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_ CSR 이슈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과 출산률 "0" 시대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 그리고 조심 조심..
(전문용어로) 이해관계자 한 분이 얼마전 조용히 부르시더니.. "인터넷에 글쓴다는 소문이 있더라, 잘난체하다 넘어지는 수 있으니 조심해라" 라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라고 조용히 답했습니다. 잘난체 하지 않고 조심하겠습니다. 오늘은 2019년 2월을 보내며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선택한 2월의 CSR 이슈 두가지를 골라 제 생각을 보태보려고 합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죠.
삼성 사회공헌의 안전한 비전..
삼성은 지난 2월18일 새로운 사회공헌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새로운 비전은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브링 피플(Enabling people_사람이 가진 고유한 잠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느 의미라고 합니다)" 이고 "청소년 교육"을 새로운(?_기존에도 삼성은 주로 청소년 교육분야에 많은 지원을 했왔습니다만...) 테마로 선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한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과 테마는 이재용부회장이 전체적인 틀을 제시했으며 삼성전자에서 발표했지만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에 적용된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삼성의 사회공헌을 뒤돌아보면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에 세가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으로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설립해 봉사조끼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기존에도 기업가와 기업이 세운 공익재단들이 있었지만, 재단들은 대개 기업과 분리된 별도의 조직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사회봉사단은 국내 최초로 기업내 공식적인 부서로 사회공헌조직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다른 대기업들도 회사내에 사회봉사단과 사회공헌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저 같은 사람도 기업에 들어와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성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요^^
한때 삼성사회봉사단은 200여명이 넘는 사회복지사들을 봉사코디네이터로 고용하여 전국에 위치한 삼성 계열사와 공장에 파견하였습니다. 파견된 봉사코디네이터들은 삼성사회봉사단이 내려준 방침에 따라 각 사업장의 임직원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자발적인 방식과 한꺼번에 20~30명씩 복지시설을 방문해서 단순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떼우는) 것의 만족도와 효과성이 떨어지자 봉사단 소속 코디네이터(단기 계약직이었음)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거나 (운이 좋으면)계열사에 다시 소속되어 계열사들이 각자 알아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삼성이 우리나라 최초로 사내 사회공헌부서를 만들고 임직원봉사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삼성사회공헌은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에 "후원/지원을 받으려면 제안서를 잘써야 한다"는 원칙아닌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삼성사회봉사단을 설립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들이 삼성사회공헌의 자문역할을 하면서 미국에서는 기업이나 재단의 지원을 받기위해선 '사업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셨고 그것을 받아들여 삼성복지재단(1989년 설립) 공모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바로 이어 1999년 아름다운 재단이 설립되었고 이들 모두 지원사업의 방법으로 공모와 제안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때부터 "제안서를 잘써야 지원을 잘 받는다" 가 사회복지계의 불문률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당시 삼성, 모금회, 아름다운 재단, 아산복지재단, LG복지재단 이런데 줄줄히 제안서를 넣고 지원받아서 열심히 사업했던 사회복지사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잘쓴 제안서=지원금" 이런 공식이 성립되다 보니, 한때는 제안서를 돈 받고 대신 써준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고, 기업사회공헌과 관련된 강연이나 세미나에 가면 항상 "제안서 잘쓰는 방법"에 대한 특강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J교수님의 강의 중에 "제목을 '섹시'하게 잘 뽑아야 심사위원들이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된다" 라는 내용이 있어서 '무슨 뜻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알겠는데 꼭 이런 표현을 써야하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강의하신다는 소식을 가끔 전해듣습니다.
셋째, 삼성은 재벌오너가 뭔가 잘못하면 거액의 기부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려고 하는 우리나라 재벌의 사회공헌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잘못을 하면 그것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으면 되고, 탈세를 했으면 세금을 내면 되는데 벌과 세금보다는 기부금을 내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이후 한동안 대기업 오너들이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무리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하며 앞으로 수백억의 기부금을 내겠다고 선언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그런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곳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일들이 가끔 일어나고 있는데 기부금으로 퉁치는 시대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번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비전 발표를 보면서 삼성다운 '평범하고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동과 청소년 사업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가장 안전(리스크 없는)하고 필요한 사회공헌이며 그동안 삼성은 오래동안 '드림 클래스', '스마트 스쿨', '솔브 포 투모로우' 등 청소년교육관련 사회공헌사업을 크게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시급한 사회, 환경문제들을 애써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생각이듭니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삼성의 선택은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삼성사회공헌의 새로운 비전발표에 좀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내용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기업사회공헌=자선사업=홍보'라는 기존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살짝 올드한 느낌도 받습니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전략과 사업들을 발표한다고 하니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기대해 보겠습니다.
출산율 0 시대에 CSR은 어떻게?
2월27일 통계청은 '2018년 출생통계'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0.98명.. 특히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88명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세계 최저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1.68명(2016년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10년 후인 2028년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하게 됩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두가지로 모아집니다.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경제 침체, 그리고 또 하나는 기술발전과 글로벌 경제구조변화에 따라 줄어드는 일자리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 두가지는 한가지 문제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삼포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대하고 어려운 사회문제를 두고 기업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사회공헌사업을 펼쳐야 할까요?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청년 개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부족 또는 빈부격차로 인한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본다면 기업의 사회공헌은 중산층이하의 아동, 청소년을 위한 양질의 교육기회와 교육프로그램의 제공 또는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교육과 훈련 쪽으로 몰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여러분이 모두 알다시피 지금의 문제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의 역량이나 노력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교육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아니 가장 많은 시간 공부를 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취업을 준비한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중에 가장 기본은 경제적 책임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고 그것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와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기업의 역할과 책임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사회공헌으로 아동, 청소년 교육사업에 수백, 수천억의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와 사업에 투자해야합니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그 사업을 일으키는 것 또한 기업(起業_새로운 사업을 일으킴)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기업내 유보금(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현금)과 보유한 유휴부동산(업무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땅이나 건물)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참 창피하고 씁쓸한 일입니다.
출산률 0% 시대의 CSR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아이를 낳아 편하게 기를 수 있는 기업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해 맞벌이가 필수가 되고 있는 현상황에서 직원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맡기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법적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이 부족합니다. 어린이 집만 아니라 유치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를 보면서 기업이 새로운 사회공헌사업을 한다면 '유치원 사업'과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후 돌봄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면 정말 좋겠다, 사람들이 정말 잘했다고 박수치겠다는 생각을 수백번도 더 했습니다.
출산휴가, 출산휴직, 남편의 출산휴직제도가 우리나라에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20년전만 하더라도 아이를 가진 여직원은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가끔 지금도 그런 기업이 있다는 뉴스를 접합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저는 아이의 수와 상관없이 부모 양쪽 모두의 출산휴직제도가 의무적으로 실행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인건비도 100% 보장했으면 합니다. 아마 그런 회사라면 젊은 직원들이 목숨(?)바쳐 충성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요?
일자리 문제와 출산율 감소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기업들은 단기 이익률을 높이는 데에만 신경쓰지 말고 우리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합니다. 직접 고용이 부담된다면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조건없이 믿고 지원해야 하며,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더 좋은 여건으로 직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이익을 중견 중소기업에 더 많은 비율로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마음 편하게 키울 수 있는 복지제도와 기업문화를 만들고 실현해야 합니다. 이것이 출산률 0%의 가장 중요한 CSR입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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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3월입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만세삼창을 해봅니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 전쟁 위안부, 강제노역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합니다. 더불어 친일파청산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주엔 CSR의 역사 2편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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