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MEGA TREND
확장과 결합
(1) CSR 개념의 확장
* 2019년 12월 한 달 동안 2019년 결산 특집 'CSR 메가 트렌드' 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2020년을 맞는 Balanced CSR의 자기 정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1)CSR 개념의 확장' 을 올립니다. 이 기간 동안 공손체도 논술체로 바꿉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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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_CSR 스펙트럼
2019년 10월 4일 금요일 오전 10시 CSR 유럽투어 3기 일행 여섯 명과 함께 영국 런던 타워 브릿지 역 근처 SIX(Social Innovation Exchange) 사무국을 방문했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한국인인 윤소정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부터 ‘CSR 스펙트럼의 발전’이라는 주제 발표를 들었다. 때마침 SIX는 홍콩 정부의 연구기금을 지원받아 아시아 국가들의 CSR 현황과 발전 과제를 연구 중이었다.
윤소정 COO는 현재 시점에서 글로벌 차원의 CSR은 대략 일곱 단계의 스펙트럼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일곱 단계는 1단계인 자선사업 단계에서부터 7단계인 기업사회혁신 단계까지이다. 나는 SIX 방문을 통해 마지막 조각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던 CSR 메가트랜드에 대한 머리 속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의 CSR 메가 트랜드 퍼즐은 ‘확장’과 ‘결합’이라는 마지막 두 조각의 퍼즐로 완성되었다.
확장 : 범위, 규모, 세력 따위를 늘려서 넓힘_擴張, expansion
1. CSR 개념의 확장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말 자체에 이미 지속적 확장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알다시피 근대적 개념의 기업이 등장한 18세기 산업혁명 이래로 기업은 사회 혁신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 중에 하나다. 기업이 많아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사회도 함께 성장한다. 기업과 사회의 동반 성장은 둘 사이의 이해관계를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고 그 관계에서 비롯된 책임의 영역, 수준, 방식도 끊임없이 확장되고 높아지고 복잡해진다.
- 철강왕 카네기와 석유왕 록펠러 -
CSR의 시작은 기업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기업가 개인에 대한 것이었다, 산업혁명 시기에 기업을 세워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자선사업이나 종교단체에 많은 기부금과 헌금을 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 종교적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가 ‘개인’에 대한 것이었지 기업 ‘조직’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철강왕 카네기나 석유왕 록펠러가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많은 재산을 공익사업에 기부한 것은 기업가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것이다. 부자 기업가의 자선사업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기업가 개인 차원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 되었다.
2. 1950년대~1960년대 : 개인의 책임에서 조직의 책임으로 확장
현재와 같은 기업 조직의 사회적 책임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미국에서였다. 미국의 경제학자 보웬(Bowen)은 1953년 ‘비즈니스 맨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of the Businessman)’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의 목적과 가치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을 추구하거나 일련의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기업가는 기업을 사회의 목적과 가치에 부합하게 경영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것을 기업 조직 측면에서 다시 해석하면 ‘기업은 사회의 목적과 가치에 적합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웬은 이전까지 기업가 개인들에게 요구되었던 부의 사회 환원 책임을 넘어 기업경영이 사회적 목적과 가치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CSR에 대한 개념을 기업가 개인에서 기업 조직으로 확장했다.
보웬의 정의에 이어 1960년대에는 사회학과 윤리학자들에 의해 윤리경영 개념이, 1970년대에는 막 설립되기 시작한 글로벌 환경단체들과 히피 운동에 영향을 받아 환경경영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CSR 개념이 점차 확대되었다. 하지만 당시 학자들의 연구와 이론, 시민단체들과 문화 운동의 영향이 기업경영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3. 1970년대 : 글로벌 개념으로 확장
CSR 개념의 확장에서 1970년대는 중요한 시기이다. 1970년대는 통신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해지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낮은 인건비를 쫓아 생산기지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으로 옮기면서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 되었다.선진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CSR의 주제, 영역, 방식, 이해관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1976년 OECD가 체결한 다국적기업 가이드 라인은 1970년대 글로벌 경영이 CSR 개념 확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 라인은 1.일반정책, 2.정보공개, 3.인권, 4.고용 및 노사관계, 5.환경, 6.뇌물공여, 뇌물청탁 및 강요방지, 7.소비자 보호, 8.과학과 기술, 9.경쟁, 10.조세 등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76년 체결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인 개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 라인은 이론적으로 CSR 개념 확장에는 기여했지만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역시 실제 기업경영에는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4. 1980년대 : 마케팅과 광고로 확장
CSR이 실제 기업 비즈니스 영역에서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CSR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1980년대부터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컬러 TV가 전 세계 가정마다 보급되고 대중화되면서 대중매체를 활용한 기업 광고와 마케팅이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발전했다.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평판 상승용 광고와 공익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1984년 뉴욕 자유의 여신상 설치 100주년 보수 공사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자사의 신용카드를 만들고 사용하면 일정액을 보수공사비용에 기부하겠다는 공익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이 비즈니스와 기부, 양쪽 모두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CSR은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1984년에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와 1991년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에스티로더의 ‘핑크리본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5. 1990년대 : 비즈니스 가치사슬로 확장
CSR은 1990년대 이르러 중요한 확장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CSR 분야의 주요 학자들은 1990년대가 현재 CSR의 개념과 영역을 결정짓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1980년대 대중매체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눈에 보이는 CSR인 기업의 자선활동을 좋은 평판을 얻고 상품 판매에 이용했던 기업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비즈니스 가치사슬 영역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고발’에 직면하게 된다.
글로벌 대기업의 원재료를 공급하고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아동노동과 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인권단체, 소비자 단체의 고발이 1990년대부터 주요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들은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 되었던 1970년대부터 꾸준히 제시되었으나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가 1990년대 인권문제가 일반 대중들에게 중요한 이슈로 인식되면서 CSR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나이키가 파키스탄을 비롯한 아시아 생산 협력 업체들에서 아동 노동문제가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고, 유럽에서는 네슬레가 초콜릿과 커피농장에서 역시 아동 노동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기업들은 본사가 있는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원재료나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며, 자사가 아닌 원료와 제품을 납품하는 농장과 생산 협력 업체의 인권문제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렇게 1990년대는 CSR이 소비자들의 눈에 보이는 사회공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문제도 다루어야 함을 기업들에게 인식시켜준 시기였다.
6. 2000년대 : 다양한 이슈로 확장
2000년대에 이르러 CSR은 기업의 사회공헌,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인권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환경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2001년에 터진 미국의 엔론 스캔들은 기업의 건전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었으며, 2009년 미국 도요타 리콜사태는 소비자 보호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기업들에게 각인시켰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에 위치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생산 협력 기업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과 노동분쟁, 안전사고 들이 결국 글로벌 대기업들과 제3세계 생산 협력 기업들 사이의 불공정한 거래에 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정거래의 이슈도 부각 되었다.
기업의 환경적 책임에 대한 이슈는 1960년대 이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1984년 인도의 보팔 가스누출 사고와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1988년 북해 피어 알파 원유시추선 사고,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원유 유출 사고 등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업의 환경오염 사건과 사고들은 기업의 환경적 책임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경각심을 강하게 일으켰다. 이에 대해 1990년대에 이르러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들은 CSR의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환경영역의 오염사고 예방과 배출 규제 중심의 국제협약, 법과 제도들을 제정하고 기업경영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오염사고 예방과 배출 규제 중심의 환경 협약과 법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2000년을 즈음하여 이상 기온 징후가 나타나고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 문제가 글로벌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의 오염사고 예방과 배출기준을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7. 2010년대 : CSR 개념과 영역의 체계화와 실천방식의 확장
2010년은 이렇게 모아지고 확장된 CSR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체계화되는 시기였다. 2010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 ISO는 수년간의 연구와 전문가 및 회원국의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 가이드 라인 ISO26000을 발표했다. ISO26000은 1.지배구조(거버넌스), 2.인권, 3.노동관행, 4.환경, 5.공정거래, 6.소비자 이슈, 7.지역사회 발전과 참여 등 7개 핵심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ISO26000은 CSR의 개념과 영역의 기본 체계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ISO26000이 발표된 직후인 2011년에는 CSR의 확장된 개념과 체계를 실제 경영에서 적용하려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네슬레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아동노동과 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CSR 프로그램 ‘코코아 플랜’ 과 ‘커피 플랜’ 사례를 중심으로 CSR이 자선사업이 아닌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인 ‘공유가치창출(CSV : Creating Shared Value)’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지속가능연구원의 웨인 비서는 ‘CSR 2.0’ 개념을 제시하며 CSR 1.0이 자선사업과 광고와 홍보를 위해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사용하는 (사회와 환경문제 해결에 효과성이 거의 없는) 방식이었다면 CSR 2.0은 기업의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CSR 2.0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보스턴기업시민센터의 제이슨 사울은 ‘기업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이제는 사회, 환경문제를 혁신하고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2010년대는 ISO26000 발표를 기점으로 CSR 개념이 체계화되고 기존 CSR 개념과 실천 방법이 보다 비즈니스와 결합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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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글은 SIX의 7가지 CSR 스펙트럼을 중심으로 ‘CSR 실천 방법의 확장’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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