만나주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네슬레 홍보관에 CSR에 대한 컨텐츠가 놀라울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었고,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CSR 담당자를 직접 만났더라도 이 이상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 같은 9박10일의 일정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일정내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무엇일까'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하고 정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주 부터 차근차근 한 기업, 한 기관씩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년 후 세번째 CSR 유럽투어를 준비하면서 말이죠..
블로그 찾아주셔서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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