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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에서 CSR로 첫걸음_ 인권경영_아동노동

by Mr Yoo 2018. 1. 13.




기업사회공헌에서 CSR로 첫걸음


인권경영 _아동노동



지난 주에 이어...


지난 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올해는 ISO26000의 7가지 핵심주제인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보호, 지역사회공헌, 조직과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기업사회공헌에서 CSR로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이 블로그의 큰 흐름으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매월 1주차에는 개념과 이론적 체계, 2주차에는 사례, 3주차에는 관련 도서와 논문소개, 4주차에는 이달의 글로벌 CSR 뉴스, 5주차에는 CSR실무자 인터뷰 또는 Q&A를 실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지난 주 '인권경영의 개념과 이론(1편)'에 이어 CSR 실무자라면 상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아동노동문제와 사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아동노동, 인종(민족)차별, 성차별은 인권경영의 글로벌 3대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에만 관심 있는 우리의 아동인권 수준..


아이들의 인권과 노동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저 또한 늘 반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우리사회의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과 보호 수준은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 멀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동학대와 방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만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문제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내 아이, 우리 이웃의 아는 아이들이 아니면 관심이 없습니다.


만일 우리나라 모 기업이 인신매매를 통해 아이들을 강제로 가두고 노예처럼 일을 시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그런 일이 발각되면 온 나라가 난리가 날겁니다. 그 회사는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와 불매운동에 시달릴 것이고 인터넷과 SNS에는 그 기업의 오너와 관계자들에 대한 신상털기와 욕설, 비방이 넘쳐날 것이며,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앞다투어 현장을 방문하느라 소동을 떨 것이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거창하게 열 것입니다. 덩달아 TV와 신문에서는 아동노동근절과 관련된 특집 방송과 기사를 엄청나게 쏟아 낼 것입니다. 당연히 마트에서는 그 기업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게 될 것이며 따라서 곧 그 기업은 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어떤 기업이 아이들에게 노예처럼 노동을 시켜 만든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렇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인터넷에서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수입을 금지하거나 마트에서 제품을 빼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실제 현재 상황이 그러니까요.. 




스포츠 용품과 아동노동..


오늘 블로그의 첫번째 사진은 CSR과 관련된 강의와 사례소개에 늘 붙박이로 등장하는 1996년 미국 라이프 잡지의 나이키 하청업체 아동노동문제 관련 기사입니다. 당시 나이키는 '파키스탄 아동노동 문제는 나이키만의 문제가 아니며, 더구나 해당 사건은 나이키가 일으킨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의 또 다른 하청업체가 일으킨 문제이기 때문에 나이키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수천개나 되는 모든 생산 협력 업체를 관리 감독하기는 어렵다' 고 발뺌했다가 더 큰 욕을 먹고 오랜기간 불매 운동에 시달렸습니다.


실상 아동노동의 문제는 나이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오른쪽 아동이 만들고 있는 축구공은 아디다스의 것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 용품은 아시아와 남미의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고 수만개의 2차, 3차 하청업체로 내려갈 수록 노동환경의 열악성과 아동노동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1996년 라이프의 보도 이후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규정을 만들고 실질적인 현장실사와 더불어 아동노동이 발견되면 즉각 협력업체의 관계를 끊는 방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같은 글로벌 대표 브랜드의 아동노동문제는 기업자체의 강력한 실행과 소비자,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감시활동으로 어느정도 해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키나 아디다스 정도의 기업규모와 역량을 가지지 못한 나머지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들은 여전히 알게 모르게 아동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국제인권단체들이 FIFA(세계축구연맹)를 비롯한 국제스포츠단체에 아동노동이 적발된 기업의 제품을 국제, 국내의 모든 스포츠 경기에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원칙을 세우고 실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스포츠단체들은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권장하겠지만, 개별 국가의 국내 경기나 인권 문제에 개입하기도 어렵고 권고의 강제력을 갖기도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콜릿과 아동노동..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곧 다가올 발렌타인데이에 엄청나게 팔릴 '초콜릿'은 대표적인 아동노동문제와 관련된 제품입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재배지가 대부분 북서부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릴때 부터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영세농가의 아이들이 집안일을 돕고 있는 차원을 넘어 분쟁지역에서는 난민 아동들을 납치해 카카오 농장에 파는 인신매매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회사이자 카카오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위스의 네슬레의 경우 1970년대 부터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문제에 대한 비판을 강력히 받아왔습니다. 1990년대까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2000년대에 이르러 국제인권과 CSR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네슬레는 아래 그림과 같이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내부 정책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 모니터링을 시작하였으며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슬레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100% 완벽하게 아동노동을 근절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 시민단체들의 현장조사 결과이며, 네슬레 이외의 기업들의 경우 카카오 농장에서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 그리고 생산단계에서 여전히 아동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제과업계의 경우 아동노동근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모니터링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초콜릿과 관련된 아동노동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2016년에 발간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을 읽어 보시면 됩니다. 이책은 초콜릿 뿐만 아니라 아동노동문제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담겨 있습니다.




식탁의 아동노동..


식탁에서도 아동노동문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칵테일 냉동새우' 입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냉동가공새우의 대부분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새우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손이 작은 아이들이 가공 과정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일부는 인신매매에 의해 강제로 끌려와 작업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아이들은 최근 민족 분쟁이 발생한 미얀마 난민출신들이 많다고 합니다.





손가락 위의 아동노동..


여성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작고 반짝이는 그것' 이라고 하던데, 저는 형편상 아내에게 이 선물을 해주진 못했습니다. 조사주체와 통계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략 전세계에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40% 이상이 아동노동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유통되는 아프리카산 다이아몬드는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 아이들이 채굴한 다이아몬드라고 합니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은 업체가 영세하고 장비가 열악해서 덩치가 작은 아이들이 손으로 갱도를 만들고 망치로 돌을 부수어 채굴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한 아동인권단체의 현장 조사에서는 6살 아이들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물통만 가지고 어두운 갱도내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작고 반짝이는 선물은 결국 아프리카 아이들의 피눈물(Blood Diamonds)입니다.





스마트 폰의 아동노동..


깨어 있는 내내 우리의 눈과 손을 떠나지 않는 스마트 폰, PC, TV의 경우도 아동노동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첨단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의 원재료가 되는 탄탈륨, 주석, 텅스텐, 금은 '분쟁광물' 이라고 하여, 주로 내전과 부족간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중부아프리카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광물질을 캐내는 광산들은 앞서 소개한 다이아몬드 광산과 동일한 아동노동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광산 수입은 무기를 구입하는 데에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에 불안정한 지역상황을 점점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개별 사치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사면 그만이지만, 광물질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가전제품기업들은 국제적으로 협약을 맺고 분쟁지역의 광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작은 부품을 만들고 있는 영세한 3차, 4차 하청업체들이나, 작은 가전업체들의 경우 싼 가격 때문에 분쟁광물인 줄 알면서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옷과 아동노동..


아동노동과 분리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산업분야가 섬유와 의류산업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섬유인 면화의 경우 'Duty Cotton' 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아동노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면화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면화농장에서는 영세 농가의 아이들이 면화 수확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섬유가공 기업들도 이 지역의 면화를 수입해서 사용하다가 나이키와 아동인권단체의 모니터링에 적발되어 나이키와 납품거래가 끊기는 일이 최근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면화를 수확하는 일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의 섬유, 의류업체들에선 아동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을 아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입고 있는 대부분의 옷들이 아동들의 고사리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의류업체의 경우 수십만개의 영세 하청업체가 국제적으로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얽혀있는 상황이라 단순히 최종 가공업체가 아동노동문제를 해소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2013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노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1억6천8백만명, 이중 강제 노동과 폭력, 학대, 성적 폭행을 당하고 있는 노예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8천5백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현장 전문가들이 ILO의 조사가 일부 문제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데다가 현장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보고 있으며, 조사되지 못한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보호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인권과 노동분야의 전문가들은 아동노동문제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자선사업형태의 도움만 가지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으며 아동노동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지역의 경제수준이 올라가고 정치적, 사회적, 법적 안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외부의 국제기구나 NGO 등에서 조정하거나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나름 인식있는 기업들은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 또는 NGO와 협력하여 생산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일부 글로벌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소, 영세기업들은 아동노동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물론 산업별 국제협회들이 힘을 모아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아동노동이 발각된 기업을 해당 업계에서 퇴출 시키는 방안을 일부 실천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협회와 기업의 눈과 손이 미치는 않는 영세한 지역 업체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입니다.  


아동노동문제에 대한 해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날이 갈 수록 국가간 지역간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지역내 분쟁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국제상황에서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아이들은 돈벌이 수단과 희생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이 나선다고 해서 절대 해결되지 않을 아동노동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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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어둡고 무거운 글을 써서 좀 그렇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바로 이 아동노동문제입니다. ....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