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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도 '책'

식객 - 인생을 지혜롭고 풍요롭게 사는 방법 '요리'

by Mr Yoo 2012. 12. 19.

 

 

食客 (식객/허영만)

 - 인생을 지혜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 '요리'-

 

내 아들에게 물려주거나, 가르쳐주고 싶은 것을 몇가지 고르라고 한다면, 첫째 책 읽는 습관 (무식하게 나대는 일이 적어지고,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나와 타인에 삶에 대해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사진찍는 취미 (세상에 뭐하나 허투루 볼 것이 없으며, 사람과 사물을 깊게 관찰하여 내면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볼 수 있는 식견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셋째, 요리를 할 줄 아는 기술이다. 

 

식객.. TV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허영만 화백의 만화책이다. 어떤 이는 만화책이 아이들 놀이감일 뿐 읽을 만 한 것이 못 된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독서가 매우 편협하고 독선적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2005년 10월에 1권을 발간하여, 2010년 5월7일에 마지막권인 27권이 발간되었다. 거의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신문과 여러매체를 통해 연재되고 정리되어 단행본 27권이 발간되었다.  일본만화 '요리왕 비룡'과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요리만화가 왜 없을까.. 하며.. 우리만화의 수준을 한탄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하늘에서 구원의 메세지처럼 나타난 만화가 바로 식객이다.  많이들 보셨을 테니 내용을 이야기 할 것은 없고...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아들에게 요리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싶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요리는 생존의 기술이다.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 란  유명한 젊은 요리사를 아시는 지?  영국 공립학교의 급식혁명을 가져온 그는, 페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고, 패스트푸드중심의 영국 공립학교 급식을 유기농자연식으로 변화하게 끔 만든... 요리를 통한 사회운동가이다. 물론 아시다시피..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패스트푸드에 찌든 미국애들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어쨋든 그가 시도한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중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여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니까.. 맨날 패스트푸드만 사먹고.. 그로 인해 건강도 나빠지고... 성격도 지랄 같아 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도 그의 주장에 동감한다.. 특히 우리세대가 아마도 보편적으로 직접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들세대에 가면.. 집에서 요리를 해 먹기 보다는 대부분 밖에서 사먹거나.. 손 쉽게 조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서, 손질하고, 그것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면,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가 되거나 영양과다가 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 건강하고 주체적인 우리 아들의 삶을 위해 요리를 가르치려고 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한식조리사와 제빵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당^^ 또 자기자랑~~) 

 

둘째, 요리를 통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비닐 껍질 뜯어서 전자렌지에 넣고 3분 돌리는 그런 즉석 요리에도 조리 순서가 있다. 요즘 같이  뒤죽박죽 순서없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잘 하기 위해서는 급할 수록 순서를 지키고, 하나씩 하나씩 제대로 해 나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결국 성공하고, 인생의 목표를 쟁취하는 모습을 본다. 배고프다고 씻지도 않은 쌀을 물에 넣어 대충 끌여내면 밥이 되지 않는 것 처럼... 절차와 순서를 지켜 요리를 해 나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다른 일에 있어서도 요리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셋째, 요리를 통해 기다리는 인내를 배울 수 있다.  숙성 된 맛을 내는 묵은지를 얻으려면  2~3년은 김치독을 열지 말아야 하고, 빛깔 좋고 맛 좋은 된장, 간장, 고추장을 얻으려 해도, 최소한 한 계절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뜸이 드는 5분을 참지 못해 밥솥을 열어재끼면.. 설익은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다.  기다리는 것을 미련한 것으로 치부하는 요즘에는 촌스러운 말 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때가 무르익는 것을... 본인의 경험과 역량이 쌓이고 자라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성공하기를 바라는 조급함이 나를 포함한 젊은이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 인 것 같다. 우리 아들은 요리를 통해 기다리는 인내의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넷째, 요리를 통해 배려의 마음과 자세를 배울 수 있다. 혼자해서 혼자 먹는 요리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당연히 보람도 없다.  어쩌다가 한번씩은 혼자만을 위한 자신의 요리를 해 먹는 것도 분위기가 있는 일이지만.. 매일 매끼를 혼자 먹는다고 한다면.. 그것보다 처량하고 외로운 일이 어디있겠는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남을 잘 배려할 줄 안다. 내가 하고 있는 요리를 먹을 사람이 어떤 맛을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그 사람에게 좋은 요리가 될지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좋은 요리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즉.. 요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생각,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의 삶을 살게하는 자세로 자리잡게 된다. 나는 우리아들이 혼자  먹는 외로운 요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여럿이 즐겁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이런.. 요리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식객 27권에 담겨있다. 단순히 맛을 찾아 유랑하는 식객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과 사람, 사람과 음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의 이야기가 여기 이 만화책에 있다. 

 

한 가지 주의 할 것은... 식객 27권을 모두 읽는 동안 몸무게가 적어도 5kg정도는 늘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