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리뷰
ESG가 지속가능경영이 되려면...,
수고 많으셨다.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를 받기 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개 일정이 7월에서 6월로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지면서 다들 바빴다. 7월에는 영문보고서를 발간하고 외부 평가대응하느라 정신없었을 것이고, 8월이 되어서야 한 숨 돌리고 있을 듯 하다. 아! 이런 저런 언론사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고 이런 저런 분석(?)기사를 낼테니 그 대응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 발간한 것이 2003년의 일이니까... 이제 2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때 나왔던 보고서와 지금 보고서를 보면 같은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발전하고 성장했다. 업계에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고생한 실무자들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운 점,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나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런 지적은 나에게로 향하는 것이며, 자아 비판과 자기 반성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5년 이상 발간한 7개 기업의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더 나은 보고서를 위한 5개의 키워드를 제안해보려고 한다.
1. Recognition / 認知 → 認識 → 認定
진정한 책임은 인정(認定)에서 시작된다. E.S.G는 투자대상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투자관점에서 평가하는 프레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환경(E)과 사회(S)의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는 의사결정이란 기업의 모든 경영과정과 가치사슬에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영향은 최대화하는 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iity)을 의미한다.
*수만번 말하지만 CSR을 사회공헌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즉, ESG란 나무를 파고 들어가면 CSR이 뿌리임을 알 수 있다. 책임(Responsibility)경영의 시작은 기업이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어떤 문제와 부족함이 있는지를 올바르게 인지(認知)하고 그것을 머리(경영진)로 인식(認識)하고 솔직히 인정(認定)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7개 기업은 모두 동일하게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따르고 있다. 몇몇 기업은 여기에 더해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인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의 지표도 보고서에 포함하고 있다.
GRI와 EU ESRS를 살펴보면,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출발은 각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대해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과 성과, 개선 과제를 보고하라고 요구한다.
즉, 제대로된 '인지→ 인식 → 인정' 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7개 기업의 보고서에서 '인지→ 인식 → 인정' 의 과정을 한참 찾아보았지만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2. Purpose / 目的
7개 기업의 보고서 제작을 담당했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당신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고 분명하게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조금 더 쉬운 질문을 던져보자, 만일 평가사나 투자사, 거래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과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할 것인가요?
ESG, 지속가능경영 실무자들을 만나면 99% 이상 외부 ESG 평가나 외국 거래처의 요구 때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다고 한다.
평가 대응이나 거래처의 요구 때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평가 대응이나 거래처의 요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목적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7개 기업 보고서의 앞장을 보면 멋진 문구와 함께 CEO가 나와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연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한다고 분명히 써있다. 하지만 이 문구와 선언이 진짜라고 하면 앞서 언급한 인지, 인식, 인정이 보고서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지속가능경영은 평가 대응이나 거래처 요구 충족과 같이 실용적인 내부 목적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대의적, 대외적 목적도 중요하다. 이런 대의적, 대외적 목적이 내부의 실용적 목적과 연결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비로소 지속가능경영이 완성된다. 대의/대외적, 대내적 목적은 새의 양 날개와 같다.
7개 기업의 보고서는 대의/대외적 목적은 짧은 선언으로 끝나고 대내적 목적으로 가득차 있다. 한쪽 날개는 모양 뿐이고 다른 한쪽 날개는 거대하다. 이런 모양을 가지고는 날 수 없다.
3. Focus / 焦點
GRI와 EU ESRS는 모두 동일하게 중대성 이슈를 중심으로 보고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대성(materiality/重大性) 이슈는 말 그대로 중요하고 중차대한 이슈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사 입장에서 자사의 지속가능성에 중대한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7개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기업이 주체이고 중심이다. 즉, 이기적 관점에서 중대성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선정하는 방법도 이해관계자(주로 임직원) 서베이를 통해서 하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하면 당연히 이기적인 주제가 중요하다고 선정될 수 밖에 없다.
* 중대성 이슈 도출 방법이 궁금하다면... 여기 클릭
GRI와 EU ERSR는 이기적인 중대 이슈도 중요하지만 이타적인 중대 이슈도 선정할 것을 요구한다. 즉, 대내적, 실용적인 목적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중대 이슈 선정이 중요하겠지만, 대의적, 대외적 목적의 보고서를 위해서는 기업 경영과 가치사슬 전체가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파악하여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만일, 지속가능경영, ESG 실무자가 우리 회사가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추어 중대성 이슈를 정하고 그것을 보고서에 중요하게 실으면 우리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대내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며, 실무적으로는 기업 실무자가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컨설팅사가 보고서 작성을 대행해 주기 때문이다. 외부 컨설팅사는 외부에 공개된 회사의 좋은 면만 보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밖에 없거니와 컨설팅 계약을 계속 이어가려면 부정적인 얘기를 꺼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대성 이슈를 최종 결정하는 곳은 (형식과 절차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인데, 이 이사회가 부정적 이슈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싣도록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가 지속가능경영의 대의적, 대외적 목적과 내부적, 실용적 목적을 균형있게 생각해서 의사결정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너무 큰 기대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보고서는 정작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요구하는 초점을 잃고 있다. 초점을 잃은 채 이런 저런 평가사의 수 백개가 넘는 평가 지표와 이런 저런 거래처의 수많은 요구 사항에 응대하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핵심도 초점도 중심도 없는 백과사전과 같은 보고서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7개 기업의 보고서 또한 김밥*국의 메뉴판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김천을 자주 이용한다.
4. Balanced / 均衡
사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데 균형은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중용(中庸)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듯이 균형은 중간이나 평균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중용에서의 균형은 세상과 나의 관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의미한다. 즉, 외줄타는 곡예사의 행동과 같다는 뜻이다. 생각하거나 움직이지 않고 그냥 중간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균형이 아니다.
지속가능경영도 균형을 잡기위한 부단하고 쉼 없는 노력과 행동이 필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지속가능경영에서는 이들을 이해관계자라고 부른다.)의 환경, 사회에 대한 인식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고, 기업에 대한 기대 또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경영의 기본이자 필수 프로세스인 '인지→ 인식 → 인정'의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목적과 초점도 불분명한 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균형을 잃고 한 쪽으로 치우친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자기 자랑만 늘어 놓는 사람을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기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자화자찬 그 자체인 불균형한 보고서를 좋은 보고서라고 평가하고 그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을 성숙하고 훌륭한 기업이라고 부를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7개 기업의 보고서 또한 균형이 잘 잡힌 보고서라고 말하기 어렵다.
5. Strategy / 戰略
기업 경영은 전략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략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원투입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또한, 전략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략은 목적과 기준이 불분명하면 제대로 세울 수 도 없고 제대로 실행할 수 도 없다.
7개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 전략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기준은 글로벌 리딩기업만큼 높고 엄하다. 하지만 말 뿐이다. 그 전략과 기준들이 어떻게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보고서를 찬찬히 뜯어보면 전략과 기준은 사라지고 이슈 대응만 보인다. 평가지표에 대한 대응, 외부 거래처 요구 사항에 대한 대응만이 보고서에 가득차 있다.
솔직하게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평가 지표 대응, 외부 거래처 요구사항 대응으로 밝힌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적어도 솔직하게 자기 인정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솔직한 사람은 매력이 있다. 솔직한 기업도 매력적이다.
전략이 말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작동해서 성과를 내려면 자원을 충분히 그리고 수고롭게 투입해야 한다. 여름 방학 계획표를 분 단위로 빼곡하게 세워 놓고 잠만 늘어져 자다가 방학이 끝날 때 뻥으로 일기 숙제를 마치지 않으려면 계획표를 현실에 맞게 게으르게 세우던지 아니면 부지런한 수고를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보고서에 공개한만큼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지구를 구할 대단하고 멋진 기업들이 되었을 것이다.
기업 ESG 실무자들을 만나면 이구동성 하는 말이... "목표와 전략대로 자원을 투입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보고서와 현실은 땅과 하늘 차이예요" 라고 말한다. "쇼룸에 있는 차를 내차라고 사기치는 것 같아요." 라고 토로한 실무자도 있다.
7개 기업의 보고서, 전략은 글로벌 Top 수준인데 실행은.... 잘 모르겠다.
투자 평가프레임인 E.S.G를 넘어서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하려면, 지금처럼 보고서 발간이 지속가능경영/ESG팀의 핵심과업이 되면 안된다. 지속가능경영의 비전과 목적, 목표와 전략,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실행과 성과 도출이 핵심과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보고서에 가볍게 살포시 얹으면 된다. 지금처럼 겉으로 디자인만 화려한 보고서가 아니라 솔직하고 담백한 보고서가 되어야 한다.
자아 비판, 자기 반성...
내가 일하고 있는 인스비(INSBee,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도 올해 4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컨설팅 했다. 작성 대행 서비스는 안하고 (이걸 안하다 보니 계약도 매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가이드 컨설팅만 한다. (작성대행보다 가이드 컨설팅이 훨씬 더 힘들다. 해본 사람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가는 훨씬 낮다 ㅠㅠ) 왜냐하면 인스비의 목적 자체가 기업 실무자들의 역량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지→인식 → 인정 프로세스와 목적, 초점, 균형, 전략을 고루 갖춘 보고서 작성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서 가이드 컨설팅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고 가야할 길이 멀다.
인스비가 컨설팅한 보고서가 7개 기업의 보고서 보다 결코 더 좋은 보고서라고 말하지 못한다.
자아 비판이자 자기 반성이다.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 어금니 꽉 깨물고!!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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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ESG)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떻게하면 좋을지, ESG 실행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감이 잘 안잡힌다면, 지속가능경영 임직원 내재화를 위해 교육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얼마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바로 연락주세요.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가 친절하고 꼼꼼하게 상담해드립니다. esg@innosocia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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