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CSR
CSR의 역사를 꼭 알아야만 할까요?
(산업혁명~1950년)
무슨 말씀을.. 반드시 알 필요는 없습니다.
올해 Balanced CSR 블로그의 매월 둘째 주 글은 『CSR의 역사』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CSR의 역사를 꼭, 반드시, 기필코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CSR의 역사를 모른다고 해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고, CSR실무자로 일하고 성과내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렇죠?..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지랖 넓게 블로그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역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첫째, 앞으로 CSR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서이고(그래야 저를 비롯한 우리 실무자들이 회사에서 앞으로 CSR에 대한 발전계획을 세울 수 있겠죠.. 또, 누가 물어보면 아는 체도 좀 할 수 있구요..^^), 둘째, CSR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저명한 역사학자인 'E.H.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는 무엇인가?』 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의 책을 좀더 읽어보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일 뿐만 아니라 '우리는 그 대화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근래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사람인 '유발 하라리' 도 역사학자입니다. 그의 책 『호모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보면 "인류사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지난 역사의 오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CSR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CSR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 대해 공부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또 한가지.. CSR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은 국내에서 CSR을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보니, 인터넷상에 떠도는 CSR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도 뒤죽박죽이고, 마찬가지로 CSR의 역사도 엉뚱한 정보들이 많아서(예를 들면 1990년대 나이키의 아동노동고발사례가 CSR의 개념을 발생시킨 최초의 사건이라는 등..) 제대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블로그의 원래 목적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매월 둘째 주 총 10번 정도 연재를 통해 CSR의 역사를 관련된 굵직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Archie B. Carroll(미국 조지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A History of CSR(CSR_The Oxford Handbook/2008/제2장)』를 참고하여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950년 이전까지 CSR의 컨셉이 어떻게 정리되고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캐롤교수는 CSR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잘 알고 있는 'CSR 피라미드(1979,1991)' 개념을 제시한 분으로 현재 CSR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입니다.
CSR의 태동.. 산업혁명
CSR의 기원을 기록상 상업이 존재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로마제국, 인도 또는 르네상스 시대까지 끌어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CSR을 주로 탐구하는 학문인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근대적 형태의 기업이 등장한 것을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보기 때문에 CSR의 태동도 산업혁명을 그 시점으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자선(Charity)과 CSR의 관계에 대해서도 기업가가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가지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선활동을 한 것과 기업차원에서 기업소유의 자산을 가지고 자선활동을 한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하는 것이 CSR의 역사를 살펴볼 때 주의할 점입니다.
CSR의 역사를 이야기할때 CSR에 해당하는 기업의 활동은 무척 다양하고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이 것 때문에 CSR의 역사를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2010년에 제정된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 『ISO26000』만 하더라도 1.거버넌스, 2.인권, 3.노동, 4.환경, 5.고객, 6.공정(윤리)운영, 7.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사회공헌) 등 7가지 핵심영역이 존재합니다. 이런 영역개념을 포함한 '기업이 사회와 환경과의 관계에서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행동을 실행하는 것' 모두가 CSR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염두해두고 CSR의 역사를 살펴봤으면 합니다.
생산성 향상 =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생활환경 향상
산업혁명의 발원지였던 영국과 유럽의 경우 '노동자들을 보다 생산성이 높은 상태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심과 실천이 CSR의 초기 개념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18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런던을 비롯한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었던 유럽 주요 도시들의 교육, 의료, 위생, 주거 환경은 형편 없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공공복지서비스가 갖춰진 것은 거의 20세기 중반 이후에 이르러서입니다.
이 당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문맹이었고 병에 걸리기 쉬웠으며 특히 전염병이 돌면 공장 노동자 대부분이 결근하는 사태도 종종 일어났습니다. 일하다 조그만 부상이라도 당하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는 노동자들을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업이었고 기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차례 모범사례로 소개했던 아일랜드 기네스맥주(1759년 설립) 또한, 노동자들이 전염병과 각종 질병 때문에 자주 결근하고 생산성이 반복해서 계속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를 고용하고 사내 진료소를 만들었으며, 위생상태가 엉망인 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이 질병과 전염병의 원인임을 파악하고 직원주택조합을 만들어 위생적이고 안전한 다세대주택을 건설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높고 기술이 축적된 숙련 노동자들을 경쟁기업에 빼앗기지 않기위해 높은 임금을 주고 직원과 직원 가족만이 이용할 수 있는 학교, 극장, 체육/오락시설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업가의 개인적인 신념
노동자들의 생산성향상을 위해 노동환경과 생활환경 개선이 노동과 인권, 복지영역에서 CSR의 시초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기업가들의 개인적인 신념이 CSR의 발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정무역과 윤리경영의 시작이라고 잘알려진 영국의 국민 브랜드 캐더베리 초콜렛(1893년 설립)의 경우 창업자들은 노예제와 아동노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캐더베리 초콜렛은 20세기 초까지 노예와 아동노동이 왕성했던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이웃나라인 가나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캐더베리 초콜렛은 지금도 여전히 아동노동금지와 공정무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정무역부분에 있어서는 실제 농민들에게 기대만큼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탐사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현지 농민들로 구성된 공정무역 생산자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으로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실제 농민들에게 주지않고 조합의 인건비와 운영비로 소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최근 우리나라 지역 협동조합 몇몇 곳에서도 발생했습니다.
자선단체, 시민단체의 등장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YMCA(기독교청년회, 미국, 1844년 설립), 유나이티드웨이(자선단체, 미국, 1887년 설립), 세이브더 칠드런(자선단체, 영국, 1919년 창립)등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 자선, 인권, 시민단체들이 설립되면서 기업 및 기업가들의 참여와 자선활동도 활발해졌습니다. 영국이나 미국, 유럽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카톨릭이나 개신교, 또는 성공회 등의 신자였기 때문에 교회나 종교를 기반으로 한 자선단체에 후원하는 것을 성공을 증명하는 '명예' 인 동시에 신앙인의 청지기적 '의무'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기업가이자 자선가였던 철강(도)왕 앤드류 카네기는 '부(富)는 하나님이 나에게 잠시 맡긴 것으로 나는 청지기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하며 자선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라고 자서전에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카네기의 자서전은 이후 20세기 말 워렌 버핏이 빌 게이츠에게 선물해서 한번 더 유명해졌습니다.
이때부터 기업이나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서 이들의 이름을 딴 학교, 병원, 도서관, 교회, 공원, 묘지.. 심지어 다리나 인공연못 등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도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기부금이 급격하게 늘어 났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 할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업가 개인의 자선활동과 기업의 기부와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의사결정)가 CSR의 주요한 실천영역중에 하나인데 거액의 기업자산을 주주의 동의없이 최고 경영자의 명예를 위해 마음대로 기부하는 것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거버넌스 책임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기업총수가 개인적인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마하기위해 기업자산을 털어 거액을 기부하는 행위가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CSR측면에서 올바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격동의 20세기 초.. 식민지 찬탈과 기업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세계는 말그대로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영국을 필두로 유럽각국과 미국, 일본 등은 식민지 쟁탈에 혈안이 되었던 때였습니다. 식민지 개척에 앞장선 주체는 군대가 아닌 기업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동인도회사(1600년 설립), 네덜란드동인도회사(1602년 설립), 일본동양척식주식회사(1908년)등은 각국의 군대를 등에 업고 중남미,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조선 등을 식민지로 만들고 원주민의 생존권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대단위 학살을 수차례 자행했으며 자원을 강제로 침탈하고 자국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다른 독립국가의 주권을 빼앗았습니다.
하지만 식민지 찬탈에 앞장섰던 이들 기업을 CSR차원에서 민간 사기업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우리 조선을 침탈했던 동양척식주식회사만 하더라도 창립자가 '이토 히로부미(조선총독부 통감_안중근의사에 의해 피살)'였으며, 영국이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최고 경영자 또한 왕실과 연관된 귀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업의 껍데기를 쓴 국가기관(요즘말로 공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식민지에서 강제로 빼앗은 자원으로 국부(國富)를 쌓았고 이것이 현재 유럽과 미국, 일본의 경제적 근간이 된 것은 변치않는 사실입니다.
1차 세계대전, 대공황, 2차 세계대전 _ 점점 더 커지고 강력해지는 기업의 힘
유럽국가간 식민지쟁탈 경쟁과 민족분쟁 등 신제국주의가 근본원인이 되었던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종전후 금융위기, 과잉생산, 실업자 증가 등으로 발생한 경제대공황(1929~1938), 대공황의 경제위기와 제1차 세계대전 패전국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독일(히틀러)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그리고 새로운 이데올로기 전쟁의 서막을 알린 한국전쟁(1950~1953)은 20세기 전반기를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기업들은 전쟁무기와 물자를 만들고 공급하면서 최신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현대적 의미의 기업경영방식과 글로벌 벨류체인을 체계화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경제공황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위기는 기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의 기업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몸집을 불렸으며 전쟁시기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 복구과정에 참여하면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기업가들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한다는 의무감,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데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46년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 1930년 창간)이 미국내 주요 기업가를 대상으로 '기업이 상품을 만들거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손익계산 차원의 책임 외에 더 넓은 의미에서 국가의 발전과 시민복지를 위한 역할도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93%가 그렇다고 응답 했으며, '이런 책임의식을 갖는 주변의 기업인이 얼마나 되는가?' 라는 질문에 '절반이상 3/4정도가 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기록이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명확하지도 않고 두번의 세계대전과 한번의 경제대공황을 겪은 이 시기의 CSR 역사를 제대로 정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 이후 1950년대까지 수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쇄는 현재 CSR역사에 기초와 발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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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3월 둘째주에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의 CSR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다음 주엔 『2019 국내외 기업들의 CSR 실천사례(1) 』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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