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메가 트렌드 _ 확장과 결합
CSR 실천 방식의 확장과 결합(1) _ 기부와 임직원 봉사활동
지난 주 CSR MEGA TREND 1. ‘개념의 확장’에서는 1950년대 CSR이 기업가의 자선적 책임에서 기업 조직의 책임으로 확장, 1970년대 지역사회와 개별 국가에서 글로벌 개념으로 확장, 1980년대 비즈니스와 결합하면서 마케팅과 광고로 확장, 1990년대 비즈니스 가치사슬로 확장, 2000년대 다양한 이슈(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이슈, 공정거래 등)로 확장 그리고 2010년대에 이르러 실천방식의 확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이어서 CSR 방식의 확장과 결합에서 전통적인 CSR 활동인 (1)기부에서 (2)임직원 봉사활동으로의 결합과 확장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이동이 아닌 확장
201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공유가치창출(CSV : 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CSR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새로운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미국, 영국, 스위스, 독일의 기업, 대학, 사회혁신 기관들을 방문하여 CSR 연구자, 담당자들을 만날 때마다 CSV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CSV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한국에서는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기업사회공헌팀이 CSV팀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의 해프닝이 있었는데 여기(방문지)에서는 어땠냐고 질문했다.
그들의 대답은 모두 다음과 같았다. “리얼리? 한국에서는 정말 그랬어요? 여기에서는 CSV가 당연한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마이클 포터 교수가 CSV를 얘기했다고 아는 CSR 담당자들도 별로 없을걸요. 그리고 사회공헌팀이나 CSR팀이 CSV팀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는데요. CSV는 비즈니스 전략인 거고 CSR이나 사회공헌팀은 별개로 할 일이 있는 건데 말이죠.”
이와 같이 CSV는 당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새로운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논쟁이 있었던 점은 CSV 개념 자체가 아니라, 마이클 포터 교수가 그 아티클에서 CSR을 기업의 자선사업(사회공헌)과 동일한 개념으로 설명했고 더불어 기업의 자선사업에 대해 투입하는 자원대비 효율,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업의 자선사업에 대한 폄하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주장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이 부분에 대해 CSR 관련 학자들과 기업 사회공헌 관련자들이 해명을 요구했고,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후 TED 강연이나 CSV 관련 발표에서 CSR이 기업의 자선사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기부나 자선활동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방식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CSV는 기업전략 측면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보다 큰 사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에 대한 경영 전략가 입장에서 제시한 방법론이며 모든 CSR 활동을 CSV 방식으로 변화 또는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CSV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CSV가 CSR 실천방식의 변화 선상에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식은 자선사업에서 공유가치 창출로 '이동'이 아니라 '확장과 결합' 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초 CSR 유럽투어 3기 때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SIX(Social Innovation Exchange)에서 제공해준 CSR의 7단계 스펙트럼은 이런 CSR 실천방식의 확장과 결합을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물론, SIX의 CSR 7단계 스펙트럼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2011년 마이클 포터가 CSV 용어를 제시했고, 같은 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 지속가능연구원의 웨인비서가 CSR 2.0 개념을 제안하면서 CSR의 5단계를 설명했으며, 미국의 보스턴 칼리지 기업시민센터(BC CCC)에서는 이보다 앞서 2009년부터 기업 시민 7단계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 SIX의 CSR 스펙트럼 7단계 -
스펙트럼 1. 자선 기부
SIX의 CSR 7단계 스펙트럼의 1단계 출발이자 가장 오래되고 지금도 여전히 CSR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천방식은 자선 기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부를 주 업무로 하는 기업사회공헌팀을 영어로 CSR팀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영미권 기업에서는 이런 역할을 CSR로 표현하기보다는 기업자선(Corporate Philanthropy)이라고 한다.
기업 기부의 역사는 기업의 역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당시부터 부자가 된 기업가들의 기부는 활발했다. 이것이 기업 조직의 기부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어쨌든 기업의 수익(=기업가의 수익)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기부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도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18세기 이후 기업가 또는 기업의 기부로 만들어진 교회, 병원, 학교, 도서관, 공원, 복지시설, 극장, 박물관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지역 복지사업을 주로 담당하던 교회나 종교단체에 부자인 기업가가 현금이나 물건을 기부하는 방식을 넘어 기업이 조직 차원에서 기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부터이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자선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조직들이 그 당시부터 생겨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YMCA(1844, 영국), 적십자(1863, 스위스), 구세군(1865, 영국) 등이 그 때에 설립되었고 이들 단체는 기업가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조직적 차원에서 기부와 자신들의 자선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기업 조직의 기부는 세계 1,2차 대전 등 전쟁을 겪으며 보다 본격화되었다. 기업들은 전쟁 물자를 생산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많은 물품들을 전장에 군인들을 위한 위문품과 전쟁 피해를 입은 난민들에게 기부했다. 기업의 임직원들도 전쟁시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적십자 헌혈 캠페인의 시작은 전쟁 부상병을 위한 헌혈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 전쟁시에도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20세기에 기업 기부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CSR의 가장 중요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업의 기부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 요구가 점점 더 강력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타당하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세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문제, 즉 형평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엽적인 문제나 틈새에 해당하는 사업, 위험성이 큰 실험적 사업을 쉽게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공헌으로 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가 많은 나라들에서는 기업의 기부금들이 이런 저런 통로를 거쳐 권력자와 측근들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되거나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 학교, 병원, 언론, 시민단체, 각종 협의체, 복지시설 등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모든 곳들이 기업의 기부를 바란다. 특히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으로 갈수록 기업에 대한 기부 요청은 많아진다. 그리고 지역에서 그들은 기업의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무조건 거부할 수 없다.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이 사회공헌 중 단순 기부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부는 한계가 명백하다. 기업이 기부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이 달라는 대로 다 주면 기업이 버는 모든 돈을 기부금으로 사용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원칙과 방식을 가지고 기부를 결정해야 할까? 기업 내에 사회공헌 조직이 없을 때에는 대부분 기업의 오너나 최고 경영자의 개인적인 판단과 기준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내려면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회장이나 사장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이 방법은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며 기부금을 받아 내는 주요 전략 중에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 2018 기부 트렌드 / 출처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기업 내에 사회공헌조직이 생긴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기부를 바라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없이 집행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사회공헌팀은 기부 관리가 핵심 업무 중에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기부에 대한 원칙과 전략을 세워야 하고, 특히 어떻게 기부 요청에 대한 거절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소통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장을 내가 직접 만나 기부 요청을 하면 반드시 기부를 해 줄 것’이라고 회사를 찾아와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기부 요청자들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이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에 의한 기부는 대부분 1회성이거나 이벤트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 입장에서는 그 기부를 가지고 뭔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사회공헌을 기업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오로지 선한 마음(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처럼)만 가지고 하는 것이라면 기부금을 공익에 잘 사용할 곳을 잘 선택해서 기부하는 방식이 사회공헌의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사회공헌을 넘어 CSR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선한 마음만 가지고는 어렵다. 그리고 때론 그 선한 마음을 악용하는 기업사회공헌 브로커를 만나면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사회공헌팀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가 하는 것인데 단순 기부만 가지고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어렵다. 기업의 사회공헌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기왕이면 같은 자원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회적 성과를 내는 것이 좋은데 그러러면 자선 기부 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안일한 행동이다. CSR에서 기업의 자선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선 기부에만 신경쓰다 보면 사회 이슈와 CSR 트렌드 확장을 쫓아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선 기부를 효율, 효과적으로 잘 할건인가에 대한 문제는 이어지는 스펙트럼 2,3,4와 연결되어 있다.
- 자료 : POSCO -
스펙트럼 2. 임직원 봉사
CSR 스펙트럼 7 단계 중 두 번째 단계는 임직원 봉사이다. 1단계인 자선 기부(현금+물품)에 사람의 힘이 결합한 형태로 확장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안되는 것이 거의 없지만, 돈으로만 모든 것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CSR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업들의 기업사를 찾아 보면 임직원 봉사활동이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그리고 전문적,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이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기업사회공헌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이 만들어 지면서부터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더 오래되었다. 삼성사회봉사단이 있기 전에도 기업 임직원들이 연말에 불우 이웃을 위해 김장도 하고 연탄도 날랐다는 기록들이 있다. 여름철 태풍 피해가 있으면 피해 복구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국내 기업 중 기업내 공식적인 사회공헌조직을 가장 빨리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부터 임직원 봉사활동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기네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회사 디아지오 그룹의 뿌리가 된 기업이다. 기네스는 임직원들로 구성된 응급 구조대와 소방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20세기 이전에 기네스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더블린에 공공 소방 체계와 응급 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기네스 자사의 소방과 응급의료를 담당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기네스 임직원 응급 의료단은 크림 전쟁과 세계 1,2차 대전에 의료 부대로 참전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나고 그 조직과 운영도 탄탄하다. 기네스 임직원 소방대와 응급 의료대는 지금도 회사내 화재 뿐만 아니라 더블린 시의 화재에도 출동하여 화재 진압과 응급 의료 활동을 돕고 있다.
임직원 봉사활동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소명과 전문성을 살려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돈만 오가는 단순 기부는 기부금 전달식에 참여한 기업의 경영자나 임원에게는 뿌듯한 경험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자리에 없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기업 직원들에게는 박한 임금을 주면서 외부에 후한 기부금을 내는 경우 오히려 직원들의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업의 임직원 봉사는 지역사회 문제해결과 개선에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돈으로만 할 수 없는 일들을 한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기업 문화를 유연하게 하고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자긍심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출처 : Volunteering Soluntions -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기업 임직원 봉사활동의 가치와 효과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보면 '(1)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라고 응답한 임직원들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가치 있는 일에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참여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낀다' 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임직원 봉사활동을 통해 '(3)직원간의 소통이 활발해 지고 기업문화가 유연해 지는 효과가 있다' 는 응답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즉, CSR 스펙트럼의 출발은 단순 기부에서 출발했지만 돈과 물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기업의 임직원들이 직접 나섬으로 인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더불어 임직원들의 보람과 만족을 높이는 임직원 봉사활동으로 결합, 확대되었다. 기업 홍보와 지역내 이해관계 측면에서 보면 1회성 이벤트로 기부금 전달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부금이 사용되는 활동에 직원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홍보의 효과도 높이고 지역 이해관계자들에게 사회공헌의 진정성도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사회공헌팀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의 성패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그 활동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또 직원들이 참여했을 때 '직원 간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기업문화가 유연해지는 효과'가 있는지, 더불어 그 활동을 통해 '내가 속한 회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CSR 스펙트럼의 1단계인 자선 기부와 2단계인 임직원 봉사는 인위적 또는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결합되고 확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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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스펙트럼 7단계 중 1단계와 2단계까지 설명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3단계와 4단계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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