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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K-ESG 지표 인터뷰 ..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보고 있다.

by Mr Yoo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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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지표 인터뷰

무엇을 위한 ESG 인가?

 

K-ESG 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신문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자 : 안녕하세요? 이사님...  A 신문 OOO 기자입니다. K-ESG 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고자 전화드렸습니다.

 

나 : 네, 안녕하세요? OOO 기자님, 전화주셔서 고맙습니다. K-ESG 지표라함은 어떤 지표를 말씀하시는지요?

 

기자 : 아! 네..  글로벌 ESG 지표가 굉장히 많아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그래서 정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K-ESG 지표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K-ESG 지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이사님 생각을 듣고 싶어서요.

 

나 : 제 생각엔 우리가 ESG 지표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언론에서는 ESG 정보 공개 가이드 라인과 투자 평가사에서 하는 ESG 평가 인덱스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자님 생각은 어떤가요?

 

기자 :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과 ESG 평가 인덱스...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Mr Yoo

 

나 :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 측면의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에 관한 실행 내용과 성과를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가이드 라인입니다. 대표적으로 GRI STANDARDS, IIRC, CDP, TCFD, SASB, UN SDGs 등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고 외부에 공개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기자 : 네, ESG 정보공개 가이드 라인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드는 프레임이라는 말씀이죠?

 

나 : 네, 정확합니다. 한편, ESG 투자평가지표는 투자 평가사들이 투자대상인 기업들이 ESG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입니다. 이것은 투자평가사들마다 다릅니다. 투자 평가사들마다 다른 이유는 투자의 목적이나 투자방식, 투자기간, 투자대상 산업, 투자지역 등의 특성을 감안하여 지표를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 그렇다면 K-ESG 지표는 뭘 의미하는 건가요?

 

나 : K-ESG 지표를 만들고 있다는 곳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ESG 정보공개 가이드 라인을 새로 만드는 것 같지는 않고요. 투자평가지표를 만들겠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ESG 정보공개 가이드 라인은 관련 국제기구들이 이미 통합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2~3년 이내로 2~3개 정도로 통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자 :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사님은 K-ESG 투자평가 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 저는 K-ESG 투자평가지표에 대한 실제 효용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K-ESG 평가지표를 만들면 모건스탠리(MSCI)나 S&P(DJSI)가 그 지표를 가져다 사용한다면 효용성이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거든요. 그리고, 민간 투자 평가사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평가지표를 만드는 일은 투자영역에서 원래부터 있었던 일인데, ESG 지표에 대해서만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기업 신용평가 등급에 대해서는 글로벌 평가사들이 각각의 평가기준을 가지고 서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잖아요. 이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잖아요. 그런데, 왜 ESG만 K-ESG 평가지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건가요, 제가 기자님께 묻고 싶네요.

 

기자 : 그렇군요. 그런데, ESG 전문가들은 외국의 ESG 평가기준이 우리나라 실정법이나 기업 지배구조(재벌) 관행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당하면 안되니까 K-ESG 기준을 따로 만들고 이것을 외국 투자평가사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사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나 : ESG 투자평가기준은 투자사들이 자신들의 투자성향대로 각자 알아서 만들도록 두는 것이 시장경제체제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평가사들의 평가항목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규제하고 기준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와 공공의 지나친 간섭과 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특정한 항목(특히, 지배구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걱정하는 회사들이 보다 더 크고 중요한 항목(환경, 사회)을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배구조 항목에 대한 걱정은 핵심에서 벗어난 걱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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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그렇다면, 언론사들이 만들고 있는 K-ESG 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 이렇게 대답하면 그 언론사들이 되게 싫어하겠지만, 언론사들이 만드는 K-ESG 지표는 단지 '돈 벌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기업들의 홍보비를 받고 소비자 만족 대상, 브랜드 대상, 고객 신뢰대상, 사회공헌 대상을 주었듯이 K-ESG 지표를 만들고 그 지표에 따라 기업들을 평가한 후에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해주거나 ESG 대상을 주면서 홍보비를 받겠지요. 한국 언론사가 준 K-ESG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글로벌 평가사들이 평가등급을 올려줄리도 없구요.

 

기자 : 단지, 돈 벌이용이다? 

 

나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언론들이 우리나라 기업이 ESG 경영을 진짜 잘하기를 바란다면, K-ESG 지표를 만들고 그걸 가지고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뇨?

 

나 : 저는 학부때 신문방송을 부전공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언론 본연의 역할 중에 "워치 독(Watch dog, 감시견)"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언론들이 ESG 경영에 있어 워치독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워치독 역할이요? ESG 경영에서 워치독 역할은 무엇일까요?

 

나 : 이쯤에서 기자님께 되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기자 : 네, 말씀하십시오.

 

나 : 기자님은 ESG (투자)평가나 혹은 ESG 경영은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 : ESG 평가나 경영을 무엇을 위해 하냐고요? 글쎄요... ESG (투자) 평가는 이사님 말씀대로 투자사들이 ESG 리스크에 잘 대응하는 기업들을 골라서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것 같고요. ... ESG 경영은 기업들이 평판을 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환경이슈나 사회이슈가 있으면 아무래도 기업 평판이 나빠지기 때문에... 

 

나 : 저는 그게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SG 경영을 기업의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자 : 그렇다면, 이사님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왜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 : 제가 듣고 싶었던 질문입니다. 지금 언론들이 정말 집중해야할 문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ESG 평가지표가 한국 대기업들에게 불리하니 이것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대기업(광고주)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ESG 경영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ESG 경영의 실상을 파헤치는 일입니다.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하지 않도록, 말로만 환경경영, 사회가치경영을 하지 않도록 제대로 감시하고,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제대로 까발려서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망신을 주고, 문제를 해결할때까지 끝까지 추적해서 보도하는 일... 그런 일을 언론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

 

나 :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해야하는 이유는 ESG 경영을 해야만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 ESG 경영을 해야만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당위론적 말씀이라 와 닿지가 않습니다. 

 

Mr Yoo

 

나 :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당위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고 긴급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ESG 경영의 시작이자 끝 입니다. ESG 경영은 기업의 평판을 위한 것도 아니고, 글로벌 투자사의 투자를 잘받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환경문제와 사회문제가 인류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는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고, ESG 경영.. 그런건 EU나 선진국 기업에서 할 일이지....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급하고 중요한 일이 많아... 라고 넘겨버리는 태도는 ESG 경영을 안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기자 : 그렇게까지 가면 너무 얘기가 광범위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전화드린 이유는 K-ESG 평가지표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환경문제나 사회문제까지 다루는 기사는 아닙니다. 

 

나 :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언론이 다뤄야할 기사는 K-ESG 지표가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긴급하고 심각한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대로된 ESG 경영을 해야한다는 기사입니다. 기자님께서 그런 기사를 써주십시오. K-ESG 지표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된 ESG 경영을 하냐 마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금 우리는 달이 아니라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문제삼고 있다고....

 

기자 : 네... 이사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아무튼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연락드리고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

 

며칠 후 기사가 나왔다.  기사의 제목은 대략 이랬다. 

 

"K-ESG 지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당연히 내 인터뷰 내용은 빠졌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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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쓰다보니 넋두리가 되었네요.  다음 주에는 지난 주에 이어 ESG 실행단계 "혁신" 편을 쓰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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