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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의 실험대, 코로나(COVID)-19 (1)

by Mr Yoo 2020. 12. 20.

 

ESG의 실험대, 코로나(COVID)-19 (1)

-  2020년 키워드 -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

 

어쩌면 태풍처럼 지진처럼, 파괴적이지만 짧은 시간 왔다가 사라지는 재난이 나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모든 일상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고, 생계를 불안해해야 하고,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지치고 우울해졌다. 시사IN북이 정한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라는 책 이름은 새로운 현실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어치피 일격에 끝나버리지 않을 문제, 가늘고 길게 버티자고, 서로가 서로의 애틋함을 가지고 함께 헤쳐나가자는 뜻 말이다. 

 

-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 / 220p - 

 

......

 

이러저러한 관계에 얽혀 코로나19와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 두 개에 참여했고 하나는 참여 중이다. 덕분(?)에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관한 국내외 자료들을 꽤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관련된 국내외 컨퍼런스나 세미나가 온라인에서 열리면 가능한 많이 참여했다.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컨퍼런스는 다들 고만고만했다. 상식과 원칙과 기대와 예상에 어긋남이 없었다.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하고 깊은 그리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서로의 입장이 다를때는 더욱 그랬다.

 

언론보도 중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이구동성, 미국 뉴욕타임즈의 관련 기사들이 발군이었다는 평가다. 미제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언론 중에는 이런 기사를 쓰는 곳이 왜 없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자꾸 생긴다.

 

책 중에는 시사IN북에서 지난 7월에 발간한 전문가 대담집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가 손에 자꾸 잡힌다. 전문가라고 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의 얘기는 해줘야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따라서 나는 아직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즈 Coronavirus Vaccine Tracker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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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핫 키워드 "ESG" 

 

내가 밥을 벌어 먹고 사는 '기업사회공헌, CSR, 지속가능경영' 바닥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핫했던 키워드는 "ESG" 였다. 아침마다 LG전자 CSR팀의 유창우책임이 단톡방에 올려주는 이 바닥 언론 기사들 10건 중 5~6건은 ESG에 관한 것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유창우책임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꾸벅^^!!

 

10년전으로 시간을 돌려 ISO26000이 발표되었을때 나와 같은 CSR 담당자들은 '이제 기업들이 CSR에 제대로된 관심을  갖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건 순진한 기대였다.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간에 CSV라는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20년이 되자 그토록 기대했던 일이 눈 앞에 벌어졌다. 올해 초부터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투자에 ESG평가를 대폭 반영하겠다는 발표를 이어갔다. 급기야,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ESG평가를 50% 이상 반영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지금은 겨우 4%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실상, 이 일은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2006년에 체결된 "UN PRI(UN 사회책임투자원칙)"가 올해부터 실효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PRI도 잘 몰랐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렇게 될까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아무튼, 기업들의 예상과는 달리 정말 그런일이 일어났다.   

 

CSR을 기업사회공헌으로 퉁치려고 했던 기업들이 갑자기 ESG 전담팀을 만들고, 환경경영과 사회공헌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탄소발자국을 소재로한 기업 CF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상전벽해가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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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ESG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 드디어 때가 되었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현재 상황이 그래 보인다. 의구심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중에 유독 E(환경)에만 편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배출절감, 탄소제로, 신재생에너지, RE100, 친환경자동차, 수소사회, 플라스틱 제로, 재활용소재, 업사이클링... ESG 언론 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키워드 중 100%가 환경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이쯤되면 ESG가 환경경영을 의미하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알다시피, ESG는 환경경영이 아니다. 1994년 ESG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TBL(Tripple Bottom Line, 지속가능경영의  세 가지 기본 선, 경제/환경/사회)개념을 세상에 내놓은 영국의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은 2018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과 최근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거듭 이렇게 강조했다.

 

"환경과 사회, 경제 또는 거버넌스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TBL 또는 ESG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그 균형은 반드시 상향평준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기업의 이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한 부분만 강조한다면 결코 그것을 ESG나 TBL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중 유독 E만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E가 제일 만만하기 때문이다.  

 

G(거버넌스)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재벌'이 국제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지금, 누가 G를 개선하겠다고 재벌 오너의 결제를 받을 수 있겠는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하겠다고 나서자 보수 언론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사회주의적 발상, 민간기업 자유경영 침해, 국가경쟁력 약화 등의 기사들을 쏟아낸다. 국가경제의 장기적 안정성과 기업경영의 건전화보다 이번 달 들어올 광고주의 입금이 더 무서운 법이다.

 

S(사회)를 구성하는 인권, 노동권, 소비자보호, 공정거래, 상생경영, 사회공헌 중 사회공헌을 제외한 다른 단어들은 우리나라 기업 경영자들에게 늘 껄끄러운 단어들이었다. 돈이 최고의 권력이 된 대한민국에서 돈 많은 대기업이 그렇지 않은 다른 기업들 또는 사회의 다른 이해관계자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사고방식이 대기업내에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인권, 노동권, 공정거래, 상생경영은 그 사회의 시민성이 그것들을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줄 세우고 차별하고 나보다 뭔가 하나라도 모자라면 깔보는 우리의 시민성이 기업 안에서도 고스란히 작동하고 있다.       

 

 

유니레버 COVID19 특별 페이지

 

네슬레의 COVID19 특별 페이지

   

 

ESG는 지속가능경영이다.  

 

G는 재벌들의 세상이니 어렵고, S는 시민성이 안 받쳐주니 쉽지않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E 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주 ESG와 관련된 어떤 토론에서 모여진 의견이다. 설득력 있는 이유와 논리지만.. 그렇다고 E에만 몰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 ESG는 원래 '지속가능경영'을 의미한다. ESG, ESG... 라고 자꾸 얘기하니까 맨 앞에 있는 E부터 잘해야 할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지속가능경영은 뭔가? 우리회사가 망하지 않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이다. 그렇다면 우리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경제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계속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인 지구환경도 나빠지면 안된다. 환경이 나빠지면 나빠질 수록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니까.. 또,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와 시장도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기업이 위치한 국가나 사회에 문제가 많아도 기업경영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사도 잘해야 하지만, 지구환경(E)과 사회공동체(S)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에도 신경(G)을 써야 한다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의 현존 개념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와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물론, 지구환경의 안전성을 헤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플라스틱 쓰레기도 중요하지만.... 우리 눈 앞에 있는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이슈는 바로 '코로나19'이다.

 

그래서, 현재 지속가능경영을 잘한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너나 없이 "COVID 19 RESPONSE"가 메인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유니레버가 그렇고, 네슬레가 그렇고, 코카콜라가 그렇다. 등등등...

 

 

코카콜라 COVID19 특별페이지 

 

 

코로나 19는 지속가능경영의 실험대이다.

 

눈 앞에 닥친 코로나19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더 크고 장기적인 지속가능경영을 잘할 수 있을까? 올해 지속가능경영, ESG를 평가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평가사들이 평가 대상 기업들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과 이익의 유지뿐만 아니라, 기업을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이 속한 국가와 시장의 코로나19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경영, ESG 평가는 ESG 리스크에 기업이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글로벌 평가사들이 2020년 ESG의 가장 큰 리스크를 코로나19로 보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는 것이 ESG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이다.

 

단지, 평가 뿐만 아니고 실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그렇다. 똑같은 업종의 기업들이라고 해도 어떤 기업은 코로나19때문에 거의 망해가고 있는데 어떤 기업은 오히려 매출과 수익이 올라가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지만, 며칠 후 시작되는 2021년 또한 With COVID-19가 될 것이다. 빨라야 내년 말이 되어야 백신과 치료제가 세계 곳곳에 공급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RE100, 플라스틱 폐기물 절감, 수소사회 실현도 중요하지만 눈 앞의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지속가능경영과 ESG의 문제이다. 

 

눈 앞에 바짝 다가온 2021년... 그리고, 코로나 19...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면 좋을까?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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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SG와 코로나19가 따로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서 올해 마지막 블로그 1, 2는 ESG와 코로나19를 연결하는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 마무리하겠습니다. 

 

기업공익재단에 관한 글은 좀 더 준비가 필요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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