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실무자의 책 읽기(2019-2)
보통사람들의 전쟁 &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독서는 양(量)인가, 질(質)인가?
한 때는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뭐 하나 스스로 잘난 것이 없으니 책 읽는 것이라도 자랑해볼까 싶어서 '1년 100권 독파!!' 이런 쓰잘때기 없는 짓을 했었습니다. 고백하건데 그때 읽은 책들이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십중반 고개를 넘으며 책은 양(量)보다 질(質)이라는 생각이 점점더 분명해집니다. 어차피 세상에 있는 책들을 전부 다 읽지 못할 바에야 좋은 책을 잘 골라서 천천히 꼼꼼히 되새김질하며 읽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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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책을 선택하는 일은 저에겐 참 중요합니다. 특히 저 같은 CSR 실무자들이 읽으면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개인역량을 키우기에도 좋은 그런 책을 선택했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점심먹고 사무실 인근 서점에 자주 구경을 가는데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다 재미있고 좋아보여서 선택을 못할때가 대부분입니다. 다행이도 제 주변에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CSR 실무자 분들이 몇 분 계셔서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 책을 읽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얼마전부터 웹툰처럼 즐겨보는 독서후기가 있습니다. 바로 "MYSC 예비사내기업가학교 독서후기"입니다. (클릭 ☞ 바로가기) 사회혁신기업가를 꿈꾸는 젊은 후배들의 패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아주 알차고 탄탄한 독서후기들입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예비사내기업가학교에 입학하고 싶고 막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에서 읽은 책들을 모두 따라 읽고 있습니다. 역시 좋은 책들을 잘 골랐더군요. 저는 이 독서후기들의 퀄러티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 세권은 산업과 사회에 관한 책들입니다. CSR실무자는 기업+사회+책임(공헌)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 좋은데 오늘은 기업과 사회, 두가지나 들어있는 책들입니다.
축적의 시간(서울대학교 공과대학/2015), 축적의 길(이정동/2017)
먼저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은 이 두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정동교수가 얼마전 청와대 대통령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그 이전에 문재인대통령이 읽고 청와대 비서진을 비롯해 여러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 한 것으로 '이미' 유명했었고, 또 그 이전에 KBS 스페셜의 특집 프로그램으로 인기리에 방영되어 유명세를 탔었던 책입니다.
2015년 서울대 공대 교수 13명을 이정동교수가 인터뷰해서 정리한 '축적의 시간'은 우리나라 산업, 특히 제조업과 중공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6.25 전쟁이후 선진국의 뒤를 쫓아 열심히 달려 온 덕분에 세계의 그 어느나라도 이루지 못한 경제성장을 했지만, 1998년 IMF 이후 서서히 성장속도가 줄어, 이제는 실질적인 성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너무 급하게 단거리 달리기 하듯 앞만보고 뛰어 온 탓에 사회곳곳에 누적된 문제들이 하나둘 터져나와 갈등과 분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공학자들은 이 책에서 우리나라 산업성장의 정체 원인을 '개념설계역량'의 부족으로 진단합니다. 개념설계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의 개념설계를 사온다음 그것을 아주 잘 복사(Copy)해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키워왔습니다. 이렇게 Copy하거나 벤치마킹해서 산업을 키우는 역량을 '실행역량' 이라고 합니다.
남의 것을 답습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잘 하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선진산업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키는 일은 열심히 잘 했는데 내가 스스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하는 리더 위치에 이르면 아무것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우리..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전과 시행착오를 차곡 차곡 축적하자!
서울대 공무원에서 청와대 공무원이 된 이정동교수는 '축적의 시간'의 문제제기에 대해 '축적의 길'에서 이렇게 해답을 내놓습니다. 개념설계역량은 한 순간에 '짠'하고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기막한 아이디어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그 시행착오에서 배우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그것을 다음 아이디어와 실행에 연결하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 개념설계역량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에디슨이 수천번 실패하면서 그 실패를 재료삼아 결국 전구를 발명했던 그 방식이 개념설계역량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한번의 실패를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과, 40대, 50대에 직장에서 짤린 회사원들에게 창업을 권하지만, 실패하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고 그 빚은 점점더 눈덩이가 되어 인생전체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 현재 창업의 현실입니다. 청년창업 아이템도 신기술기반의 제조업보다는 대부분 서비스업이나 모바일 앱처럼 가벼운 아이템이 대부분이고, 40대, 50대 창업은 치킨집이나 떡볶이집이 거의 다입니다. 실패의 무게와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는 성공이 어느정도 보장될 때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벤처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나 기업의 벤처지원금도 잘되는 벤처기업들에만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벤처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인데, 그런 무모한 실험은 지원 받지 못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벤처업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도전과 시행착오의 경험을 차곡 차곡 쌓아서 개념설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지원하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청와대, 이정동특보를 한번 믿어봐야 할까요? ... 이 암담한 우리 산업의 현실을 박차고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산업과 사회도 답답하지만 내 개인의 삶과 생활도 답답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죠? ....저만 그런가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옆에 라벨 붙인 거 보이시죠^^ 그게 뭘까요? 여러분도 저와 같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 이 책 추천합니다.
보통사람들의 전쟁 (앤드류 양/2018)
저는 이런 책 참 좋아합니다. 이 책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현실 가운데를 빡! 때립니다. 오승환의 돌직구 같습니다. 그 직구가 그냥 개인적인 경험, 어설픈 직관, 명확하지 않은 감으로 썰을 푸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 전문가들의 의견, 그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그곳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곳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한 다음 그것들을 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엮어서 쓴 그런 책.... 이 책 '보통사람들의 전쟁' 이 바로 그런책입니다.
타이완 이민 2세인 앤드류 양은 미국에서 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벤처 포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 교육 혁신가입니다. 오바마대통령시절엔 청년 창업과 직업교육분야 대통령 특별자문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한살 아래던데 이 친구가 해온 일들을 보니 저는 이 나이까지 뭘하고 살았나하는 한심한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장과 2장을 읽으면 '미국 망했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모든 통계자료와 수치가 절망적입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은 '캘리포니아주' 인데, 이 책에선 얼마전부터 캘리포니아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아주 허황된 상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미국 대선 개표일(트럼프가 당선되던 그날)에 미국 LA에 있었습니다. 그때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는 것을 TV로 지켜보았습니다. 같은 TV 뉴스에서 캘리포니아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 장면이 나오는 것도 보았습니다.
대실업의 시대 한가운데에 있는 절망적인 미국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들어나 보이는 1장과 2장을 읽으며,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이번은 다르다' 수많은 미국의 IT전문가, 금융전문가, 기업전문가들이 그동안의 위기와 '이번의 위기는 다르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번은 단순히 위기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구조, 고용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전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는 기술혁신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일어날 대량실업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예전과 같은 안정적인 고용형태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의 모습이 곧 다가올 우리의 모습이 될 것 같은 걱정이 들어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나도 몇년 후면 대실업의 물결에 휩쓸리겠다는 암울한 절망을 이 책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실업을 줄이고 새 일자리를 만들고 깨져버린 가정과 지역사회 공동체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기업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기업사회공헌을 정말 열심히 잘하면 다가올 이 거대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기업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 개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10년후에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절망의 골짜기 1장과 2장을 지나, 3장에서 저자는 희망을 살릴 몇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뭐냐고요? 책을 사서 읽어보십시요. 인터넷에서 카드뉴스형태로 요약된 내용만 찾아보면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저도 이 책을 제대로 읽기전에 그랬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카드뉴스(광고)가 오히려 올바른 책 선택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책을 읽고나서 앞으로 다가올 대량실업의 파도에 휘말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넘을 방법을 하나 찾았습니다. 뭘까요? 궁금하면 500원...^^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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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주말에 어딜 좀 다녀오느라고 블로그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죠^^;;.. 다음 주인 3월 첫주에는 2월의 CSR 이슈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요. 건강해야 대량실업의 파도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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