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CSR 핫 이슈
아르콘..기업사회공헌의 두얼굴
올해 Mr Yoo의 블로그는 매월 마지막 주에 그달에 있었던 기업사회공헌 또는 CSR분야의 핫 이슈 중 한두개를 골라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달의 CSR 핫이슈'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번 1월의 핫 이슈는 '아르콘' 입니다. 블로그 글을 읽기전에 먼저 아래 한겨레 21기사 두 건을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기사를 먼저 읽어야 오늘 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21 .. 아르콘 사익추구
1. 한겨레 21 1월 8일 특집기사 '착한 사업, 나쁜 거래?' (클릭 ☞ 바로가기)
2. 한겨레 21 1월 15일 '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 (클릭 ☞ 바로가기)
저는 이 기사가 보도 된 후 아르콘을 알고 있거나 함께 사업을 했던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인들의 반응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모른체(또는 설마했던)하고 있었던 일이 이제서야 터졌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여러측면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만, 제 관점에서 보면 크게 세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동구로부터 공공부지를 무상으로 지원받았다는 '특혜' 문제, 둘째, 2년간 213억5천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비을 집행하면서 과정과 결산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문제, 셋째, 사업비의 일부분이 아르콘 허인정대표의 사익을 추구하는데 쓰여졌다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들을 하나씩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공공부지 무상임대 특혜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되었고 성동구 담당자들이 징계를 받았을 만큼 분명 '특혜'가 맞다고 봅니다. 저 또한 정부나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과 사회공헌협력사업을 여러차례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공공기관이 토지나 공간 등을 이렇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서울시 관공서내에 유휴(사용하지 않고 있는)공간을 활용하여 장애인 베이커리&카페를 설치, 운영, 지원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서울시와 구청들은 공간구성상 아무런 쓰임새도 없는 계단 아래 짜투리 공간도 칼같이 면적을 계산해서 임대료를 산정하고 받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사회공헌사업인데 서울시와 구청에서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면 좋겠다고 수차례 건의하고 협의했지만, 서울시나 구청에서는 그렇게 되면 '특혜' 시비가 있기 때문에, 내부 규정대로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규정대로 임대료를 내고 사업을 했습니다.
이번 경우 무상으로 임대해주기로 결정한 성동구 실무 관리자들(과연 구청장이 아닌 실무 관리자들 선에서 이런 특별한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도 특혜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아르콘은 자신들의 사업으로 인해 구청 담당자들은 징계를 받았는데 일말의 책임감이나 유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둘째, 불투명한 예산사용문제입니다. 이 건은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 먼저, 사업비를 기부한 롯데면세점측도 어설프게 일을 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큰 기부금을 집행하면서 예산사용에 대한 투명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아무런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않았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한 아르콘의 실무역량을 제대로 검증했는지도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150억짜리 비즈니스 계약건이라면 이렇게 했을까 싶습니다. 제 생각엔 롯데면세점측이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느낌이 들고, 이런 큰 사회공헌프로젝트를 해 본 경험도, 실무역량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예산사용 문제는 당연히 아르콘의 책임이 훨씬 더 큽니다. 한겨레 21의 인터뷰를 보면 '예산증빙이 한 트럭이 넘어서 제출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르콘은 비영리공익법인입니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재무회계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재무회계규칙에 따라 실시간으로 예산처리를 꼼꼼히 했으면 증빙제출에 '트럭씩'이나 필요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같이 회계프로그램이 잘되어있는 상황에서 150억이 아니라, 1,500억을 썼다 하더라도 회계증빙이 한 트럭이 넘어서 제출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르콘이 공익법인 재무회계규칙을 잘 몰라서 회계관리업무를 미숙하게 처리했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증빙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규정에 따라 예산관리를 정상적으로 하고 투명하게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제3자를 포함한 누구에게든 떳떳하게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공익사업으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가장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심각한 부분입니다. 또한 다들 의심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아르콘 및 허인정대표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공익사업을 하면서 비정상적인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와의 상호 자금흐름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저는 2년전 우연찮은 기회로 아르콘에서 각기 다른 기업 두곳에 제안한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의심할 정도로 두 건 모두 '상식적' 이지 않았습니다. 기업사회공헌 실무자의 실무 경험으로 볼때 사업비가 굉장히 많이 부풀려져 있었고, 그 부풀려진 사업비의 대부분이 아르콘과 관련된 페이퍼 컴퍼니로 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때 그 기업들의 실무자들에게 '이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는 비정상적이다. 솔직히 말해 이정도면 '사기' 다. 세부적인 예산 산출근거가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문료, 인건비, 임대료를 비롯한 예산의 상당부분을 충분히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알다시피 허인정대표는 조선일보 기자였고, 모 기업의 사회공헌 실무책임자였고, 조선일보 공익세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이끌어간 사람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친분도, 사석에서 만난적도 없지만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여러 행사에서 마주친 허인정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바른소리를 서슴지 않는 멋지고 존경할 만한 그런 선배의 모습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아주 절친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 여러명이 좋아하기도 하고 끈끈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좋아하고 존경할 만한 선배가 '사익을 위해 공익사업을 도구로 사용했다' 는 점이 쉽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 기사를 접한 주변 지인은 '사회적기업이 공간을 임대해야 한다고 하면 향후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인해) 임대료 상승때문에 사업 지속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허인정대표와 대표의 가족명의 건물에 입주 또는 임대하여 사용하게 되면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적기업을 꾸려갈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겠느냐'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혹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아니라 더 나은 더 투명하고 더 정당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대표인 공익법인이 받은 기부금을 본인과 가족 명의의 사업체 수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은 기업으로 치면 '악성 내부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같아선 기업에서 조차도 공정거래 이슈 때문에 매우 조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비영리라고 왜 가난해야 하느냐. 공기업 대표들은 수억원 연봉을 받고, 대기업이 사회공헌 용역을 맡길 때도 컨설팅 회사에는 거액을 주지 않느냐?' 라는 허인정 대표의 기사 속 답변은 평소에 알고 있었던 스마트했던 그분이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답변입니다. 아르콘은 비영리 공익법인이지 공기업이나 영리를 추구하는 사회공헌 컨설팅회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 또한 공익사업을 하는 우리사회의 많은 분들이 일한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알다시피 공익시민단체, 복지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사업을 '목적이 아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지인은 미국이나 유럽의 공익단체대표들은 백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허인정대표를 두둔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NPO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NGO, NPO의 위상과 운영형편은 우리나라보다 몇단계 발전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액의 연봉을 받는 NGO, NPO의 대표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나 기업오너가 설립한 극소수 NGO, NPO의 대표들이지 아르콘과 같이 외부 기부금을 받는 곳들의 대표들은 절대다수가 영리기업들보다 훨씬 열악한 처우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르콘처럼 대표는 고액연봉을 받고 실무자는 최저 임금을 받는 구조는 더더욱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했다고 하더라도 공익법인의 대표라면 기부금이 대표 본인의 사업체 수익으로 들어가는 일은 애당초 생각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업구조 자체를 그렇게 기획하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고 하면 이건 다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아르콘의 사업방식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 할 수 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법은 가장 낮은 수준의 사회적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안전망에 불과합니다. 높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법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 라는 식의 사고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영리 공익법인을 설립하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법보다 더 높고 엄중한 수준의 사회윤리적 기준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의 두 얼굴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 일하다 보면 절망스러울 때가 있는데 기업사회공헌의 귀중한 자원이 허투루 쓰일 때가 참 많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과 K 스포츠재단에 국내 주요기업들이 수십억원씩 삥을 뜯겼고, 조*일보를 주축으로 설립된 통일희망나눔재단에도 꽤 많은 기업의 돈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조*일보라는 배경과 고위층의 요청만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외에도 어처구니 없는 많은 일들에 기업의 사회공헌예산이 지금도 줄줄 세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실무자들이 아무리 실무선에서 '이 사업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해도, 윗선에서 '잔말말고 후원해!' 라고 하면 버틸 힘이 없습니다. 그러기 싫으면 사표쓰고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정말 필요한 곳, 반드시 우리 회사가 해야 할 사회공헌사업도 '이거 홍보가 안되는 사업이잖아, 회장님이 별로 관심없는 사업이잖아' 라며 윗선에서 결재를 해주지 않으면 단 1원도 쓸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현실입니다.
이번 아르콘 사례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잘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아르콘에게 후원한 기업들은 사업 수행 주체의 진정성이나 실무역량을 꼼꼼히 살피기보다는 아르콘 허인정 대표의 배경과 명성만 보고 그 큰 돈을 맡겼습니다. 아르콘은 대기업 사회공헌의 바로 그 실체와 허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영리하게 잘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아르콘으로부터 기업재단설립자문을 받았던 어떤 기업의 실무자는 며칠전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회사가 공익재단을 만들때 아르콘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사회복지재단보다는 문화재단을 만들라구요. 사회복지재단은 설립하기도 어렵고 주무관청의 관리감독도 까다로운데 문화재단은 설립하기도 쉽고 주무관청이 관리감독도 거의 안하고 까다롭지 않다고 말이예요" .
또 한명의 사회공헌실무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는데 아직 아르콘과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무 반응이 없잖아요. 상식적이라면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그동안 사업했던 것을 철저히 돌아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잖아요. 이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거죠. 이번 건이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게 되면,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기업사회공헌판이 정말 사익을 추구하는 막장이 될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예요"
저도 이번 사건이 은근슬쩍 그냥 넘어갈 것 같아 큰 걱정입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아르콘이 기업사회공헌 바닥에서 계속 승승장구한다면 .. 제2, 제3의 아르콘이 생겨날 것이고,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은 사익을 추구하는 장사판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두렵습니다.
아래는 아르콘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된 한겨레 21 보도에 대한 반박문입니다. 제기된 주요 문제에 대한 핵심응답들이 빠져있고 초점을 흐리는 반박문입니다. 모쪼록 이 사건이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계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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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다른 지인은 "팀장님이 아르콘에 관한 블로그 글을 쓴다고 해도 누가 알아주겠어요. 아르콘이 콧방귀나 뀔 것 같아요.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을 겁니다. 이 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잊혀질겁니다" 라고 했습니다.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냥 모른척 지나갈 수 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기업사회공헌영역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를..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이상주의자니까요.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제 마음도 무척 춥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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