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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 유럽 특파원이 전하는 유럽의 ESG 동향

by Mr Yoo 2021. 1. 10.

EU

유럽 특파원이 전하는 유럽의 ESG 동향

 

 

프랑크푸르트에서 휴가나온 남자...

 

1월4일 월요일 오후 늦게 이준석PL(SK 하이닉스)을 만났다. 그는 2019년 8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문을 연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연구소에 파견 근무 중이다. VBA는 독일 화학그룹 바스프와 우리나라 SK를 중심으로 노바티스, 보쉬, SAP, 도이체방크, 라파지홀심, 필립모리스 등 7개 기업이 사회가치측정과 측정 결과의 화폐가치 전환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이준석PL은 파견된지 2년만에 휴가를 얻어 귀국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그를 반갑게 만났다. 짧은 인사를 마친 후 다짜고짜 그에게 유럽의 ESG 상황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2019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이준석 PL

 

* 유 : ESG 가 한국에선 떠들썩한데 유럽에선 어떤가요?

 

* 이 : 잘 아시겠지만, 유럽에선 ESG가 10여년 전부터 공론화된 주제라서 한국만큼 떠들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작년 초 다보스세계경제포럼(이하 WEF)에서 ESG를 많이 강조했다는 정도입니다. 그 이후에 코로나 때문에 유럽 전체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서 ESG보다는 코로나 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이슈입니다.

 

* 유 : 코로나 와중에도 EU는 ESG 성과 공개를 계속 밀고 나가는 것 같던데요? 

 

* 이 : 네, 그렇습니다. 현재 EU에서 ESG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EU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그런데요. 그 이유는 실제 EU가 현재 글로벌 ESG 어젠다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첫번째 주제는 ESG 공시기준의 통합화입니다. 두번째는 재무성과와 ESG 성과를 통합화하는 것입니다. 

 

* 유 : ESG 공시기준 통합화는 WEF에서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 이 : 맞습니다. WEF 뿐만 아니라 EU도 ESG 공시기준 통합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차원의 ESG 관련 평가나 공시기준이 대략 125개 정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처럼 각 국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ESG 평가 기준을 다 합친다면 수백개가 될 수 있고, 민간 투자기업이나 금융회사의 기준까지 합치면 수천개가 될 수 있습니다. 평가를 받는 개별 기업들이 수백, 수천개의 ESG 지표를 모두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ESG 공시/평가기준이 다르다 보니, 어떤 평가에서는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어떤 평가에서는 나쁜 등급을 받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를 하는 평가사는 평가사대로 평가를 받는 기업은 기업대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걸, 통합해서 혼란을 수습하고 국제적인 ESG 공통지표를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ESG 공동지표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ESG 어젠다를 선점하게 될것 같은데, EU나 WEF나 모두 자기들이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을 논의하는 중심인물들이 WEF와 EU에 모두 깊숙히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EU와 WEF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WEF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지표

 

* 유 : WEF에서 지난 9월에 발표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지표도 그런 맥락이겠죠?

 

* 이 : 네, 그렇습니다. WEF가 발표한 지표는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GRI와 같은 기존 ESG 지표에서 자기들이 발표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행 프로젝트에 적용 가능한 부분을 선택해서 조합한 것인데, 이것을 ESG 공동지표로 내세우기는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다른 국제기관들과 합의를 한 것도 아니고 빠진 부분도 많기 때문에 이것이 글로벌하게 ESG 공통지표로 사용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유 : 그렇다면, EU의 ESG 공동지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이 : 이미 EU는 2018년부터 EU내에 500인 이상 기업의 지속가능지표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시기준과 형식을 명확하게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또는 객관적인 평가와 상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EU는 기업의 재무/비재무 정보공개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EU 기업들의 재무와 ESG 데이터를 통합 공개하는 포털 플랫폼이고 일반 대중이 누구나 들어와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 발표한 내용입니다. 2023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머니투데이 2020.7.23

 

민중의 소리 2020.7.19

 

* 유 : 2023년에 재무/비재무(ESG) 통합 플랫폼을 공개하려면 ESG 공시지표의 통합화가 그전에 이루어져야겠네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가능할까요?

 

* 이 : 아무래도,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완벽한 통합지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넓은 범위의 공통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수치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환경 쪽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시겠지만 EU가 2019년에 그린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ESG를 규제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입니다. EU 소속국가들이 EU의 규제가 너무 세다고 불만이 하도 많다보니까... 그래서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ESG 마저 규제의 방향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성장 전략으로 보이는 것이 EU를 통합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ESG에서 환경을 강조하고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자동차와 같은 신사업 성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환경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공통지표가 먼저 제시되지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 유 : 그렇다면, 그동안 ESG의 글로벌 지표를 제공했던 곳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이 : 2014년부터 글로벌 ESG 공시 표준 기관들 8개(IIRC, SASB, CDP, CDSB, GRI, ISO, FASB, IFRS)가  CRD(Corporate Reporting Dialogue)를 만들어서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콜라보가 많이 이루어졌는데요. 2020년 9월에는 이들 기관 중 5개 기관(IIRC, SASB, CDP, CDSB, GRI) ESG 공시 표준통합하겠다는 발표를 또 했습니다. 

 

* 유 : 각 지표들의 성격도 다르고 적용 방식도 다른데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요?

 

* 이 : 네, 맞습니다. 그래서...,  ESG의 전반적인 체계는 GRI를 따르고, 산업별 특징, 기후변화 등과 같은 부분적인 부분은 SASB/CDP/CDSB를 따르고, 재무지표와 연계하는 부분은 IIRC를 기본으로 해서 체계마련을 한다고 합니다. 

 

* 유 : 각각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이 : 그래서, EU나 WEF와 같은 통합기구들이 각 지표 기관들과 통째로 연합하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정부나 기업들의 압박이 커지면 그렇게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중에 IIRC와 SASB가 하나의 재단으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이 통합재단에 CDP나 CDSB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 유 : 통합재단이 된다면 가능성이 높아지겠네요. 

 

* 이 : 네.. 그렇습니다. 통합재단이 성립되고 EU나 WEF와 손을 잡는다면 3~5년 정도 내에는 ESG 통합지표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유 : 다음으로 재무지표와 ESG 지표를 통합하는 움직임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 이 : 이것도 앞서 말씀드린 ESG 통합지표와 관련이 있습니다. 재무지표와 ESG지표를 통합하려는 최종적인 목적은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인데요. 아시다시피 현재 공시되는 재무지표만을 가지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특히, 연기금 같이 장기투자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곳에서는 단기성과인 재무지표만 가지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장기적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 바로 ESG 평가의 중요성이 들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ESG 평가지표가 중구난방이다보니, 이것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EU나 WEF의 상황인 것이고, 그것을 재무지표와 통합할 때 비로소 객관적이고 신뢰 가능한 기업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EU나 WEF의 바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ESG통합지표는 EU의 환경위원회 같은 곳에서 주도하고 있고, 재무지표와 ESG 지표를 통합하는 일은 EU의 경제/재무위원회에서 하고 있어서.... 이것이 어떻게 통합될지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유 : 재무지표와 ESG 지표를 통합하는 일은 회계법인들이 나설 것 같은데요. 그래야 앞으로 장사가 될 테니...

 

* 이 : 맞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4대 회계 법인인 딜로이트, EY, PWC, KPMG 가 WEF 통합지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구요. EU와도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재무지표와 ESG지표가 통합되면 그것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감사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할텐데 그것 또한 4대 회계 법인이 주도할 생각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겠죠.

 

* 유 : 그럼, IFRS(국제회계표준)재단도 가만있지 않겠군요?

 

* 이 : 당연합니다. 4대 회계법인이 주축이되어 운영하고 있는 IFRS이 아무래도 통합지표 작업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IFRS는 ESG보고 기준 수립 조직을 신설하고 재무성과와 ESG 성과를 통합하는 논의를 이미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외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별도의 위원회(조직)를 구성하여 통합작업에 집중하고 대외적으로 협력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EU나 WEF가 IFRS의 새로운 조직과 협력할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2020.7.23

 

* 유 : 미국은 좀 어떤가요?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 같은데요.

 

* 이 : 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다고 했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ESG 공시쪽 보다는 친환경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EU처럼 통합 기준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약하니까.. 아무래도 경기부양을 위한 산업정책이 우선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니까... 하버드나 보스톤과 같은 미국 유명 대학의 경제 연구소들이 친환경산업과 ESG에 대한 아티클을 최근에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ESG 평가나 공시쪽 보다는 ESG를 어떻게 경영전략이나 신성장 아이디어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ESG를 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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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

 

이준석 PL과의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준석 PL은 2018년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때 동행하기도 했고, 2019년 유럽 CSR투어 3기때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간 이준석 PL이 앞으로 유럽의 ESG 소식을 자주 전해 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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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때문에 더 춥고 더 힘든 겨울입니다. 다들 힘내시고... 저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 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