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시민
- 사회공헌매거진 9호 -
『사회공헌매거진 제9호(2020.12)』에 기고한 글로 이번 주 블로그를 대신합니다. 일이 좀 많이 밀렸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부터는 원래대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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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국에서 기업시민으로..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포스코는 100년 기업을 바라보며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 포스코”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2년 전 취임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한 최정우포스코회장은 지난 7월 『기업시민 실천 가이드』 를 발표하고 발간사를 통해 기업시민을 포스코의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류는 기업과 함께 놀라운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회를 위협하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있었습니다.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서로에게 커다란 파급효과를 주고받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제적 수익 창출을 넘어 사회와 함께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성장방식을 만드는 것이 기업에게 부여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포스코는 1968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이후 2000년 민영화에 이르기까지 산업보국(産業報國)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산업을 통해 국가에 보답, 충성하겠다는 산업보국은 1970년대를 거친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통적인 사훈(社訓)이었다. 국가주의에 기반한 산업보국의 선두에 섰던 포스코가 이제는 기업시민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가 국가(정치권력)에서 시민으로 바뀐 것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기업시민과 CSR
기업시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발전 과정 중에 탄생한 용어이다. 1980년대 학계에 등장했고 1990년대에 CSR과 지속가능경영의 실천 주체로서 기업의 시민의식(Citizenship)이 강조되었다.
1979년 『CSR 피라미드』 모델을 제시하여 CSR의 이론적 기반을 체계화한 미국 조지아대학 캐롤(Carroll)교수는 1998년의 연구논문 『기업시민의 네 가지 얼굴』에서 기업도 일반 시민과 같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며 그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기업시민에 대해 1.경제적 측면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2.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법을 준수해야 하며, 3. 법을 넘어서 사회적, 윤리적 규범을 따라야 하고, 4. 창출된 기업의 이익을 사회를 위해 다시 사용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대부터 기업시민은 기업 경영 현장에서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m)에 참여한 16개국 40여명의 CEO들은 “책임있는 기업시민은 기업 경영에서 긍정적인 파급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소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기업시민 합의문』을 발표했다.
기업시민 발전 5단계
미국 보스턴 대학은 1985년 기업시민센터(BC CCC : Boston College Center for Corporate Citizenship)를 설립하고 기업시민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BC CCC는 『기업시민 발전 5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1단계인 기초(Elementary)의 핵심 개념은 ‘일자리, 이익, 세금’ 등으로 전통적인 기업의 경제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2단계인 개입(Engaged)의 핵심 개념은 ‘자선사업과 환경보호’로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사회공헌에 사용하고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않는 것을 의미한다.
3단계인 혁신(Innovation)의 핵심 개념은 ‘이해관계자 관리’로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서로 기능적으로 협력하고 이들의 사회, 환경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 활동을 하는 것이다.
4단계인 통합(Integrated, 또는 내재화)의 핵심 개념은 ‘지속가능경영’으로 지속가능발전개념을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선제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5단계 변형(Transforming)의 핵심 개념은 ‘비즈니스 변화’로 기업과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모든 경영활동에서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사회공헌에서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전환
2007년 BC CCC의 『기업시민 발전 5단계 모델』 발표 이후 CSR과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앞장서는 기업들은 4단계인 통합과 5단계인 변형을 달성하기 위해 자선활동 중심의 기업사회공헌에서 사회, 환경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직접 해결하는 사회혁신 비즈니스의 방향으로 CSR의 영역과 실천 방식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2009년 네슬레는 자사에 커피와 카카오 원두를 공급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농장의 아동노동 문제, 소규모 소작농에 대한 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 플랜, 코코아 플랜이라는 CSV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10년 동안 아동 8만명 이상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소규모 소작농의 수입은 평균 2.5배 성장했다. 이 사례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하면서 공유가치창출(CSV : 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유니레버는 2010년 비즈니스와 CSR의 비전을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일상으로”라는 새로운 통합 비전을 발표하였다. 유니레버는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첫째, 2020년까지 10억 명의 빈곤층을 위한 보건 및 복지개선, 둘째, 2030년까지 환경영향 50% 감소, 셋째, 2020년까지 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른 수백만 빈곤층의 생계개선을 목표로 내세웠다. 2019년 유니레버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2020년까지 세운 목표를 95% 이상 달성하였다.
기업시민의 수준은 시민의 수준이 결정한다.
네슬레나 유니레버와 같이 각 산업에서 글로벌 TOP 기업들이 사회혁신 비즈니스로 전환, 확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을 아끼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시민사회의 비판과 견제이다. 네슬레는 1990년대부터 아프리카와 중남미 농장의 아동문제를 해결하라는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언론의 매우 강력하고 지속적인 항의, 불매운동을 겪었다.
유니레버 또한 제품 대부분의 원재료인 팜유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동남아시아 천연림 파괴 및 노동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환경단체들로부터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당했고 당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네슬레와 유니레버에게 제기한 사회, 환경문제는 아직 100% 해결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꾸준한 노력과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두 회사는 이제 산업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CSR영역에서도 글로벌 TOP 기업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업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 중에 하나이고 법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법인(法人)이다. 기업시민을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포스코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전부가 기업시민이다. 이 기업시민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감시와 견제가 균형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시민의 수준은 기업의 속한 사회의 시민 수준과 같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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