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가 남긴 고민..
캄보디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회사에 계열사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ank)이 있습니다. 지난 6월5일 출발해서 10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회사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J*금융그룹의 해외봉사활동은 2016년에 시작해 올해 3번째 진행되는 행사였습니다. 오늘은 봉사활동을 다녀온 봉사단원의 후기를 보면서 고민한 것에 대해 짤막하게 글을 써 봅니다.
봉사단원의 후기..
.. (전략) 앞으로 J*해외봉사가 장기적인 사회공헌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1~3회차가 현지에 대한 표피적인 알아가기였다면, 이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화가 필요한 단계이지 않을까합니다.
그런 점에서 먼저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 익힐 수 있는 캄보디아 문화에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가 세 번째로 만나게 되는 KFC나 프롬스로잇 아이들과 깜퐁스푸 현지인에게는 우리가 좀 더 가까운 외국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PPC*직원들과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특히 첫 해외봉사를 경험하는 직원들에게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후진국의 사람들을 위한 봉사라는 선입견을 우리 스스로 깨야하지 않을까합니다. 캄보디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120%라고 하는데, 이번 프롬스로잇 아이들의 한류문화에 대한 이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캄보디아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한국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세상을 만나고 있는거죠.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좀 더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제공입니다. 봉사활동 참여자들은 봉사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참여하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식주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위한 준비는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다른 기후와 의식주 환경에 곧바로 적응하는 것은 개인차가 매우 크고,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대한 한국에서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프로그램 운영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J*구성원 대부분은 일상의 대부분을 사무실 내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 과정 중 직원들의 컨디션에 따라 참여도가 다른 것이 크게 눈에 띄었습니다. 직원들 스스로도 극복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컸구요. 물론 정신력으로 극복을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봉사의 시간은 짧습니다. 좋은 컨디션은 직원들의 봉사활동에 가장 원초적인 동력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후략)...
1.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시스템화
해외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사회공헌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설정을 위한 시스템화는 필수요건입니다. 1회성 행사에 대한 단순후원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어떤 사업을 한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어떻게 단계별로 발전시켜나갈 것이고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성과를 기대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캄보디아 해외봉사활동은 1단계 시작단계를 마쳤다고 봅니다. 2016년 8월에 J*금융그룹이 PPC*ank를 인수한 직후 11월에 시작한 첫번째 봉사활동은 해외봉사활동의 실행가능성을 살펴보기위해 협력단체에 행사를 대행하도록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년 두번째 활동은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한국직원들과 캄보디아 직원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번째는 그 프로그램을 안정화시키고 캄보디아 현지 PPC*ank 직원 참여의 폭을 넓혔습니다.
이제 해외봉사활동의 실행 가능성과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의 자체적인 프로그램 진행역량도 확인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캄보디아 PPC*ank 직원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국 본사에서 잘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1년에 한번 한국직원들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만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PPC*ank에서 정기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내년 4회차 봉사활동은 올해처럼 한국봉사단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PPC*ank 직원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PPC*ank에서 기획하고 주도한 프로그램에 한국직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서 PPC*ank의 주도성, 자립성을 높이고, 그동안 현지에서 진행한 사회공헌활동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어서, 캄보디아에서 시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미얀마 등 계열사가 위치한 다른 인근 나라에 전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인근 미얀마에도 적합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캄보디아는 PPC*ank의 자체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미얀마에서는 PPC*ank 의 프로그램을 카피에서 실행하는 방식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
해외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느끼고 돌아와서 반성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워낙 짧은 시간동안 현지에 다녀오고 준비하는 과정에도 현지에 대한 공부나 이해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고작 준비한다고 하는 것이 간단한 인사말 몇마디 정도입니다.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현지에 대한 이해가 많으면 많을 수록 봉사활동이 더 풍성해지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당연히 더 깊어질 것이라 봅니다.
4회차 부터는 봉사단원들 선발을 조금 더 앞당기고 현지에 대한 공부나 이해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과 OT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자료를 제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후진국에 대한 선입견
해외봉사활동을 갈때 늘 조심하지만 실행이 잘 안되는 것이 바로 '후진국에 대한 선입견' 과 그것으로 인한 봉사단원들의 태도와 행동입니다. 현지 사람들은 한국말을 못알아듣겠지만 현지 상황이나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낮게보는 봉사단원들의 말과 행동은 어떤 형태로든 현지인들에게 전해지라고 봅니다.
이것은 해외봉사활동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내 사회공헌활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사회공헌활동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소외계층을 위한~" , " 저소득 가정을 위한~" , "도움이 필요한~" .. 기업을 수혜자 입장에 놓고 지원 받는 사람들을 시혜자입장에 고정시켜, 돕는 기업이 도움을 받는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들어내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분짓고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기업의 오너나 최고 경영자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라" 는 메세지를 위에서 계속 내리면 사회공헌담당자는 어쩔 수 없이 사회공헌사업의 방향을 불우이웃돕기로 몰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자선사업이 기업사회공헌으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유독 그 부분을 도드라지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진국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해외봉사활동을 가기전 사전교육과 OT를 통해 어느정도 예방 할 수 있겠지만, 봉사자개별의 고정관념화된 생각, 말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이런 고정관념과 선입견들이 깨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는데, 사전교육과 함께 봉사프로그램의 방향을 잘 잡도록 해야 겠습니다.
4. 봉사자들의 컨디션
해외 봉사활동을 갔을때 봉사자들의 컨디션을 위해 최상의 숙식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과 어려운 곳에 갔으니 그곳의 환경을 그대로 체험하고 느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황입니다. 계열사의 CEO 중에서도 어떤 분은 "직원들에게 최소의 편의를 제공해서 우리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하라" 고 지시하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고생하며 봉사활동 하러 갔는데 먹는 것 자는 것은 좀 편하게 해서 봉사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했으면 좋겠다" 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전체 활동을 진행하는 운영팀에 입장에서는 어느쪽 의견을 더 따를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양쪽의 균형을 맞추다보면 봉사활동 후 고생을 강조하는 CEO가 있는 계열사에서는 "너무 편하고 잘먹었다"는 평이 편의를 강조하는 CEO가 있는 계열사에서는 "너무 고생했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입장은 현지 상황을 잘 아는 현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현지 직원들이 볼 때 한국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봉사활동을 와서 또 현지에서 편의를 위해 많은 비용을 쓴다면 봉사활동의 진정성과 비용대비 효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이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잠자리와 먹거리에 신경쓰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같은 비용이라도 더 좋은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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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오면 늘 개운치 않습니다. 그 많은 비용을 들여 한국직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그곳까지 꼭 가야만하는지.. 그 비용으로 현지 직원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데... 하는 고민이 큽니다. 누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으니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겠지요.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담주는 ISO26000 가이드 북 요약(고객이슈 편)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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