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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ESG, 지속가능경영의 '큰 그림'

by Mr Yoo 2021. 7. 4.

ESG, 지속가능경영의 '큰 그림'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SG가 갑작스레 이슈가 되면서 강의 의뢰를 자주 받고 있다. 기업에서 '짧은 특강'을 요청하는 경우 대개 ESG 평가에 잘 대응하는 방법을 강의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강의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화이트 보드에 'ESG 경영의 4대 영역'을 그린 후 한참동안 설명한다. ESG 평가 대응에 관한 내용은 마지막에 조금 말하고 온다. 

 

기업의 실무자 입장에서는 ESG 평가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겠지만, ESG의 큰 그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눈 앞의 평가 대응에만 급급하다보면, 어느 순간 갈 길을 잃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ESG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동안 해왔지만 아직, 큰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것 같아 설명해 보려고 한다. 

 

지속가능(ESG)경영의 뿌리

 

만일 지구가 지금보다 10배쯤 크고, 전세계 인구가 70억명이 아닌 7억명쯤 된다고 하면, ESG나 지속가능경영이란 말 따위는 상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땅속의 자원은 차고 넘치고 미개척지가 사람이 사는 곳 보다 훨씬 광대하며, 석탄을 떼고 석유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몇대씩 굴리고 다녀도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물은 깨끗할 것이다. 지속가능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대체 모르고 일평생을 살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작고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 이 지구에 70억명이나 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유엔은 2050년이 되면 약98억명의 사람이 지구에 살 것이라 예측했다.

 

지구는 하나 밖에 없고 자원은 유한한데 그것을 쓰고 버리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인류는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과 걱정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다.

 

1970년대 '본격' 등장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몇몇 과학자의 이론과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으로만 그치다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고갈의 문제가 눈 앞에 실제로 다가온 199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주요 주제로 등장했다. 이후 UN과 EU를 중심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심각하게 논의되었고, 그 흐름이 점점더 거세져 2000년대부터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으로 확산되었다.

 

기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은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고, 시장의 안정성은 사회의 안정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회는 물리적인 지구 환경의 안정성과 지속성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기업경영을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사회(S)와 환경(E)을 헤치는 의사결정(G)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속가능(ESG)경영의 근본이다.

 

ESG 투자 평가 _ 투자 자본의 지속성과 안정성 확보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ESG 열풍은 그 진원지가 '투자'와 '투자평가'이다. 투자 중에서도 장기투자에 해당하는 연기금투자가 ESG에 불을 붙이고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연기금 투자는 '장기 안정성'과 '공공성'이 매우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

 

연기금 특성상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하는 기업의 단기 이슈보다는 장기 이슈가 중요하고 이 장기 이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대개 지배구조의 의사결정(G)이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전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혁신성에 좌지우지 되었다면, 지금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 혁신성 + 사회(S)/환경(E)이슈에 대한 대응'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된 것이다.

 

연기금은 장기 안정성과 함게 투자의 공공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왜냐하면 연기금은 공적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성을 헤치는 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 공공성을 헤치는 기업이란 바로 환경과 사회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즉...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세계의 굵직 굵직한 연기금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등등은 이런 연기금의 특성을 반영해 투자를 해야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운용수익도 챙겨야 한다. 따라서 투자하는 기업이나 향후 투자대상인 기업, 더 나아가 전 세계 투자시장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우선시하겠다는 메세지를 계속 강조할 수 밖에 없다. 2017년부터 블랙록의 래리핑크가 연례서한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기금만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기금 투자들이 ESG를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이전에도 종교펀드나 윤리투자펀드 등이 존재했고 이런 펀드들은 무기, 술, 담배, 카지노, 성인산업 등에 투자하지 않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사회와 환경문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해 보겠다는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물론,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는 기존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국제규범, 법, 규제 _ 대의적, 정치적 명분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와 투자평가가 ESG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투자와 투자평가 보다는 국제규범, 법, 규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ESG를 포함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시작되었다. 현재는 이미 어지간한 기업에 대한 지속가능성 평가가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만큼 ESG 열풍이 불고 있지는 않다. 이미 지나간 바람이란 뜻이다.

 

연기금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투자사들과 은행들이 손에 손을 잡고 공개적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2006년 UN PRI(책임투자원칙) 발족이다. 2006년에 선언을 하기는 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몇 년동안 미적거리다가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UN PRI 총회는 회원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실행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작년 2020년을 PRI의 본격적인 실행 원년으로 삼았다.

 

UN PRI의 회원인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총회의 결정에 따라 2022년부터 국민연금의 50% 이상을 ESG 평가를 통해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작년 10월에 했다. 참고로 일본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후생기금은 2018년에 ESG 평가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 의결되고 2017년부터 실행된 EU의 ESG 공개법은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앞당긴 대표적인 국제법이다. EU회원국내에서 500인 이상의 기업을 운영하거나 2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EU가 정한 ESG 공개 원칙에 따라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포함한 EU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도 당연히 포함된다. 현재 EU는 2023년부터 거의 모든 기업들이 ESG 정보를 공개해야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ESG 정보를 공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동남아에 진출하기 위해 싱가포르 자본이 필요한 기업들은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2021년 올해 우리나라도 상장사에 대한 ESG 공개규범을 예고했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2030년부터는 모든 상장사가 ESG 정보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표준 규범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

 

얼마전에 영국에서 진행된 G7 정상회담에서는 회원국의 기업들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만들어진 TCFD에 따라 환경경영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결정했다. 미국의 경우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SASB 가이드 라인에 따라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대의적, 정치적 명분에 따라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국제협약과 규범, 법과 규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더 크고 강해질 것이다.   

 

UN PRI, EU ESG 정보공개법, 싱가폴 ESG 정보공개법, SASB, TCFD, 우리나라 ESG 공개규범 등은 ISO26000, UN SDGs, GRI Standards 등 CSR 및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국제규범, 가이드 라인 등과 연결되어 있다.   

 

 

거래 _ 규제 및 투자와 연동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다시피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이다. 거래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간의 거래인 'B to G',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인 'B to B', 기업과 개인 소비자간의 거래인 'B to C' 이다. 

 

'B to G'와 'B to B' 거래는 규제 및 투자와 연동되어 있다.

 

EU가 EU내에서 기업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ESG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을 귀찮게 하거나 심심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공개된 ESG 정보를 투자나 거래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EU 회원국의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공공조달에 ESG 평가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환경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거나 법적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물품을 조달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문재인대통령이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향후 국가와 공공기관 조달에 ESG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에 있어서도 ESG는 필수요소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ESG 정보를 공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기업, 특히 EU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있는 기업은 ESG 경영에 문제가 있는 협력회사의 원재료나 부품을 받아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 포스코가 얼마전 ESG에 문제가 있는 협력사들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SK가 협력회사들이 스스로 ESG 경영을 진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 툴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일 등은 이런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B to C' 거래는 규제나 투자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소비자의 '민심'이 ESG 경영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환경경영이나 사회가치경영을 잘하고, 오너나 최고 경영자의 윤리성이 높다고 해서 그 회사의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설문조사때는 대부분 구매한다고 응답하지만 실제 구매행위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는 확실하지 않다)은 확실하지 않지만, 사회, 환경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오너나 최고경영자 또는 임직원들이 반복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린다는 사실은 분명히 밝혀졌다. 여기에다 사회,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의 세대의 등장은 ESG경영을 고려한 소비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SR _ ESG경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 프레임

 

지속가능(ESG)경영을 투자, 법/규제, 거래 차원에서만 실행하면 투자 받고 거래하고 법을 어기지 않는 정도로 기업경영을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사람들로부터 좋은 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은 기업이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CSR 차원의 지속가능(ESG)경영도 해야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회공헌 잘 하라는 말로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ESG와 CSR을 연결하지 못하고 개념적 혼란을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CSR을 기업사회공헌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CSR은 기업의 비즈니스가치사슬 전체에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전반적인(인권, 노동권, 환경, 공정거래, 준법/윤리경영, 소비자,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기여, 거버넌스 등) 사회적 책임을 의미한다.

 

CSR은 '기업시민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기업시민의식은 기업도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법인(法人)이기 때문에 사회공동체의 일원, 즉 시민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기업이란 기업시민의식을 바르게 인식하고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 또는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좋은 기업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많이 기부하는 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가 사회와 환경에 악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면피와 평판 관리를 위해 기부만 많이 한다고 하면 그것은 이중인격을 가진 이기적인 기업시민이라 할 수 있다.

 

법이나 규제와 같은 최소한의 테두리 또는 투자나 거래를 위한 외부 평가에 연연하는 기업들은 CSR을 제대로 실천하기 보다는 남들이 하는 만큼만, 딱 그정도만 CSR을 실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들은 앞에서 강조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중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만 집중하는 기업들이다. 

 

일개 기업차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넘어서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이 고민을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올바르게 연결시키고 있는 기업은 좋은 기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대개 이런 기업의 경우 창업주나 최고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이 남다른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ESG)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제대로 이해한 후 4대 영역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조망적 관점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면.. 특히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몰두해 있는 투자와 투자평가에만 신경쓰다보면 마라톤 게임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지속가능(ESG)경영은 이제 기업들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 되고 있다. 지구환경과 사회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이상 지속가능(ESG)경영에 대한 강조와 강도는 점점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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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일을 했지만, 3주 연속으로 블로그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게을러 질 것 같아서 꾸역 꾸역 썼습니다.  ESG 전체를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제 머리속 ESG도 정리를 한 번 했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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