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
UN SDGs
ESG 경영을 왜 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시대가 요구하기 때문이죠"
주중에 만난 대기업의 CEO는 'ESG 경영을 왜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투자나 평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투자자만을 위해서 회사를 경영하는 건 옛날방식이죠. CFO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CEO는 전체를 두루두루 살펴봐야 하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에게 욕먹는 회사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얘기하자면 최소한 고객과 사회에게 해를 끼치는 기업이 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최고 경영자로 있는 동안 회사의 재무적 성과가 올라가야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그것때문에 나쁜 회사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죠. "
잠깐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더니 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마도, 요즘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경영자로 있는 동안 이 기업을 예전 보다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러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 들여야만 한다. ESG 경영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예전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더 나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ESG를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이죠.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기업은 잘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 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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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에는 꼬리표를 붙여야 한다.
ESG에는 꼭 "꼬리표"를 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말을 이어나갈때 말을 주고 받는 사람끼리 엇갈릴 수 있다. ESG 경영, ESG 투자, ESG 경영평가, ESG 투자평가는 얼핏 생각하면 같은 말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용어들이 모두 같은 뜻으로 쓰였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과 유사어이자 동의어로 쓰여도 크게 문제가 없다. '사회공동체(S)와 지구환경(E), 그리고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이 지속가능경영이다. 사회책임경영(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은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이해관계자 측면에서 설명한 것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전과정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와의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S)와 환경(E)이슈에 대해 책임있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을 말한다.
즉, 요약하면 ESG 경영은 기업경영에서 환경(E)과 사회(S)적 가치도 재무적 가치만큼이나 균형있게 고려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한편, ESG 투자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 이라고 직관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ESG 리스크가 적은, 또는 ESG 리스크 관리는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SG 경영과 ESG 투자가 다른 이유는 투자는 본질상 손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ESG 경영을 위해 단기 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다.
환경경영을 실현하기위해 막대한 시설설비가 필요한 경우 ESG경영을 진짜 잘하고자는 하는 기업은 2~3년 정도의 순익을 일부 포기할 수 있으나 투자자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기 이익실현이 자신의 재무적 보상과 직결되어 있는 단기 투자중심 투자회사의 경우 2~3년동안 이익실현이 불가능할 경우 그 회사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ESG 투자를 한다고 할때 단기 투자중심 투자사의 경우 아무리 ESG를 갖다가 붙여도 진짜 ESG 경영을 잘하는 회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 관점에서 ESG 리스크가 없는지, 또는 ESG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지를 평가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안정성이 더 중요한 대규모 연기금 투자는 투자 포트폴리오상 단기 수익과 장기 안정성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데 아무래도 일반 투자회사의 ESG 투자보다는 실제 ESG 경영을 잘해서 장기 안정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작년에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2022년부터 ESG 투자를 50% 정도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장기안전성을 고려해야하는 연기금 투자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의미에서 ESG 투자평가도 단기 ESG 투자평가와 장기 ESG 투자평가를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단기 ESG 투자평가는 현재 또는 3년 이내의 상황에서 기업의 ESG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고, 장기 ESG 투자 평가는 3년 이상을 내다보고 ESG 경영의 실제를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투자사 및 국내 투자사 대부분이 내놓고 있는 ESG 평가결과는 장기 ESG 투자 평가라기 보다는 단기 ESG 투자 평가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렇다면, ESG 투자평가와 ESG 경영평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간단히 설명하면 ESG 투자평가는 투자사 관점에서, 즉 이 회사에 투자를 했을때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한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 평가이고 ESG 경영평가는 실제 이 회사가 ESG 경영을 잘 하고 있는 회사인가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수익률보다는 실제, 환경경영과 사회가치경영에 무게를 둔 평가이다.
자! 이쯤 되면 '뭐가 이리 복잡해.... ' 라고 불평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투자사에서 평가하는 ESG 평가결과는 실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것 보다는, ESG 리스크 관리를 잘해서 ESG 이슈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기업에게 높은 점수는 주는 것이다 ."
그래서, 이 블로그를 읽는 여러분은 ESG 투자평가를 잘 받은 기업을 보고 ESG 경영도 잘하는 기업이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국, 이 블로그에서는 ESG 투자보다는 ESG 경영을 얘기하고 싶다는 말이다. 투자는 아무래도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아무리 ESG 경영을 잘한다고 해서 투자 수익률이 낮으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 파타고니아, 러쉬, 닥터 브로너스 등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하지 않고, 개인회사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을 하는 순간 ESG 경영을 잘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투자사들로부터 수익률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 드디어.. 오늘의 본론으로 돌아오면, 그래서,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냐면 UN SDGs, 즉,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되어야 한다.
뚱딴지 같이 갑자기 뭔 UN SDGs 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ESG 경영의 본질이 "지구환경과 사회공동체, 그리고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이라고 한다면, ESG 경영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경영이어야 하고,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는 지속가능발전의 목적과 목표와 같아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상식적이고 간단한 3단 논법이다.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가 지속가능발전의 목적과 목표와 같아야 한다면, 현재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합의한 목적과 목표인 UN SDGs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민없이 UN SDGs를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로 제시할 수 있다.
참, 다행인 것은 UN SDGs가 예전의 UN MDGS(밀레니얼 개발목표)처럼 엉성하게 나왔으면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을텐데, 그래도 SDGs는 나름 ESG 측면에서 균형있고 높은 수준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로 기능하는데 큰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ESG 경영을 잘한다고 평가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인 유니레버, 네슬레, M&S, 코카콜라의 2019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한결같이 UN SDGs를 자신들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품과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과 열심히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업들이 심심해서 또는 UN SDGs 아이콘이 예뻐서 그렇게 해놓은 것이 아니다. ESG 경영, 즉 지속가능경영이 지향해야 할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유니레버 본사를 방문했을때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을 총괄하는 CSO 레베카 마못은 이렇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유니레버 지속가능경영(USLP)의 모든 목표는 UN SDGs와 정렬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UN SDG가 지속가능발전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인류의 지속가능발전과 연결되지 않고 단지 기업의 지속가능성만 추구한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지속가능경영의 실천방법입니다."
UN SDGs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이미 설명을 잘 해놓았기 때문에 다시 설명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신, UN SDGs 개요 파일을 첨부하니 꼭, 반드시, 기필코 17가지 영역의 169개 목표를 꼼꼼히 잘 살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회사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품과 서비스, 사회공헌활동을 비롯한 기업경영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UN SDGs와 잘 정렬하고 연결했으면 한다.
2019년에 경기도에 있는 모 공공기관의 사회가치평가 자문회의에 참석했었다. 유명 컨설팅회사의 컨설팅을 받은 결과물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얼마나 지속가능경영, 사회가치경영을 잘하는지 한참 설명했다. 나는 한 장표에 이르러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다행이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발표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 기관은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UN SDGs를 지속가능경영의 목적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UN SDGs의 두 번째 목표인 '기아를 종식하고, 식량 안보를 달성하며, 개선된 영양상태를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강화한다' 에 기여하기 위해 저희 기관 임직원들은 매주 1회 인근의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하여 점심 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 공공기관은 식량이나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영역의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UN SDGs의 17가지 영역은 그 아이콘 모양만 보고 해당할만한 것을 자기 맘대로 갖다가 붙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UN SDGs는 17개 영역에 169개 세부목표와 330개가 넘는 성과지표를 가지고 있다.
169개 세부목표, 330개 성과지표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 것이 UN SDGs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기아종식, 식량안보, 영양상태개선과 노인복지관 점심 급식봉사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어르신들의 영양상태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인차 질문했다.
"그럼, 점심 급식봉사를 할때 어르신들 영양 개선을 위해 별도의 지원금을 기부하시나요? "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시에서 충분한 급식예산이 복지관에 지원되기 때문에, 저희 기관에서는 배식봉사활동만 하고 어버이날과 노인의 날에 어르신들께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즉, 그 기관의 급식 봉사활동은 복지관의 일손을 일부 돕는 것일 뿐, 어르신들의 영양상태 개선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었다. 그 기관이 진짜 실행해야할 UN SDGs는 목표 2번 기아종식이 아니라, 그 기관의 본래 기능과 관련된 다른 목표여야 한다. 그 기관이 목표 2번과 점심 급식 봉사활동을 억지스럽게 연결시키고자 했던 이유는 지속가능경영이나 UN SDGs를 그저 '사회공헌'의 범주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문회의에서 사회공헌활동 뿐만 아니라 기관의 본래 목적사업과 UN SDGs를 연결시켜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책임자와 실무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 그 기관의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해보니 여전히 점심 급식 봉사활동과 UN SDGs 2번 목표를 연결해 놓고 있다. ... 자문회의를 하면 뭐하나...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최근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비즈니스 가치사슬, 상품과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 가능하면 모든 영역에서 UN SDGs를 고려하고 연결하려는 노력과 시도를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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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는 ESG 투자평가를 잘 받는데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최근 국내 주요기업들이 ESG 경영위원회를 조직했다는 소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리고 그 위원회의 주요 목표가 ESG 투자평가등급을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ESG 투자평가등급을 높이는 것만이 ESG 경영위원회의 목적과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 정도로는 ESG 경영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ESG 경영, 즉 지속가능경영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위한 경영이다. ESG 투자평가등급을 잘 받는 것이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가 아니라 UN SDGs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 ESG 경영의 목적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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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도 기업들은 ESG 투자평가등급을 올리기 위한 ESG 경영을 할 겁니다.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다음 주에는 ESG 공개와 보고를 위한 글로벌 가이드 라인인 'GRI 스탠다드'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SG 교육 문의가 종종있습니다. 이노소셜랩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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