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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책'

기업시민정신과 NGO -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by Mr Yoo 2013. 2. 15.

 

 

기업시민정신과 NGO

(주성수 / 아르케 / 2003년)

 

 

 

어떤 국가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의 하나로, 많은 지식인들이 '건강한 시민단체'의 존재 및 왕성한 활동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와 우리사회도 시민단체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시절이 있었다. 개별화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시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모아 공론화하고, 무심하던 다른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권력과 정치, 돈에 찌든 기성언론의 보여주는 한심하고 편파적인 여론몰이가 아닌 철학과 사실에 입각한 시민의 의견을 정치와 제도에 반영하고, 그 기반을 구성하는 공동체(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꿈을 꿀 수 있었던 시절이 지금으로부터 10년전 2003년이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법과 제도를 통해 시민단체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다양한 의사소통의 채널을 만들었다. 기업 또한 성장하는 시민단체들을 존중하고 시장에서 서로 등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갖추어 나갔다. 그러한 시기 2003년에 발간 된 도서출판 아르케의 '기업시민과 NGO'란 이 책은.. 기업과 시민단체.. 나아가 정부와의 파트너십의 가야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서구사회의 모델제시와 한국사회의 현황에 대한 분석이 담겨져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자 제3섹터연구소 소장이시기도 한 주성수 교수님의 이책을 2003년 가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사서 펼쳐들고, 서울역에서 고잔역(그때는 안산이 집이었지요^^)까지 가는 지하철 4호선안에서 모나미 153볼펜을 들고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의 시민단체에 대한 마인드와 태도도 교체되었다.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협력하고자 했던 법과 제도는 지난 5년 세월에 먼지와 거미줄만 남게 되었다. 많은 시민단체가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을 하거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본연의 일들을 소홀히 하고, 수익사업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건강한 웃음을 웃으며 소매를 걷어 부치고 이러저리 온 동네를 쏘다니던 시민단체의 간사들도 밥벌이를 하러 나서고, 혹은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유학길에 올랐다.   몇몇 덩치 큰 시민단체들이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그저 유지하고 있는 선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공무원들도 시민단체들 알기를 우습게 알고, 기업은 이제 시민단체들을 많이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줌마 블로그들을 더 무서워한다.)

 

정부+기업+시민단체의 파트너십을 통한 사회의 건강한 발전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던 이 책의 비전을 우리는 언제나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책장을 정리하다 먼지 쌓인 이 책을 다시한번 뒤적였다. 쓰고 보니 너무 절망적이네... 여전히 시민단체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