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실험대, 코로나(COVID)-19 (3)
ISO26000과 COVID-19의 연결(2)
글로벌 가이드 라인
P기업이 기업시민과 관련된 책을 지난 12월에 출간했다. 부제는 "19명의 석학이 소개하는 '기업시민'의 현재와 미래"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교수님들도 CSR에 대한 실무적 이해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앞부분인 32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CSR은 기업이 이미 창출한 이익 일부를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 반면... (중략)... 기업시민은 CSR, CSV를 포괄하며 진일보한 개념으로, 자발적인 가치를 지향하며, 경영진뿐만 아니라 일반직원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가치 창출적 기업행위를 말한다. "
CSR을 기부나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공헌'으로 해석하면 위와 같은 문장을 쓸 수 있겠으나, 이 글을 쓰신 교수님이 ISO26000이나 GRI와 같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보셨다면 CSR을 이렇게 설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시민이 CSR보다 진일보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기업시민과 CSR은 병렬적 관계이며 서로를 도와주는 개념이다. 어느 것이 더 앞선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이 교수님의 주장대로라면 기업은 CSR이 아니라 기업시민을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기업시민이라는 것은 기업이 사람 시민과 같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구성원(시민)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기업 시민의 기본 개념이다.
그렇다면 기업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CSR이다. 즉,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CSR을 성실히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님처럼 CSR을 단순히 사회공헌이라고 여기면 기업이 사회공헌만 해서는 안되고 시민이 지켜여 할 다양한 가치, 예를 들면 인권, 환경, 노동권, 시민윤리, 공동체의 안녕과 발전에 기여 등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기업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업시민이 지켜야 할 가치는 이미 ISO26000과 같은 CSR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모두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교수님이 "ISO26000 정도만 실천해서는 기업시민이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 그 이상을 실천해야만 한다"라고 주장 한 것이라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하지만, ISO26000에서 제시하는 CSR 기본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이상적인 일이다. 현실에서 그런 기업이 나오기는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석학이라 불리는 교수들은 대부분 미국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스승은 그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학문적 업적이 위대하면 위대할수록 한 부분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학문의 특성이 그렇다. 뾰족한 부분이 있어야 학자로 존경받고 일가의 수장이 될 수 있다.
기업 실무에 적용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학문과는 다르다. 뾰족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을 포함시키고 이들의 상황과 형편을 살펴서 다같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학문의 길이 훈련된 전문 등반가가 되어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이라면,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남녀노소 모두를 이끌고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 같은 일이다.
새해 첫 블로그부터 쓴소리를 하면 한 해가 내내 괴롭겠지만 어쩔 수 없다. 혹여나 이 책을 읽고 잘못된 개념 때문에 길을 잃는 실무자가 있을까 봐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 나는 교수님들 보다는 실무자들 편이니까....
※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애쓰신 P사의 실무자분들 입장에서는 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P사의 기업시민 행보를 적극 응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학문을 이끄는 저명한 교수님들이 CSR에 대한 이해, 특히 실무적 관점의 이해를 조금 더 넓히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에 이 글을 썼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ISO26000과 COVID-19의 연결(2)_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CSR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ISO26000과 COVID-19를 연결해 보려고 한다.
왜, 이 설명을 하고 있는가 하면, 최근, ESG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업 실무자들의 문의가 많이 왔고, 지극히 실무적인 관점에서 "ESG 경영은 ESG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하는 경영"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ESG 경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의 실행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COVID-19랑 ISO26000을 연결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ESG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속가능경영의 실현이고 ESG 경영을 잘한다는 것의 보다 포괄적(실무적 관점을 넘어)인 의미는 지속가능경영에 방해가 되는 장애요인이나 문제를 잘 해결해나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가장 위험이 되는 문제나 장애요인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ESG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방향과 방법대로 해결하면..... 그것이 바로 ESG 경영을 잘한다는 의미.... 이다.
설명 끝.. 글로 이해가 잘 안 되신다면 직접 만나 뵙고 설명을 들으시는 것으로!!
5. 공정운영
ISO26000의 7가지 핵심 주제 중 다섯 번째인 "공정운영관행"은 우리나라에서 "상생경영", "동반성장"과 같은 활동들을 의미한다.
LG전자는 COVID-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2020년 2월 24일 주요 협력사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COVID-19 상황에서 협력사와 상생방안을 협의했다. 그 결과, 자금조달이 어려운 협력사에 550억 원의 긴급 자금을 무이자 또는 저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일은 LG전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삼성이나 현대기아자동차 등 협력업체들이 많은 대기업들도 비슷한 시기에 거의 똑같은 일을 했다.
이와 같이 ISO26000에서 공정운영이라 함은 "조직의 구매, 물류 및 계약 정책과 관행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관리 원칙의 개발과 이행" 및 "협력사 등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지원" 그리고 "지속가능한 구매 및 조달체계를 구축"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ISO26000에는 공정운영과 관련된 더 많은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선 COVID-19와 연관관계에 있는 조항만 소개하기로 한다.)
이 조항들을 COVID-19와 연결하여 실천하는 방법은 "구매, 물류 및 계약 정책과 관련하여 COVID-19와 같은 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원칙의 개발과 이행을 하는 것"이며, "협력사 등이 COVID-19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COVID-19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구매 및 조달체계를 구축" 하는 일이다.
6. 소비자 이슈
ISO26000에서 소비자 이슈는 "소비자의 보건 및 안전보호", "소비자 교육과 인식 제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 "소비자 정보보호",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 가능(용이)한 방안 제공" 등이다.
이와 관련된 실천 방법은 "COVID-19와 관련된 소비자 보건 및 안전보호", "관련 소비자 교육과 인식 제고", "COVID-19와 관련되어 소비가 증가하는 제품에 대한 지속가능성 제고", "필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안 마련" 등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0년 4월13일부터 어린이 통학차량과 소방청 구급차량에 대한 소독 및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COVID-19 상황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지원한 것이다. 이런 활동은 특정 차량에만 하지 말고 다른 차량들도 다 해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극장이나 백화점, 쇼핑센터, 카페, 음식점, 교통과 운수 등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사업장을 소독하고 고객과 소비자들이 COVID-19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들이 COVID-19에 대응하는 ESG 경영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7.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기여
ISO26000의 7번째 핵심주제인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기여'는 사회공헌을 포함해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 "지역 조직 및 이해관계자들과 파트너십 강화", "교육 및 문화활동 기여", "고용창출과 기술개발", "기술보급과 접근성 향상 노력", "부와 소득창출", "보건 기여", "사회적 투자" 등의 내용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은 "COVID-19 해결을 위한 지역 조직 및 이해관계자들과 파트너십 강화, 지원/참여활동 실행", "COVID-19로 인한 지역사회 교육 및 문화활동, 고용창출과 기술개발, 기술보급과 접근성 향상 노력, 부와 소득창출, 보건기여, 사회적 투자"와 관련된 활동을 찾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COVID-19와 관련되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기업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사회공헌을 실행했다. 단, COVID-19 초기 상황에 대한 대응은 그렇다. 그동안 여름마다 태풍 피해를 겪고 이런저런 재해와 사건사고들을 많이 경험한 학습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작년 2월과 3월 대구 확산 대응 이후에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관련 기업사회공헌이 뜸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는 이렇다 할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보이질 않는다. 그동안의 재해재난, 사고 대응이 1회성 특별 기부금이나 물품지원으로 끝난 것에 비교해, COVID-19는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방안과 사회공헌 전략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파악된다.
문제는 올해다. 백신 공급과 치료제 개발의 희소식이 날아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 터널 끝이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고 해도... 그동안 잘 버티기 위해선 기업사회공헌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 거버넌스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ISO26000의 구조를 가만히 살펴보면, 7가지 핵심 주제 중 가운데를 차지하는 것이 "조직과 거버넌스"이다. 즉, 인권, 노동관행,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개발 지원 등 상호 의존성(Interdependence) 있는 주제들을 통합적(Holistic approach)으로 관리하고 균형 있게 실행하는 주체가 바로 거버넌스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COVID-19와 관련한 거버넌스의 실천방법은 "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목표 등을 만들고 이에 대한 고위 관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 하는 것과 동시에 "COVID-19 관련 대응 활동에 모든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시 권한, 책임, 능력에 대한 위임과 활동에 균형을 이루는 일"을 실행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글로벌 기업들, 예를 들면 유니레버, 네슬레, 코카콜라, M&S 등을 보면 회사 내에 COVID-19 비상 대응위원회와 대응팀을 만들고, 대응방안에 대한 행동원칙과 방법들을 정하고 이를 기업의 모든 임직원과 비즈니스 가치사슬 내의 협력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COVID-19 대응을 위해 전사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지만,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측면에서는 조금 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자!! 2021년 새해 첫 블로그는 여기까지입니다. 올해 화두도 역시 ESG와 COVID-19가 될 것 같습니다. ESG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특히 실무자라고 하면 ESG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잘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올해도 Mr Yoo의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Balanced CSR & ES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SG, 돈 벌이가 시작되었다. (0) | 2021.01.16 |
---|---|
ESG, 유럽 특파원이 전하는 유럽의 ESG 동향 (0) | 2021.01.10 |
2021년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씩!! (0) | 2021.01.02 |
ESG의 실험대, 코로나(COVID)-19 (2) (0) | 2020.12.27 |
ESG의 실험대, 코로나(COVID)-19 (1) (0) | 2020.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