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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책'

파이 이야기 -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by Mr Yoo 2013. 1. 14.

 

 

파이 이야기(얀 마텔 /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15일 초판) 

 

-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

 

고백하지만, 파이이야기란 영화가 나오기까지는 이 책에 대해서 몰랐다.  오래전에 이미 베스트셀러였건만, 베스트셀러 소설은 왠지 손이 안가는 괜한.. 쓸데 없는... 아주 못된 자존심 때문에.. 그동안 이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주위에 꽤 여러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다시 이 책을 권했다. 책이 영화보다 낫더라고^^ (이안 감독님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베스트셀러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재미있어서이다. 너무 재미있으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책에만 빠져산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3일 동안 한잠도 못잤다. 군에 있을 때 장길산을 보초서는 초소에 가져가서 읽다가 순찰 온 장교에게 걸리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군장 매고 뺑뺑이를 돌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험서를 읽고, 생활의 정보를 읽기 위해 실용서를 참고하며, 남는 시간을 떼우기 위해 카페와 미장원에 놓인 잡지를 읽는다. 눈문을 흘리고 싶은 감성에 둘러 쌓이기 위해 시집을 읽고, 보다 나은 미래의 자신을 꿈꾸며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삶의 존재와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기 위해 역사서와 철학서를 읽고,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나의 고민이 혼자의 고민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은 가장 능동적인 유희이다. TV와 영화, 음악은 독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동적 감상'이 가능한 활동이며, 수동적 감상으로 만들어지는 무의식이 우리의 피곤하고 정돈되지 않은 뇌 속의 쓰레기 들을 청소하고, 조각모음해준다. 그에 비해 책을 읽는 행위는 본인의 능동적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자를 읽고, 해석하고, 앞뒤 문장을 조합함으로써 문맥의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지식을 쌓는 일년의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문명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매우 고차원적인 지식 활동이다. 

 

강원도 정선 내 고향에 살아 계신 아흔이 가까우신 할머니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다. 문맹이었던 할머니는 시골교회에 다니면서 성경을 통해 겨우 문자를 읽는 수준의 한글을 익히셨고, 지금도 여전히 쓰는 한글은 매우 서투시다. 할머니는 평생 한권의 책만 읽으셨다. 성경책... 그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문자 세계이다. 할머니가 학교를 다니셨더라면.. 문자를 좀더 빨리 익히시고... 성경외에 다양한 책들을 읽으셨더라면... 할머니의 삶은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삶은 지금과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파이이야기.... 간만에 푸욱~ 빠져서 읽은 책이다. 맘먹고 읽으면..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시켜 놓고, 두서너시간이면 다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책을 읽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 얀 마텔에게 감사한다. 좋은 이야기...재미있는 이야기... 이야기를 통해 즐거운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그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며...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이유...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는 '성취감' 바로 그것이다. 파이이야기는 좋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