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과 동물복지
※ 주의 : 이번 블로그는 혐오스런 사진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옥자와 계란살충제 파동...
영화 '옥자'를 본 지인의 페이스 북에 "당분간 고기를 먹지 못하겠다"라는 포스팅을 얼마 전에 보았습니다. 동물의 복지따위는 전혀 개념치 않는 공장식축산의 문제는 실상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저처럼 축산업을 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풍경입니다. 깔끔하고 보기좋게 포장되어 마트의 축산코너에 가지런히 정렬된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만 보고 자란 도시 사람들이 영화 옥자가 아니라 도시외곽의 공장식 축산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당분간이 아니라 평생 고기나 계란을 먹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CSR과 동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공장식 축산은 환경오염의 지름길
우리나라를 비롯해 땅이 좁은 나라에서 위의 사진과 같은 공장식 케이지(Cage)방식의 축산업은 매우 일반적입니다. 땅이 넓고 싸서 이런 공장식 설비를 하는 것 보다 방목해서 기르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드는 호주, 미국에서는 좀 다르지만, 빠른 시간내에 많은 양의 계란과 고기를 얻어야 하는 현대식 축산에서는 공장식 축산이 가장 효율, 효과적이라고 가르치고 실제 그렇게 축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공장식 케이지 방식의 축산은 감옥과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 동물을 단기간에 속성으로 키우기 때문에 동물의 건강과 면역력을 떨어뜨려 이번 살충제 계란파동이나 매년 찾아오는 소와 돼지 구제역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수시로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많은 양의 동물 배설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토양과 수질, 대기오염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시골에 축(畜)사나 돈(豚)사 인근에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인근 200~300m 이내는 사람 살만한 곳이 못됩니다. 악취와 모기, 파리, 땅위로 흐르는 오물들... 특히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살처분을 하는데 도시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가축들을 땅에 생매장합니다. 생매장한 동물로 인한 토양, 지하수 오염은 전혀 대책이 없습니다. 비닐로 몇겹 둘러싸기는 하는데, 결국 그것이 터지면 속수무책입니다.
최근 JTBC에서 제주도의 동물축사 폐수에 대한 뉴스를 보도 하기도 했습니다. ☞ 바로보기 클릭
지금의 공장식 축산은 CSR 관점, 지속가능경영관점, 환경경영관점..어느면에서 보더라도 올바른 방식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소비가 곧 동물학대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지는 소, 돼지, 닭도 성장환경이 학대인 것이 분명하지만 , 위에 사진에 나오는 오리와 거위는 동물학대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러분이 겨울이 입고 있는 오리털, 거위털 자켓과 덮고 자는 오리털, 거위털 이불은 대부분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에서 털을 뽑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생으로 잡아뽑아 가발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프랑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별미인 '푸아그라'는 거위의 간으로 만드는데 거위의 간을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 위의 사진과 같이 억지로 기름진 모이를 먹입니다. 중국음식인 '샥스핀'은 상어지느러미로 만드는데 대부분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어린 상어들을 남획하여 배위에서 지느러미만 자르고나서 살아있는 채로 바다에 버립니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들은 어떻게 될까요?
거위털, 오리털 자켓, 이불.. 푸아그라, 샥스핀.. 이런 제품과 음식들은 소비가 곧 동물학대, 학살에 해당합니다.
잘 모르는 동물학대..동물 실험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학대를 하지말자고 외치는 동물애호가 본인들도 잘 모르고 소비를 통해 동물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품이나 화장품의 경우 대부분 생체안전실험을 동물에게 합니다. 실험용 쥐가 가장 대표적이고 토끼, 개, 원숭이, 돼지 등이 동물실험에 많이 사용됩니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경우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NGO들로 부터 오래동안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좀 감쇄시켜 볼려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성 유기농 원료만 사용하는 화장품회사 '바디샾'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만... 오히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회사는 없다.
최근 몇년동안 한국에서 인기리에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캐나다 구스'의 경우 살아있는 거위의 깃털을 뽑지 않고 자연적으로 땅에 떨어진 깃털만을 하나씩 손으로 주어만들기 때문에 동물복지에 신경 쓴 브랜드이고 비싼 값에 살만하다.. 라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캐나다에서는 위에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야생 코요테와 너구리를 남획하여 가죽과 털로 제품과 옷을 만들기도 하고, 손으로 주운 거위 털의 공급이 부족하자 중국에서 살아있는 거위에서 잡아 뜯은 거위털을 수입해 일부 사용하는 바람에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동물복지도 CSR, 기업사회공헌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먹고 살기도 바쁘고 힘든데 동물복지를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의 사고와 판단이 확대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어서 힘든데,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이나 노동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는가' 란 생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이란 우리나라, 우리기업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실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동시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방식의 CSR이고 지속가능경영입니다.
인간은 환경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환경과 생태계가 오염되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오염, 지하수오염, 공기오염, 해충발생의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나와 상관없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싸고 편리한 소비를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방식,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방식의 축산과 동물실험, 동물학대는 결국 그 화살이 사람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동물 애호와 기업사회공헌, CSR
동물 애호는 기업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져다 줍니다. 청와대마저 대통령이 바뀌면 '퍼스트 독, 퍼스트 캣' 을 홍보합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호감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코카콜라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상징하는 북극곰을 마케팅의 마스코트로 사용하며, 북극곰을 보호하는 환경재단을 만들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베네통의 경우 동물 모피와 가죽사용을 최소화하는 제품제조를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기업으로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다운 제품에 재생 오리털, 거위털을 주로 사용하고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에서 뽑은 깃털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국내 몇몇기업들은 임직원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유기견, 유기동물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 감수성은 기업의 브랜딩 전략의 하나로 이미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물은 지구안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환경과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인간의 이기적 소비를 위해 함부로 키우고, 학대하고, 죽인다면 그 결과는 환경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기업은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 파괴하지 않는 방식의 축산업을 개발, 발전시켜야 하며, 영향의 범위와 한계를 알 수 없는 유전자 조작과 실험을 하지 않고 약품과 화장품을 개발하는 신기술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동물과 생태계, 환경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방식의 신기술개발과 산업의 발전을 이루는 기업이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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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강원도 제 고향 외가 마을도 외지에서 온 축산업자의 공장식 축사때문에 겨우 3년만에 한 마을 전체가 사람 살기 어려운 마을이 되어 버렸습니다. 땅과 지하수, 개울이 오염되고 몰려든 해충 때문에 환경 친화적으로 키우던 다른 집들의 소와 돼지들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얼마전 문제를 일으킨 축산업자는 축사를 폐쇄하고 마을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오염과 문제는 언제 해결, 회복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음 주는 영국 런던에서 블로그를 올리겠습니다. 9월8일~16일까지 영국 런던, 옥스포드, 스위스 제네바, 취리히로 두번째 CSR 유럽투어를 다녀옵니다. 여행후기 기대해 주십시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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