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메가 트랜드(6) _ STEP 6
경영전략과 CSR의 결합
CSR의 시대구분
CSR MEGA TREND, 확장과 결합을 6주째 연재하고 있다. 이 글의 기초 자료는 지난해 10월에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사회혁신단체 SIX에서 제공한 ‘CSR 스펙트럼’이다. CSR 스펙트럼은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 기업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며 현재까지 발전시켜온 CSR을 7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CSR의 단계를 구분한 것은 CSR 스펙트럼 이전에도 여럿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을 몇 개만 간략히 소개하면, 1978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패트릭 머피 교수는 CSR을 1.박애의 시대(산업혁명~1950년대), 2.의식의 시대(1960년대), 3.문제분출의 시대(1960년대 말~1970년대), 4.반응의 시대(1970년대 말)로 구분했고, 이후 CSR 영역의 학자들이 비슷한 방식의 구분을 추가했다.
2006년에 이르러 미국 보스턴 컬리지 기업시민센터의 필립 머비스와 브래들리 구긴스 교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개념을 구체화하면서 CSR에 인격적 개념을 더했다, 그들은 기업시민의 단계를 1.초급, 2.관심, 3.혁신, 4.통합, 5.변화로 제시하며 CSR의 성숙도에 따른 구분을 시도했다.
또, 2011년 영국 캠브리지 지속가능경영연구원의 웨인 비서 교수는 기업의 시대를 탐욕의 시대, 자선의 시대, 마케팅의 시대, 경영의 시대, 통합의 시대로 구분하면서 각각의 시대에 짝을 이루는 CSR의 발전단계를 1.방어, 2.자선, 3.홍보, 4.전략, 5.총체적 통합으로 구분했다. 이어, 2014년에는 CSR 분야의 저명한 저술가이자 기업인인 스티븐 오버먼이 패트릭 머피 교수의 구분에 덧붙여 4.반응의 시대(1978년~1990년대 초) 5.성취의 시대(1990년대 중반~2014년), 6.솔선수범의 시대(2014년~ )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CSR의 시대와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기업에게 주는 의미와 필요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아는데 CSR 단계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 중 하나이고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제공하는 것으로 영리를 취하는 조직이다.
CSR은 기업이 현재와 미래의 사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기업이 CSR의 시대와 단계를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 경영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일이다. 현시대의 CSR이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은 인터넷 5G 시대에 여전히 전화 모뎀을 쓰면서 인터넷이 왜 이렇게 잘 안되냐고 전화 회사만 탓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CSR 시대와 단계 구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이런 임의적이며 이론적 단계 구분보다는 실제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옳다. CSR을 아무리 이론적, 체계적으로 잘 안다고 한들 경영 현장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논문과 책, 인터넷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CSR의 이론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실천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좋은 도구(지식)는 좋은 작품(성과)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CSR을 그저 기업이 이익을 얻는데 이용하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장은 CSR의 시작이 기업가 개인의 신념에 의한 자선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의 CSR도 그것(경영가의 신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CSR의 형태와 방식이 변하더라도 기업의 명성, 평판, 영향력 등 기업 경영에 유익을 얻기 위한 기업의 ‘이기적인 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에 CSR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업의 유일무이한 목표가 ‘주주가치 극대화와 이익창출’ 이라고 굳건히 믿는 사람들이며 CSR에 대한 회의론, 비판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CSR을 진짜처럼 보이도록 잘 꾸미는 것이 기업에 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기업 이기주의
스티븐 오버먼은 그의 저서 양심경제(원제: The Conscience Economy, 2014년 출간)에서 지난 20세기에는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거나, 사회에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기업가 개인의 신념에 따라 기업 내에서 CSR의 중요도와 실행범위가 결정되었으나, 앞으로 21세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업 이기주의’ 때문에 CSR을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예측은 2011년에 미국 보스턴 기업시민센터의 제이슨 사울이 출간한 CSR 3.0(원제 : Social Innovation,INC)에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스티븐 오버먼은 2010년 이후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CSR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예를 들며 이들이 앞다투어 회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 2020년과 2030년의 지속가능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매해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 발표하며,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자원이 소요되는 공격적인 단기 목표를 세우는 이유가 단지.. 단지 기업의 명성, 평판, 인기,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이렇게 앞다투며 CSR을 비즈니스와 통합하려고 하는 이유, 그리고 이들이 CSR 영역에서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앞으로 CSR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 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이유
“제가 지난 10년 가까이 사회 가치 창출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지 좋은 일을 하기 좋아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SK가 서바이벌(Survival)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바이벌!! 지속가능경영과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가치 창출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업 경영을 하기 어렵겠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이렇게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12월 3일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 공유의 장’ 특강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한 말이다.
‘서바이벌을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한다’ 는 것은 현재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말이다. 2019년 8월 19일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아마존, 애플, 보잉, JP모건 등 181명의 주요 기업 CEO들이 서명한 ‘기업의 목적’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직원들에게 투자를 강화하며 납품 업체와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 는 내용과 같이 이제는 단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성명서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의 유일한 의무가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대에 주장한 오래된 이론에서 벗어난 중요한 철학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제6단계_기업전략에 CSR의 컬러를 입히는 것
CSR 스펙트럼의 6단계는 기업 경영전략에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를 결합하는 것이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 경영철학에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를 결합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이다. 서구의 기업들은 이미 산업혁명때부터 그랬던 기업들도 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그렇다. 기업의 비전이나 미션, 사훈을 보면 대부분 인류애, 인류공존, 인류 행복, 세계번영에 기여한다는 단어와 문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비전이나 경영철학들은 신년회에서 한번 읽을까 말까한 말포장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 기업경영의 방향을 정하고 임직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연단위 경영전략으로 내려오면 좋은 가치들은 찾아볼 수 없고, 매출 증대, 순익증가, 비용 절감, 시장 점유율 상승과 같은 전투적인 말과 숫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
CSR 스펙트럼의 6단계는 기업의 경영철학이나 비전과 같은 말뿐인 선언에 CSR을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전투용어로 가득찬 연단위 경영전략에도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를 명확히 명시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전략뿐만 아니라 평가 또한 매출, 순익, 비용 절감 등 재무적 성과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창출도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SK그룹은 2019년 전사 KPI의 50%를 사회적 가치로 채웠다. 그리고 곧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지난해 10월에 런던 본사를 방문했던 유니레버의 경우 지속가능경영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이 완전히 통합된 것을 실제 확인 할 수 있었다. 유니레버의 핵심 경영전략과 목표는 다음 세가지다.
1.2020년까지 10억명의 보건복지 개선.
2.2030년까지 기업성장 속도에 맞춰 환경영향 50% 이상 감소.
3.2020년까지 전세계 수백만 빈곤층을 위한 생활개선에 노력.
영리기업이 아니라 마치 UN이나 글로벌 구호단체와 같은 유니레버의 경영전략 뒤엔 철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 중심 실행체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니레버 방문시 PT에서만 살짝 보여주고 자료로 공유하지 않았던 것에는 세가지 전략과 목표를 계열사와 주요 사업부서들이 상품과 비즈니스에 어떻게 결합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와 평가 방법을 기록한 수백 페이지짜리 전략시트가 존재했다.
예를 들면 환경영향을 50% 감소하기 위해 2025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용기를 100% 사용하되 세제에 포함하는 물 사용량을 50%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면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면서도 포장비용, 물류비용을 50%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3% 이상의 추가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이를 위해 R&D 부서에서 신기술 개발을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실행계획이 제시되어 있었다. 글로벌 1위 기업 유니레버는 환경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 모두다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온통 재무적 가치 뿐인 기업전략에 비재무적 가치인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를 결합하는 일은 기업 경영을 더욱 풍성하고 멋진 일로 만든다. 마치 흑백 TV를 컬러 TV로 바꾸는 일이나 솔로 연주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변화시키는 일과 같다. 2018년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시 파타고니아 경영철학 부사장인 릭 릿지웨이와의 인터뷰에서는 그는 파타고니아와 함께한 30년 이상의 실질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 환경적 가치를 비즈니스 전략과 결합시키는 일이 이상주의자의 꿈과 같은 일이 아니라 다음의 일곱 가지 측면에서 기업 경영을 현실적으로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했다.
1. 사회,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은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2. 브랜드 평판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사회,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이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3. 리스크 감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4. 기업가치와 투자가치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된다.
5. 투자사와 은행들의 장기적 신뢰(투자)를 얻을 수 있다.
6. 사회,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훌륭한 인재들이 입사하기 위해 몰려든다.
7. 위의 모든 사항들이 선순환을 이루어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어떻게?
이제,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떻게’이다. 어떻게 하면 연단위 비즈니스 전략에 사회, 환경, 인간적 가치를 잘 결합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을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허탈하지만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다. 그저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CSR에 대해 실제 행동할 수 있는 것 보다 이미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CSR의 기준과 실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글로벌 가이드라인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CSR 전략과 실행, 벤치마킹 사례에 대한 책과 인터넷 블로그도 읽지 못할 만큼 많다.
3년 내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고 싶다면, 원어민처럼 영어하기에 대한 방법론을 얘기하는 책 열권을 읽는 것보다. 지금 당장 영어학원에 가서 원어민 영어회화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손쉬운 방법론을 찾아 헤매는 시간에 영어 한마디 더 해보고 더 듣고 더 읽고 더 쓰는 사람이 영어를 더 잘하게 되어 있다. CSR도 마찬가지다.
뭔가 하나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고 또 실천할 때 어느새 이상적으로만 보였던 그저 남의 나라, 꿈과 같은 회사의 일로만 느껴졌던 일이 현실로 다가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편안한 사무실에 앉아 이상적이라고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있다고 우리 회사랑은 맞지 않다고 실천하지 않을 궁리만 하는 기업들에게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꿈과 이상의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다. CSR은 토끼와 같은 예민함과 거북이와 같은 꾸준함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다. CSR 환경변화에 대해 토끼와 같이 예민함을 같되 실천은 한발자국씩 거북이처럼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산이 아닌 바다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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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Balanced CSR의 목표는 50주 글 올리기와 깊게 그리고 쉽게.. 입니다. 완주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다음 주 CSR 메카 트랜드 마지막 편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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