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유럽투어 시즌 3
프라이 부르크
- 지속가능은 이벤트가 아닌 일상 -
프랑크 푸르트..
맨체스터에서 짧지만 알찬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이번 일정의 마지막 기착지인 프라이부르크로 가기 위한 중간 기점이었습니다. 마침 사회가치평가연구를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머물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준석TL을 만나 맛있는 독일식 족발 핫센도 먹고 드디어 독일 생맥주도 현지에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음식은 현지에서 직접 먹어봐야!!
SK는 올해 8월, 바스프, 노바티스, 보쉬 등 독일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과 함께 사회가치 측정에 관한 비영리 연구 기관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2022년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관련 회계 표준을 만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을 통해 확산시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요한 연구에 SK 하이닉스의 이준석TL이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준석TL은 2018년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을 함께 다녀온 사이이기도 합니다.
이준석TL은 '현재 글로벌 주요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가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기준에 따라 재무와 비재무적 가치 창출 보고가 통합되어가는 추세인데, 비재무적 가치 산출 부분에 있어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IIRC확산이 더딘 상태' 라고 말하며,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되는 이 연구가 2022년까지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 창출을 측정하는데 제대로된 출발선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습니다. 그의 희망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힘껏 응원하고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친환경 도시의 표본 프라이부르크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이튿날 새벽 우리 일행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하는 고속전철 이체(ICE)를 타고 프라이부르크로 향했습니다. 밀라노로 바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다음을 기약하고 짧은 기차여행 끝에 프라이부르크 역에 내렸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TV, 책, 신문, 잡지, 인터넷 블로그 등 워낙 많은 매체에서 친환경 도시의 표본으로 소개되어 이 블로그에서 또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아직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아주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이승준의 독일 이야기 -
원전건설 반대 시민운동에서 시작된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친환경 도시의 표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에는 꽤 오랜 시간의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1970년대 원전건설 붐이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을 휩쓸고 있을때 프라이부르크도 원전건설 후보지로 거론되었습니다. 원전은 알다시피 원자로를 식히는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바닷가나 안정적인 수원(水原)이 있는 곳에 건설됩니다. 프라이부르크는 옛부터 포도농장과 낙농업이 발달한 조용한 전원 도시로 알프스 끝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맑고 풍부한 물과 빽빽한 숲 흑림(黑林)이 유명한 곳입니다.
독일 정부가 흑림을 밀어낸 후 원전을 짓고 농사와 축산업에 사용되는 맑고 깨끗한 물을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을 당장 반대에 나섰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대학생, 농부, 축산업자, 주부 등이 중심이되어 원전 반대 시민운동 단체를 만들었고 원전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만들자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실제 정책으로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1984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까지 방사능 오염 물질이 날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에너지 자립도시의 목표를 세우고 부족한 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 즉, 태양광, 태양열, 지열, 소수력, 풍력, 바이오 매스로 채우겠다는 실행 계획을 만듭니다. 그리고 투표로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을 녹색당 당원들로 채웁니다. 드디어 1986년 독일 중앙정부는 프라이부르크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프라이부르크가 에너지 자립도시가 된다고 했으니 한번 해볼테면 해봐라 하고 에너지 자율권을 줍니다.
친환경 발전보다 에너지 절약이 중요..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정책과 제도들은 프라이부르크 시 홈페이지(friburg.de)에 차고 넘치게 나와 있어서 제가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단,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자세한 내용들까지는 알 수 없으나 사진과 그래프, 주요 목차를 보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중요한 것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글 번역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됩니다.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에너지 정책으로 앞에서 소개했다시피 도시의 모든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환경 에너지 발전 설비를 새롭게 많이 건설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훨씬 더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부르크를 소개하는 EBS의 TV 다큐멘터리에서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이런 인터뷰가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자동차나 에어컨을 잘 사질 않습니다. 아마도 독일에서 자동차나 에어컨이 가장 없는 도시일겁니다(실제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를 발전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훨씬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라이부르크 시청 홈페이지에 가면 시민들을 위한 에너지 절약, 친화경 도시 완성에 대한 안내 자료가 정말 많습니다. 그 자료들을 보면 참 쉽게 설명을 잘해놨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 많은 자료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을 많이 갖추자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부터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위의 그림과 같이 프라이부르크시는 시민들이 집을 고칠 때 태양광 발전 설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고, 이자율이 낮은 대출을 연계해 주기도 합니다. 그럴때 반드시 첫번째 단계로 주택의 창문과 벽면, 지붕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빗물을 모아 사용하게 하고 생활용수를 중수도로 다시 사용하게 하는 등의 에너지 절감 설비를 우선적으로 하도록 하게 합니다. 이후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게 합니다.
프라이부르크시와 시의 환경단체들은 친환경정책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민주도로 이루어진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시민 스스로 지킨다는 자부심과 의무감,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프라이부르크 시는 친환경정책을 시작한 원년인 1992년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1992년의 50% 수준으로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50년까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도시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프라이 부르크의 상황이 부러웠습니다.
프라이부르크의 두번째 에너지 정책은 교통정책입니다. 시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트램이나 자전거로 이동이 편하게 도로를 설계하였으며, 자동차도 시내에서 30km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유럽 도시는 대중 교통 요금이 비싼편인데 프라이부르크의 트램 요금은 런던보다는 싸고 서울보다는 조금 비싼 정도였습니다.
프라이부르크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프라이부르크에서 에너지 자립률이 가장 높은 보봉마을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프라이부르크 시내 중심에서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친환경 에너지 주택단지, 태양광 발전 주차장, 소규모 지열 발전소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주택의 실험 모델 '헬리오트롭' 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헬리오트롭은 100%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여 운영하기 위한 주택의 실험체로 그리스어로 '태양을 향한다' 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해바라기 주택'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주택은 독일의 건축가 '롤프 디슈' 가 설계하고 지은 집으로 태양의 궤적에 따라 집 자체가 회전하면서 태양 광을 가장 많이 받도록 하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태양광 뿐만 아니라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지열을 이용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설비들이 되어 있어 프라이부르크시의 주택 신축과 에너지 설비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 프라이부르크 대학 도서관 (출처 : 구글 검색) -
그렇게, 보봉마을 투어를 마치고 프라이부르크 시내로 돌아와 태양 에너지 건축물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대학 도서관에도 가보고 시내 곳곳을 다니며 여행 끝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도 감상하고 성당 광장 한켠에 있는 와인 가게에서 화학보존제를 넣지 않은 지역의 신선하고 맛있는 와인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0박12일의 여정을 끝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세번째 CSR 유럽투어였지만 첫번째 투어 못지 않게 설레임이 가득했고 방문하는 곳곳마다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왔습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과 탐구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다시 우물 안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라이부크르를 마지막 방문지로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지속가능경영, CSR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다" 라는 아주 당연한 진리였습니다.
자... 2년 후엔 어느 곳으로 또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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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유럽투어 시즌 3 방문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2년 후엔 여러분들과 함께 시즌 4 여행을 떠났으면 합니다.
작년에 파타고니아 미국 본사에 다녀온 계기로 쓰기 시작한 책이 곧 출간됩니다. SK행복나눔재단의 서진석 그룹장님과 함께 "우리나라 CSR의 새로운 북극성을 제시해보자" 라는 당찬 결심을 하고 시작한 일인데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시면 훨씬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12월20일(금) 저녁 7시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합니다. 출판 기념회 참가 신청은 와디즈 펀딩을 통해 하시면 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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