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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사례(2019_1)_ 넥슨(Nexon)의 사회공헌은 계속 될 수 있을까?

by Mr Yoo 2019. 2. 16.



기업사회공헌사례_2019_No.1


넥슨(Nexon)의 사회공헌은 계속 될 수 있을까?



매월 세번째 주는 국내외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CSR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소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1)비즈니스 가치사슬의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2)비즈니스의 핵심역량/비즈니스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 (3)이해관계자의 정의, 분류, 소통, 참여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4)자선적(또는 공익적)역할을 하고 있는가? (5)비즈니스에 유익이 있는가? (6)지속적 개선과 발전이 있는가? 입니다.




넥슨의 사회공헌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 첫번째 사례는 넥슨(Nexon)입니다. 넥슨은 2018년 매출 2.5조, 영업이익 9,800억, 임직원 6,000여명인 명실공히 국내 1위 게임기업입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를 구축한 개척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창업가인 김정주이사장이 갑자기 매각의사를 밝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매각 추정가는 10조라는 어마 어마한 액수입니다. 과연 어떤 기업이 넥슨을 인수할까.. 김정주이사장의 다음 비즈니스는 무엇일까..하는 것이 지금 가장 큰 이슈입니다. 아무튼.. 넥슨은 그동안 게임업계 대표답게 굵직 굵직한 사회공헌사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매각 후에도 계속 될 수 있을지 염려되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은 당연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관점 1.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에서 일으키는 사회, 환경문제는 무엇일까요? PC게임을 많이 하니까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것, 또는 PC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0대 청소년들이 절도를 하거나 비행(非行_우리 아들도 PC방에서 모르는 형들에게 삥 뜯긴 적 있음..)을 하는 것, 아니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노동자)들의 가혹한 작업환경과 끝나지 않는 근무시간... 뭐..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다 큰 그림에서 우리사회가 게임업체를 보는 시각 중에 가장 부정적인 것은 "우리 애가 게임하느라고 공부를 도통안해" 라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만큼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조하는 사회가 또 있을까요?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부모가 부자이건 가난하건 독립된 성인이 되기까지 아이들은 "공부"라는 족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입니다. 이런 소중하고 귀중한 공부 시간을 게임이 빼앗(?!)았으니 부모들이 좋아할 리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온라인 게임업체가 원인제공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 (쫌) '오바'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지만 거의 모든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 보다 재미있게 노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그렇게 본성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인간, 인류입니다. 공부를 안하고 노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DNA 탓을 해야합니다.


아무튼... 게임업체는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주적' 이며, 폭력적인 게임을 통해 아이들의 폭력성을 높이는 나쁜 기업이고, 아이들이 책과 운동을 멀리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10시 이후에는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을 막는 셧다운제가 실행되고 있겠습니까..


그런면에서... 넥슨은 게임때문에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비판을 인식했는지는 모르지만 기업사회공헌을 시작한 2005년부터 꾸준히 "넥슨 작은 책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총 118개의 책방을 만들었으며, 지역분교, 지역아동센터, 병원 등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편안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제3세계 해외에도 6개의 책방을 만들었고, 이 사업과 연결해서 독후감대회도 7회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게임을 한 손에는 책을.... ^^




관점 2. 기업의 핵심역량/비즈니스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


블로그를 통해 늘 말씀드리지만 기업이 연간 접대비(2016년 국세청 기준 국내기업 접대비 총액 11조)의 반도 안되는 기부금(동일기준 기부금 총액 5조)을 가지고 뭘 해봐야.. 우리사회에 뭔가 의미있는 흔적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부금이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와 핵심역량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고 판이 바뀝니다. 2011년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장한 CSV(공유가치창출)의 핵심도 "이제 사회공헌도 돈을 벌면서 해야한다(우리나라 언론과 기업들의 해석)" 가 아니라 "핵심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였습니다. 


명실공히 국내 1위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요? 물어보나마나 프로그램 개발역량입니다. 이 역량을 활용한 넥슨의 사회공헌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대회'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코딩"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과 재능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본 대회의 취지입니다. 2016년에 처음 시작해 작년에 2회째 개최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는 영어, 수학과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서 이제는 "코딩 조기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회에 상위 입상한 청소년들이 대부분 과학고 학생들인 걸 보면.. 앞으로 코딩능력도 영수와 함께 부모들의 교육열과 경제력에 좌지우지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넥슨의 뛰어난 프로그래머들과 프로그래밍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SW멘토와 함께하는 NYPC 토크콘서트" 도 진행하고 있고, 코딩교육의 저변 확대를 위해 비영리 소프트웨어 교육단체를 후원하거나 '청소년 해커톤 대회' 후원 등 소프트웨어 교육과 개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점 3. 이해관계자의 소통, 참여가 잘 되고 있는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넥슨은 2009년 지주사인 NXC, 2014년 게임회사 중 하나인 네오플을 제주도로 옮겼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제주도가 도차원에서 IT업체의 제주 이전을 적극 지원(IT산업단지, 법인세 일부감면 등)했고, 미국 실리콘벨리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면 뭔가 더 좋은 것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IT업체들 중 Daum이 첫 깃발을 꼽고, 다음으로 넥슨이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성남 판교 IT클러스터에 위치한 넥슨사옥에서 일합니다.


제주도에 자리잡은 넥슨은 재미있는 사업을 하나 시작합니다. 2013년에 개관한 '넥슨 컴퓨터(게임)박물관'... 저도 세번 가봤습니다. 1980~90년대 유행했던 오락실 오락을 공짜로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아! 입장료가 있으니까 무료는 아니군요. 이곳에 가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실제 판매되었던 컴퓨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나 컴퓨터 게임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프로그래밍 되는지에 대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실습, 체험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린시절 오락실 오락을 경험했던 아빠들이 더 좋아하는 그런 공간이죠.


온라인 게임기업의 중요 이해관계자는 누구일까요? 온라인 서비스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유저(고객)들입니다. 넥슨의 고객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넥슨의 사회공헌은 대부분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입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 개발자들이 이 회사의 핵심자원이니까요. 이들에게는 성과만큼의 높은 보수와 안락한 작업환경,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국내외 IT 대기업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사내복지서비스가 좋고 자유로우며 근무환경이 안락하고 고급진 것은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기업내부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사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창의성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넥슨의 특이점은 제주에 지주회사와 본사일부가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이나 경기, 부산, 대구와 같이 기업들이 엄청나게 몰려있는 곳은 지역사회와 기업의 느슨한 관계가 가능하지만 기업이 별로 없는 지자체의 경우 기업의 후원을 받기 위해 지자체를 비롯한 수많은 복지단체와 NGO들이 각자의 빨대를 들고 줄을 서있는 상황입니다. 그런점에서 제주지역사회가 넥슨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넥슨은 많은 비용을 들여 제주에 컴퓨터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제주지역의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수학여행단의 단골 방문코스가 되면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볼거리, 체험거리가 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점 4. 자선,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CSR이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에서 사회,환경적 책임과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면, CSR의 일부를 차지하는 기업사회공헌은 다른 영역의 CSR 활동(인권, 환경, 노동, 윤리경영, 고객 등)과 비교해서 아무래도 비즈니스 쪽 보다는 공익에 무게중심이 더 있습니다. 넥슨의 사회공헌 중 우리사회에 가장 크게 공익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어린이 장애인 재활병원' 설립을 지원한 것입니다. 장애인 재활사업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이 사업을 진행했고 넥슨이 200억이라는 큰 돈을 기부했습니다.




2016년에 서울 상암동에 문을 연 '푸르메재단 넥슨 어린이 병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입원병상을 가진 어린이재활전문병원으로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제때에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물론 그전에도 재활병원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고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입은 어른들을 위한 재활병원이었고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은 대도시에 위치한 몇 곳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소규모 어린이 재활병원들은 입원병상 없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6개월~1년 이상 치료순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병원이 없는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눈 병원근처의 여관방에서 생활하거나 1시간 치료를 받기위해 보통 4~5시간 버스를 타고와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전문재활병원이 모자라는 이유는 병원의 '수익성' 때문입니다. 교통사고 등 후천적 장애를 치료하는 재활병원은 대부분 민간보험의 보험금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선천적 장애아이의 경우 민간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국가에서 정한 건강보험 의료수가가 너무 낮아 병원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환자들인 것입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넥슨은 과감한 기부를 했고 앞으로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어린이 재활병원을 짓는 것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제발!! 그 약속이 지켜지면 좋겠습니다.


 

관점 5. 기업 비즈니스에 유익이 있는가?


넥슨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비즈니스와 연계되어 실제 비즈니스에 유익을 주고 있는가? 라는 관점에서 보면 딱히 그렇게 꼬집어 찾아낼 부분은 없습니다. 두루뭉실하게 제주도 지역사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작은 책방을 지원한 복지시설과 학교 등에서 넥슨의 호감도가 좋아진 것, 어린이 재활병원을 이용하는 장애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넥슨의 이름을 알리고 그래서 기업의 평판이 조금 나아진 것... 그리고, 이 모든 사회공헌활동 때문에 넥슨에서 일하는 6,000여명 직원들이 '우리회사는 사회공헌도 많이하고 그리 나쁜 회사는 아니지..' 라는 회사에 대한 호감도, 로열티를 높인 정도.... 굳이 찾아내라고 한다면 그정도 일 것 같습니다. 


이말인 즉슨.. 현재까지 넥슨이 순수하게 공익적측면에서 사회공헌사업은 잘해왔지만, 기업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을 직접 연결시킨다거나 기업의 비즈니스를 활용해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전략적 CSR은 펼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단계의 사회공헌사업은 나름 자리를 잘 잡았지만, 다음 단계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수준을 만족하고 맴돌것인가? 하는 시점입니다.




관점 6.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의 노력이 있는가?


지금까지 넥슨의 사회공헌은 '이익의 사회환원'.. 즉, 나눔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가지고 코묻은 아이들의 돈을 많이 벌어갔으니, 혼자 잘먹고 잘살지 말고 조금은 나눠야하지 않겠어.. 라는 관점의 사회공헌입니다. 넥슨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공헌을하는 99.99%의 이유입니다. 이익의 사회환원.... 그러나 이것은 생각보다 그리 큰 사회적 효과는 없습니다. 자선사업모델은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다면 혁신성과 규모면에서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넥슨의 사회공헌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오늘 살펴본 것과 같이 넥슨은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의 일반적인 프레임과 문법에 맞게 사회공헌사업을 성실히 잘 진행해왔습니다. 기업인수의 커다란 폭풍과 파도를 넘어 꾸준히 지속되기만 해도 잘한다고 박수를 쳐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어떤 기업이 인수할지 모르지만, 이후에 사회공헌사업을 이어나간다면 실행모델의 업그레이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기업 넥슨의 인수절차가 무난히 잘 진행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넥슨의 사회공헌이 잘 이어지고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넥슨의 사회공헌실무자 여러분 힘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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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엔 CSR 실무자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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