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lanced CSR & ESG

CSR_ 두번째 파도가 밀려오는가?

by Mr Yoo 2018. 5. 20.



CSR_두번째 파도가 밀려오는가?


바다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차창을 열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다보면 바다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데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한번쯤 경험해 보신 분들이 있을겁니다. 이 비릿한 바다향이 점점 강해지는 순간 검고 푸른 바다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나고, 조금 더 가까이 가다보면 파도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바다가, 파도가 멀지 않았다는 그런 느낌.. 요즘 우리나라 CSR바닥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10년전 첫번째 파도...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김대중대통령의 국민의 정부(1998~2003)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2003~2008)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이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김대중정부가 단행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1999년 제정, IMF로 인한 대량실업과 가정해체가 주요원인)등 여러 사회복지정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설립(1998년) 등 사회공헌관련 NGO지원정책은 당시 주요 언론의 호응에 힘입어 대기업 사회공헌을 활성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노무현정부로 이어져 기업사회공헌의 노하우가 기업내에 축적되기 시작했고 '진정성' 이라는 '동기' 중심에서 비즈니스와의 연관성, 그리고 홍보성을 중시하는 '과정' 중심의 전략적 사회공헌으로 변화 또는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유럽과 미국에서 크게 붐이 일어난 환경경영, 지속가능경영, CSR이라는 새로운 (기업의 차별화 전략)개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과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을 통해 들어오면서 국내 기업들도 CSR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들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30대 중반이었던 그 때를 돌아보면... CSR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이 이걸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사회공헌, CSR 실무자들이 기업과 사회에서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환상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2005년, 2006년, 2007년이 우리나라 CSR의 태동기이자 첫번째 황금기(파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암흑기 9년...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듯이... 기업사회공헌과 CSR이 우리 기업들과 사회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는 이명박, 박근혜라는 준법성, 사회성, 윤리성, 도덕성이 매우 결여된 두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9년간의 깜깜한 터널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9년의 암흑기를 지나는 동안 기업사회공헌은 전략성을 지나 효과성으로 넘어가는 발전과정을 아예 포기하고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정부의 뒷돈을 대주기 위한 홍보와 정권유지의 도구로 퇴보했으며, "사회적" 과 "책임"이라는 두 단어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두 대통령 덕분(?)에 CSR부서는 지속가능보고서'만' 만들어내는 부서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터널을 나온 CSR의 행방...


깜깜한 터널 속을 헤매던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촛불과 광장 덕분(!!!!)에 다시 햇볕을 보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비친 눈부신 햇살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엉거주춤하던 2017년을 지나, 문재인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과 CSR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 갈 수 있을까요? 




대통령이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제시하는 방향은 전문적이거나 섬세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기는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100대 정책과제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작년 말 국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고 지원하겠다는 '산업발전법 개정안'도 통과되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하는 "지속가능경영 지원센터"도 세워질 예정입니다(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센터 꼴이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문재인대통령이 제시한 CSR의 방향은 준법, 윤리, 책임경영입니다. 아직 환경경영에 대한 그림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의 의지가 매우 커 보입니다.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이 며칠전 JTBC 뉴스룸에 나와 손석희 앵커와 마주보고 "삼성의 지배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삼성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저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동안 CSR 실무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오가던 바로 그 이야기를 방송에서 듣게 되다니... 하고 말입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국내기업의 CSR은 지배구조, 즉 오너와 최고 경영자의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자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가 오너의 거수기 역할 밖에 못하는 현재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에서 CSR에 대해 오너가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없는 이상 CSR을 실무자 수준에서 제대로 실천하기란 완벽히 불가능합니다. CSR은 물(책임이라는 것의 본성)과 같아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고 상류에서 똥물을 계속 흘러보내면 하류에서 아무리 잘 정화를 해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면에서 문재인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거버넌스에 대한 강력한 개혁의지는 '이제는 진짜 CSR을 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은 이미 10년을 앞서고 있다.


우리가 암흑기 9년을 보내는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CSR은 이미 뒤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 나갔습니다. 개별 기업 뿐만 아니라 기업이 속한 시장과 시장의 규제와 제도가 상상이상의 속도로 CSR을 전략화하고 비즈니스와 결합했습니다. 2017년 부터 EU시장이 500인 이상의 기업들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평가를 의무화했고,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사업과 환경경영에 엄청나게 급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또한 동남아시아 금융의 중심인 싱가포르 증권거래소는 상장사 모두에게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미디어 캠페인을 주요 도구로 마케팅과 PR 영역에서 사회공헌을 펼치던 나이키, 코카콜라, 유니레버, 네슬레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2020년을 바라보며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환경경영, 공정거래를 완벽히 하나로 결합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사회공헌과 CSR 실천방식은  '전략' 영역을 넘어서 '혁신' 영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즉, 사회공헌과 CSR을 기업의 혁신도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파타고니아, 인터페이스, 세븐스제너레이션과 같은 작지만 환경경영과 CSR을 비즈니스의 핵심가치로 삼은 강소기업들이 SNS를 타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살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미투운동이 촉발시킨 권력과 갑을구조에 의한 폭력, 갑질에 대한 폭로가 기업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암흑기 정부들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개별기업이나 특정 임직원의 일탈행위로 축소하고 무마하려 했던 갑질과 부당거래의 이슈들이 이제는 산업계, 기업계 전체의 오래된 병폐와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여론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롯데마트 협력업체들의 만든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의 5월17일 국회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는 어느 특정한 문제가 있는 한 사람의 직원이 아니라 롯데라는 기업의 기업문화, 조직문화자체가 갑질을 하게 만든다는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목소리와 외부의 공감


가면을 쓰고 광화문과 서울역 광장에 모인 대한항공직원들은 "고용" 과 "임금" 문제에(만) 몰입했던 지난 10년간 기업노조들의 활동한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고성능 앰프를 통해 나오는 강력한 비트의 투쟁가와 빨간 머리 띠, 높은 깃발을 휘날리는 노조집회는 일반 시민들에게 모른척 피해가야 할 대상이었지만, 대한항공직원들의 집회는 지나가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냈습니다. 본인들의 생존과 임금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갑질과 권력자의 횡포를 막고, 개선하자는 공감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개성을 추구하며 자기잘난 맛에 살던 X세대가 기업내 꼰대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밀레니얼 세대의 직원들은 워라벨(Work & Life Balance)를 추구하며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불편한 것에 대해 자기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삶을 사는 것이 내 삶을 가치있게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밀레니얼 세대는 광우병 촛불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현장에서 경험한 신세대들입니다. 이런 깨어있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목소리는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SNS 혁명과 혁신의 도구....


SNS는 이미 혁명과 혁신의 도구로 정착했습니다. 기업의 홍보팀 직원들이 주요 언론사의 편집자와 기자들을 만나 술사고 밥사고 골프치고 용돈주고 해외여행데려가며 관리하면 안좋은 기사를 막을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최근 터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내부고발은 SNS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업 홍보팀이 막을 수 도 없고, 주요 언론사들도 어쩔 수 없습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최근 SNS에 CSR에 관한 컨텐츠와 플랫폼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CSR이  정말 국내기업들에 정착되려면 돈있고 역량되는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을 벗어나 중견, 중소기업에 까지 "확산"되고 무엇보다 "대중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SNS에서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 시민과 소비자들이 CSR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중요한지 알게되면 기업들도 CSR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제대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파도를 타기 시작한 기업들이 있다.


두번째 CSR 파도를 예감한 기업들은 파도를 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SK는 2017년 최태원회장이 직접 비지니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아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LG의 진정성과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은 홍보를 위해 트렌디하고 섹시한 사회공헌 아이템을 찾아 헤매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사회공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SK의 더블바텀라인(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창출)비즈니스 모델혁신과 LG의 진정성+지속성 중심의 사회공헌이 시민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호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지가 아닌 본성, 그리고 활동이 아닌 창출


2015년 국내에서 발간된 "혁신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라는 기업혁신에 관한 해외 아티클 모음집에는 '혁신은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의 변화(메이크 업, 화장술)가 아니라 오리지널(본성)을 바꾸는 것이며 어떤 일부의 활동(과정)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성과)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 그리고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사회책임경영(CSR)이 지난 9년간의 암흑기를 거쳐 새로운 광명세상에서 두번째 파도를 성공적으로 타기 위해서는 그럴듯하게 메이크 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바꾸고 과정과 활동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창출의 성과를 낼 때까지 끝까지 밀어 붙이는 노력과 인내, 자원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파도의 냄새와 기운이 느껴집니다. 10년만에 돌아온 두번째 CSR의 파도를 잘 타고 넘어 큰 바다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두번째 CSR의 파도를 타기 위해 저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