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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잘 하는 기업은 '착한'기업인가요?

by Mr Yoo 2013. 1. 11.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잘하는 기업은 '착한'기업인가요?

 

오늘 아침 기업사회공헌담당자를 꿈꾸는 한 대학생이 보내온 메일의 끝부분에 이 질문이 있었다.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열심히 잘 하는 기업은 '착한'기업인가요?

 

이 질문은 참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 자체에 대한 정의와 범위, 한계가 명백해야 하는데, 이 질문은 정의, 범위, 한계가 모두 명확하지 않다. 하나씩 풀어보면, 일단 기업사회공헌활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 중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행하는 자선/공익적 활동' 정도에 범위를 둘 것인지? 아니면 기업활동의 전체적인 측면을 볼 것인지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한다. 물론 질문한 대학생의 의도는 매우 제한적인 의미의 기업사회공헌활동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생산/판매/운영)자체로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기업은 사회구성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존과 생활, 여가를 위한 모든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다. 기업이 없다고 한다면, 아마 인류는 다시 원시 자급자족사회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마약, 무기류, 맹독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말기암환자에게는 마약성분의 약품이 필요하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한 자위와 생존을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하다. 맹독화학약품때문에 우리는 인체에 보다 덜 해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기업이 사회의 부를 독점하고, 빈부의 차이가 점점 커지면서, 부를 독점하는 기업들이 단순히 경영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독점적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외부의 압력이 커지게 되었다. 20세기 초반에 대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기업의 설립자들이 기업과는 별도로 개인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카네기와 록펠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베트남전쟁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드린, 미국의 군수업체와 석유업체들에 대한 이익의 사회환원문제가 시민단체들로 부터 거세게 요구되었으나, 실제로 실천에 옮긴 기업은 얼마되지 않았다. 오히려 20세기 말에 들어 신흥 IT 부자들이 유연한 사고와 부에 대한 독점의식을 버리고, 기업주 자신과 기업을 통한 이익의 사회환원을 실천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MS사의 빌게이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0~80년대 까지는 정부주도의 고속성장정책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의 부를 축적하는 기본적인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몇몇기업의 설립자들이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만들고 학교를 세운 것은, 개인적인 자선활동이었지, 기업의 경영활동으로서의 사회공헌활동은 아니었다. 1980년대 민주화를 통한 시민의식의 성장과 시민단체의 탄생, 우리기업의 해외진출과 외국기업의 한국진출, 글로벌 시장의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사회적역할이라는 부분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IMF를 거치면서 기업의 부도덕과 악질경영이 사회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온 사회가 피부 깊숙히 경험하게 되었다. IMF는 역설적으로 국내 시민단체와 자선단체들을 성장시키는 촉매역할을 했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책임론과 시민사회단체, 자선단체들의 성장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적 측면의 사회공헌활동을 촉진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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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딴 곳으로 흘렀는데, 요즘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의미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측면에서 자선적/공익적 활동'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또 하나, '착한기업' 에 대한 정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필립코틀러의 유명한 저서 'CSR 마케팅'이라는 책은 한국에 처음 소개될 때 '착한기업이 성공한다' 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판이 바뀌면서 본래 제목을 찾아 'CSR 마케팅'으로 바뀌었다. 제목이 바뀐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실제로 책의 내용이 '착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제목을 원래대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업도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기 때문에, 인격에 비유해서 착한기업, 나쁜기업 이렇게 불리는데, 실제로 무생물인 기업 자체가 착하고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결국 그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와 경영자가 착하냐? 나쁘냐?의  문제이다. 어찌되었건 기업이 착하다, 나쁘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2010년에 발간된 매트비숍.마이클그린의 저서 '박애자본주의'의 대부분의 내용이 '착한기업'에 대한 사례들이다. 기업사회공헌이나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밑줄 그으며 읽어야 될 책이다. 2006년에 발간된 프레드 라이켈트의 1등 기업의 법칙은 '고객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통해' 1등 기업은 지속성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 경영서이다. 주제와 방향이 전혀 다른 이 두 책에서 기업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 중에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기업은 공익/자선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떤 기업은 임직원들에게 안정적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좋은 직장을 제공하고,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며, 회사의 위기상황의 책임을 직원에게만 돌리지 않고, 경영자도 함께 고통을 감내하며, 소비자에게는 좋은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고,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 재료를 납품하는 납품기업들과 공정한 거래와 이윤을 적절히 분배하며,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피치 못할 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책임을 지고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며, 정부의 제도나 시민개개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재원과 역량을 보태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기업을 보통 착한기업이라고 한다. 이 반대로 행동하는 기업을 우리는 나쁜기업이라고 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회공헌활동을 잘하는 기업이 착한기업인가요?' 라는 질문을 풀어보자. 기업의 이익을 경영자나 임원이 독점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다양한 공익/자선활동을 펼치는 기업이, 기업의 구성원인 임직원에게 좋은 직장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좋은 제품과 친절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공급하며, 제품과 서비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납품기업과의 공정한 거래를 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기업이 속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원과 기업의 역량을 기꺼이 제공하는 기업인가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정답은 없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자선/공익적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좋은 기업의 조건을 완전히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기업의 기본적인 경영활동 (생산/판매/운영)에서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고, 그 위에 금상첨화로 사회공헌활동을 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좋은 기업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기업경영은 나쁘게 하면서, 사회공헌활동만 열심히 하는 것은 양의 탈은 쓴 늑대이고, 남의 돈을 강탈한 강도가 그 돈의 미미한 일부를 거지에게 적선 하면서,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들이 겪는 내적 갈등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평안한 주말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