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실행단계(1)
ESG, 서둘지 말고 스텝 바이 스텝
ESG 경영, 알맹이를 잘 모르겠어요.
M기업의 지속가능경영담당 임원을 만났다. 이 블로그를 봤다며 만나자는 연락이왔다. 25년 회사생활의 대부분을 구매와 영업 파트에서 보냈고, 임원을 달자마자 ESG라는 걸 하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이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처음부터 정독했다고 한다. .. 처음부터 정독 .. 읔... ^^;;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이에 두고 그의 고민이 이어졌다.
"ESG 라는 것이 아무리 봐도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기업의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싶어요.. (중략) ... 알다시피, 일반적으로 회사라는 것이 이제까지 실적으로 돌아가고 실적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ESG를 잘한다고 해서 갑자기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ESG 평가를 잘받는다고 해서 주가가 치솟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회사 임직원들에게 ESG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잘한다는 컨설팅사로부터 제안서도 받아보고, 주요 언론 기사를 매일 수십개씩 스크랩해서 정리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ESG 경영이 '이상적으로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얼마나해야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부분의 회사들이 지금 이런 상황이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ESG에 관해 여기저기서 엄청난 양의 정보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실상 알맹이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블로그에 ESG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ESG가 중요하다'는 그런 당연한 말은 그만하고,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면 합니다. 그래야,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 같은 회사들이 뭐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에게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ESG 경영에서 '신비의 알약'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ESG 경영의 이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50대 중년 아저씨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ESG 경영에 관한 실제적인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루어야할까? 눈 높이를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할까? 기업별, 산업별로 다른 상황에는 어떻게 맞춰야 할까?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할까? 아니면 ESG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내가 뭘 다아는 것도 아닌데...,
우선, 그 임원은 ESG 실행 단계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자기 생각엔 처음부터 잘하는 기업은 없을거라고 했다. 맞다. 그렇다. 처음부터 잘하는 기업은 없다.
M&S의 지속가능경영 발전단계
영국의 백화점/슈퍼마켓 유통회사인 M&S(마크스 앤 스펜서)의 지속가능경영 발전단계를 보면 지속가능경영을 좀 한다고 하는 기업들이 어떤 단계를 거쳐왔는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M&S는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손 꼽힌다.
M&S의 지속가능경영 발전단계를 보면 '자선사업(1980년대) → 전략적 사회공헌(1990년대) → 사회책임경영(CSR/2000년대) →CSR과 비즈니스 통합 프로젝트 실행과 확대(2007년~2012년/ 2012년~2015년)→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의 전환(2015년~2030년)'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좀 한다는 기업들도 M&S와 유사한 단계를 거쳐왔다. 그리고, M&S가 2015년에 시작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제 ESG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ESG 실행 7단계..
기존에 나와있는 CSR 실행 단계 이론 몇 가지를 혼합해서 ESG 실행 단계를 7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STEP (-) : Dark ESG _ 장식(decoration) 또는 세탁(washing) 단계
말 그대로 어둠과 암흑(Dark) 단계이다. ESG의 태양이 아직 떠오르지 않은 기업이다. 이 기업은 ESG에 대해 제대로 알 생각도 없고, 제대로 할 생각도 없다. 이런 기업에서는 보통 홍보팀이나 대외협력 파트에서 ESG를 담당한다. ESG로 회사경영을 개선하거나 변화시킬 생각은 전혀 없고 언론에서 ESG가 많이 나오니까 쪽 팔리지 않게 최소한 대응만 하려고 하는 단계이다.
암흑 단계의 기업들이 주로하는 일은 언론 보도자료를 뿌리고 언론사와 결탁하는 일이다. ESG와 관련이 없어도 일단 ESG 제목을 붙여서 열심히 보도자료를 뿌린다.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ESG 컨퍼런스, ESG 시상식 등에 성실히 참여한다.
ESG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돈 주고 대행사에게 맡긴다. 지속가능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실무 현장에서 ESG 관련 일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지속가능보고서는 그럴듯하게 나온다. 심지어 해당부서의 실무자들은 지속가능보고서가 발간되는지도 모른다. 보고서의 속을 뜯어보면 데이터나 숫자는 없고 온통 전략과 계획 뿐이다. 그럴듯한 그림만 잔뜩 그려져 있다.
STEP 1 : 인지(recognition)단계
암흑(Dark)단계에서 인지(Recognition)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흡사 일출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암흑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지만, 어느 시점이 오면 어슴프레 주변이 밝아지고 갑자기 태양이 쑥!! 떠오른다. 주변이 밝아지고 모든 사물이 분명히 들어난다.
ESG 경영에 대한 인지는 대개의 경우 외부 영향에 때문에 이루어진다. 법과 제도가 바뀌거나 글로벌 오더사나 투자사의 요청에 따라 ESG 경영을 시작해야만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시점을 맞이하면 오너 또는 최고 경영자가 ESG 경영을 제대로 알고 해야겠다는 분명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최고 경영자가 사태파악을 잘 못해서 흐지부지하면 어둠속에 잠시 숨었던 박쥐들이 다시 나타나 커튼으로 빛을 가리고 기업 내부를 다시 암흑천지로 만들어 버린다.
인지단계에서 해야할 일은 ESG 경영에 관한 제대로된 학습이다. 무엇보다 ISO26000, UN SDGs, GRI 스탠다드, CDP 등 ESG 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 라인을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ESG 경영에 관한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STEP 2 개선 단계까지는 바라볼 수 있으나, STEP 3 전환 단계까지 가기가 어렵다.
인지단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어설픈 언론기사를 학습자료로 활용하는 일이다. 충분한 조사와 학습을 통해 제대로 된 기사를 내는 언론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대개의 언론사는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된 기사나 어설프게 짜맞춘 설익은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특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ESG를 억지스럽게 구분하려고 하는 기사나 ESG 경영과 ESG 투자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기사도 좋은 기사는 아니다.
ESG 학습에 도움이 되는 책을 구성원들과 함께 읽고 스터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리베카 핸더슨 교수의 "자본주의 대전환" 과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STEP 2 : 개선(improving)단계
ESG 경영에 관해 경영자를 비롯한 회사 구성원들이 제대로 알기 시작하면 개선 단계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암흑 속에서는 몰랐던(혹은, 알지만 감추었던...,) 우리 회사의 부끄러운 부분들이 드러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만일, 경영자와 구성원들로부터 ESG 경영 개선에 관한 요구 사항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ESG에 관한 이해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거나 회사 문화 자체가 개선을 거부하는 기업일 수 있다.
ESG 경영에 관한 인지와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야지만 개선 단계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ESG 경영관리부서에서 한 발 앞서 ESG를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회사의 ESG 리스크를 분석한 후 분야별 실행부서의 개선을 요청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성원들이 ESG에 대한 인지와 학습이 덜 된 상태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는 일은 힘들고 금방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개선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ESG 경영현황진단 → 현황진단에 따른 개선목표 수립 → 개선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실행체계 구축 → 실행체계에서 실제로 해야할 실행 과제와 실행 방법을 마련하고 실행' 하는 일이다.
ESG 경영관리 담당자는 개선단계에서 분야별 실행부서와 잘 소통하고 잘 설득해야한다. 대개의 경우 실행부서는 ESG 경영을 본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귀찮고 부가적인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형식적인 활동과 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개선을 선택하기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해야 할 명분과 이유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실행부서를 설득하는 일이 ESG 개선 단계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STEP 3 : 전환(Transform)단계
개선이 진행되다보면, 개선 정도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다음 단계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결단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환단계는 다음 주에 이어서~~, 이번 주가 좀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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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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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발표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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