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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도 잘 모르고 CSR도 잘 모르고....

by Mr Yoo 2021. 5. 30.

Mr Yoo

 

해외 소식통에게 물어본 ESG

ESG도 잘 모르고 CSR도 잘 모르고...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현재의 우리나라만큼 ESG가 핫한 이슈일까? CSR, ESG, 지속가능경영이란 용어를 어떤 관계로 사용하고 있을까?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ESG 지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면 물어봐야죠. 

 

CSR 유럽투어 1차(2015), 2차(2017), 3차(2019), 그리고 2016년 미국 CSR 연수, 2018년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때 주고 받은 명함들을 모았습니다. 수십장의 명함 중에 답변을 해줄만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동안 몇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람을 고르고 골라 11명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가 보낸 메일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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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작년말부터 현재까지 ESG가 기업계 전반에서 매우 핫한 이슈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포식도 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ESG를 주제로 하루에도 수십개의 보도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은 ESG 관련 지표가 너무 많아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사정에 맞는 K-ESG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상황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당신의 나라(미국, 영국, 스위스)에서 현재 ESG가 기업계의 핫한 이슈입니까?

 

2.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또는 나라)에서 'ESG, CSR,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를 각각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3.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ESG평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4. 한국 기업상황에 맞는 K-ESG 지표를 만든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주일 전에 메일을 보냈고, 지금까지 여섯 명이 답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두 명은 메일 주소가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걸 보니 직장을 옮긴 것 같고, 다른 세 명은 수신확인이 안되는 것을 보니 답메일이 올 확률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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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질문 1. 당신의 나라(미국, 영국, 스위스)에서는 현재 ESG가 기업계의 핫한 이슈입니까?

 

* 영국 M사의 R매니저 : 영국에서 ESG는 주로 투자이슈입니다. 투자회사와 은행들이 기업 신용평가에 ESG 요소를 더해 평가하는 비율이 예전보다 늘어났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현재 ESG는 가장 핫한 이슈가 아닙니다. 영국 기업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COVID-19입니다. 이건 영국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COVID-19가 영국 기업계에 끼친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 스위스 U은행의 L매니저 : 현재 스위스에서 ESG 투자는 핫 이슈가 아닙니다. 우리 U 은행은 이미 10여년전부터 ESG 투자를 해왔고 5년전부터는 30% 이상 기업가치평가에 ESG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7년 EU의 ESG 정보공개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EU에 속한 모든 은행과 투자사들은 ESG 평가를 반영한 펀드, 대출, 투자가 전체에 얼마나 차지하는 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EU의 은행들과 투자사들은 대략 30~50% 정도 ESG 평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위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가장 큰 이슈는 COVID-19에 대한 대응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 미국 L사의 R매니저 : 블랙록과 같은 투자사들은 ESG를 핫한 이슈로 몰아가고 있지만, 기업계에서는 그것보다 COVID-19 대응과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상한 경제정책들을 펼쳐놨고 기업들이 그 속에서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후 트럼프의 이상한 경제 정책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국적인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사업이나 오래된 산업도시 재생 사업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매우 강조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또, 이건 한국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 기업들은 ESG 보다 COVID-19 대응과 상황 종료 후 회복 전략을 세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런던

 

질문 2.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또는 나라)에서 'ESG, CSR,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용어를 각각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 영국 O 대학 K 교수 (前 CSR 컨설팅 회사 근무) : 영국에서 ESG는 투자사나 은행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용어입니다. 기업의 환경, 사회, 거버넌스 리스크를 평가한 후 등급을 매기거나 점수를 주고 그것에 따라 투자의 크기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을 ESG 투자라고 합니다. 영국에서 ESG 투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이미 기업가치평가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ESG 투자 자체가 현재 영국 기업계의 핫 이슈는 아닙니다.

 

영국의 일반적인 기업들은 ESG 투자에 대응할때 말고는 ESG란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CSR이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씁니다. ESG 투자에서 강조하는 사회, 환경, 거버넌스 이슈를 CSR 영역에서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굳이 ESG란 용어를 CSR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CSR을 잘하면 ESG 평가를 당연히 잘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단어도 CSR만큼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만 단어가 길기도 하고, 영국 기업들은 CSR 실행의 성과가 지속가능경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CSR 이란 용어안에 지속가능경영을 어느정도 내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미국 L사 R 매니저 :  비슷한 질문을 몇 주전에 미국에 있는 한국투자회사의 펀드 매니저(한국인)로부터 받았습니다. 그 펀드 매니저의 회사와 우리회사는 같은 빌딩에 있고 그 친구와 나는 같은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습니다. 운동을 끝낸 후 그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지금 한국에서는 ESG가 핫 이슈인데, ESG와 CSR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라고 질문했습니다. 나는 처음에 그 질문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ESG는 투자회사나 은행들이 CSR을 잘하는 회사들을 골라내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는 건데, 그 펀드 매니저가 그 정도의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얘기를 해보니 그 한국인 펀드 매니저는 CSR을 기업의 자선(사회공헌)활동이나 임직원 봉사활동 정도의 의미로 알고 있었습니다. CSR을 그런 의미로 알고 있으면 당연히 ESG와 연결해서 생각 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했고, 나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ESG 투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가 CSR 안에 모두 들어가 있어... CSR 실행을 잘하는 기업들이 ESG 평가를 잘 받는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아..." 라고 말이죠.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이란 단어는 미국 기업들에게 환경경영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CSR이 지속가능경영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 스위스 U 은행 L 매니저 : 스위스나 유럽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이란 단어보다는 기업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고 있는가?'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업경영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환경과 사회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렇게 지속가능성이란 단어가 중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설명하기에도 조금 어려운 용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CSR이란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CSR은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거래, 이해관계자 관리, 지역사회 발전 참여 등 ESG 투자에서 다루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루지 않고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CSR이 ESG를 포함한다고 봅니다. CSR을 잘 실천하는 기업이 때로 ESG 평가를 제대로 못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위스와 유럽의 투자 평가사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투자평가와 경영평가가 무조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업에 대한 ESG 평가가 CSR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투라

 

3.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ESG평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 영국 U 사의 K 매니저 :  우리회사는 ESG 평가에 대해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IR부서의 중요한 KPI 중에 하나겠지만요. 왜냐하면,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ESG 평가를 몇년전부터 해왔고 이미 대기업들의 경우 ESG 평가가 기업평가에 대부분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ESG 평가 하나 하나에 대응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CSR 실행을 잘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ESG 평가를 하는 투자사들이 런던에만 수백개가 있는데 그 하나 하나의 평가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 영국 M사의 R 매니저 :  MSCI, DJSI와 같은 잘 알려진 대중(?)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IR부서에서 직접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우리회사에 투자하는 투자회사와 은행들이 ESG 관련 정보를 요구하면 IR 부서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SG 평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가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회사들이 ESG 데이터를 직접 달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회사의 경우 투자회사들의 ESG 평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ESG 평가는 평가하는 투자회사마다 제각각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 다른 기준에 모두 다 맞추다 보면 이상한 모습이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미국 L사의 R 매니저 :  투자유치나 대외 평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ESG 평가에 대응합니다. 내가 일하는 CSR팀에도 관련 자료를 가끔 요청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자료가 이미 지속가능보고서, 연례보고서, 홈페이지 등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ESG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자료를 만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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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4. 한국 기업상황에 맞는 K-ESG 평가지표를 만든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영국 O 대학 K 교수 : K-ESG라고 하니까, K-POP이 생각나는 군요. 나는 K-ESG 평가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투자사마다 투자 성향에 따른 평가지표를 다르게 만드는 일은 투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볼 때 상식적인 일입니다. 자체 평가지표를 만들 역량이 없는 작은 투자사들은 MSCI나 DJSI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투자사가 스스로 알아서 할 일 입니다. K-ESG 평가지표는 한국의 투자사나 은행들이 공동으로 함께 만드는 평가지표인가요? 한국의 투자사나 은행들은 나름의 투자 평가지표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그걸 왜 같이 만드는 거죠?

 

* 스위스 U 은행의 L 매니저 : K-ESG 평가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위스나 유럽의 투자사, 은행들은 각사의 투자방식에 맞는 ESG 지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지표를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는 회사 비밀이죠. K-ESG 평가지표는 한국은행에서 만드는 건가요? 아니면 한국의 투자사나 은행들이 함께 만드는 ESG 평가지표인가요? 만일 그 공동 지표를 만든다고 하면 한국의 투자사와 은행들은 똑같이 그 평가등급을 활용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데요. 똑같은 지표를 가지고 투자사나 은행을 운영한다면 펀드나 대출상품이 다 똑같아질 수 있거든요. 아닌가요?  

 

* 미국 L 사의 R 매니저 : 무시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한국에서 ESG는 미국과는 많이 다르게 이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펀드회사의 펀드 매니저도 ESG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하던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한국에서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회사, 은행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에서 CSR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지만, ESG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ESG 평가지표는 투자사들이 각자 투자방식에 맞춰서 만드는 것인데 K-ESG 평가지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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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메일에는 이 외에도 여러가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오늘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영국, 미국, 스위스의 CSR, ESG, 지속가능경영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이들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유럽이나 미국을 반드시 쫓아가야 한다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뭔가를 할때 조금은 신중하게 그리고 제대로 잘 알아보고 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ESG도 잘 모르고, CSR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급히 서두르다가 금방 제풀에 지칠 것 같아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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