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좀 재미없다. 재미없어도 꼭 해야할 이야기다. 늘 그렇지만 내 생각도 정리하는 의미에서 쓰는 글이니, 기업사회공헌을 깊이 있게 알 필요가 없는 분이면.. 패스하셔도 좋고, 앞으로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한번 쯤 읽고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기업사회공헌이라고 하면.....대개 외부적으로 보이는 부분, 즉 어떤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사업의 아이템 (Business Item)을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 바닥에서 일을 하다보면, 밖으로 보이는 사업 아이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한 사회공헌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온다. 기업내 사회공헌조직이 별도로 없고, 한 사람의 담당자가 단기적인 아이템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할 때에는 그냥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실행하면 되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사회공헌조직이 별도로 구성되며, 예산이 확대되고, 기업내에서 사회공헌사업의 위상이 높아지면.. 단순히 단기적인 사업아이템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의 중장기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요구를 받게 된다. 또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다 보면.. 방향을 잃고 헤맬 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오늘 설명하려고 하는 기업사회공헌의 구조(체계)이다.
위에 있는 그림은 그동안 몇몇 기업의 사회공헌담당자로 일하면서,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그리고, 지우고, 고치고, 회의하고, 보고하고, 깨지고, 다시 그리고 하면서 만들었던 내가 생각하는 사회공헌체계의 기본구조이다. 물론... 논리구조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각 블럭의 위치나 제목이 바뀔 수 있지만, 대개 위에 있는 그림 정도의 기본 체계를 가지고, 몇가지를 더하거나 빼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하나하나 순서대로 정리해 보자..
1. Vision - 우리회사가 꿈꾸는 기업사회공헌의 최종 형태는 무엇인가?
경영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내가 경영학의 개인적인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피터드러커 교수님께서는 살아 생전 수 많은 저서를 통해 기업의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다. 비전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는 기업은 영혼이 있는 사람과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비유하시기도 했다. 대부분 기업의 비전은 해당 기업의 사업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World No 1' 이라는 것은 세상을 지배한다는 뜻이고, 기업을 창업하는 많은 기업가들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기업사회공헌의 비전은 기업의 비전과 동일할 필요는 없다. '세계 제일의 사회공헌기업'이런 건 좀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기업사회공헌도 기업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어느정도 도움이 될 비전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최종적인 우리회사의 모습이 기업사회공헌의 비전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기업의 경우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신채널' 이라는 기업의 비전을 세운다고 한다면, 기업사회공헌의 비전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의 장애를 해결하는 행복한 사회공헌' 정도로 그 기업의 비지니스분야와 기업의 비전과 방향성을 갖추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 Mission - Vision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야할 일
종교단체나 민간 시민단체의 경우 Vision 보다는 Mission이 우선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종교는 이미 절대적인 Vision인 해당종교의 이상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비전을 꿈꾸었다가는 '이단'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시민단체의 경우에는 그 시민단체를 설립한 목적 자체가 이미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해야할 활동인 Mission이 가장 윗단에 위치할 수 있다. 어떤 경영학자들은 기업의 미션은 영리추구이기 때문에, 다른 미션이 있을 수 없다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기업의 설립목적자체가 창업자의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경우도 있고,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는 영리추구자체가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미션이 영리추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이 될 수 도 있다. TV 인터뷰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성공한 연애기획사의 대표는 그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 '나 같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딴따라, 날라리라고 홀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에서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의 미션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서 해당기업이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효과를 거두는 것' 이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의 이익을 얻도록 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매출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한다거나, 사람들이 해당기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 등.. 기업사회공헌활동이 기업에 플러스 요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사회공헌이 미션은 기업에만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사회에도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 이 두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일했던 한 기업의 사회공헌팀의 미션은 "기업은 올바른 방법을 통해 이익을 내야하고, 그 이익은 사회를 위해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외국계 기업 사회공헌팀의 미션은 "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웃을 보살피는 기업 " 이다. 물론 영어로 써있다. 또 한 기업의 미션은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자" 인데, 사회공헌팀의 미션은 "재미있게 나누는 우리회사를 만들자" 이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공헌팀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3. Long(Middle) Term Goal / 중장기 목표 - 3년, 5년,10년 내에 이루어야 할 목표
'세계최고의 산악인이 된다'는 비전을 가진 산악인에게 미션은 '세계 100대 봉우리를 무산소 등정한다.' 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다 이루려면 몇십년이 걸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자칫 중간에 힘든 일을 겪으며 포기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원대한 목표를 3년~5년 단위로 끊어서 단계적으로 실행하다보면, 어느새 그 비전이 실현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그렇고, 기업사회공헌도 마찬가지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3년, 5년, 10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실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식품회사의 사회공헌의 미션이 "굶주린 사람들에게 맛있는 행복을 나누자" 라고 한다면, 무작정 그 일을 벌렸다간 한도 끝도 없는 일이 될 것이다. 향후 3년 목표를 "국내 저소득 결식아동 1천명의 결식문제를 해결한다." 라고 세우고.. 5년 후에는 2천명.. 10년 후에는 5천명으로 목표를 늘려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4. Strategy / 전략 -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
전략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경영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니, 그냥 사용하도록 하자. 중장기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이 전략이다.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인 전략은 '비즈니스 연관, 현장중심, 파트너십, 지속가능' 이 네가지하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연관전략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연관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이 잘하는 것, 기업이 전문성을 가진 것을 바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다.
현장중심전략은 기업사회공헌에 있어서, 모든 활동의 초점을 그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회사내 책상에 앉아 인터넷 검색으로 사업아이템을 찾고, 사업이 진행되어도 이메일이나, 전화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PPT 사업결과보고서와 사진 몇장, 동영상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사무실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장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사업을 기획하고, 담당자가 사업의 처음, 중간, 끝을 현장에서 살펴보아야 하며,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입과 상황변화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이 현장중심전략이다.
파트너십 전략은 현장성, 전문성을 가진 민간단체와 협력을 통해(절대 갑을 관계가 아닌..) 사업을 시행하다는 뜻이고, 지속가능전략은 단기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기업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5. Main Business Area - 목표를 이루기 위한 주요사업 영역
사업의 범위를 이야기 한다. 식품회사가 '3년내 국내 저소득아동 1천명의 결식문제를 해결한다'는 중기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의 큰 범위와 대략적인 주요사업영역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푸드뱅크사업' '급식비지원사업' '가맹점나눔사업' 등으로 주요사업 3대 영역을 나눌 수 있겠다. 기업사회공헌의 예산이 그리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주요사업영역과 아래 단에 있는 사업의 아이템과 합치는 것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6. Short Time Target - 단기(반기,연간) 사업목표
3년,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 목표는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정 될 가능성이 크다. 1년 단위의 사업이 기대이상 잘 되면, 목표치를 높여야 할 것이고 생각보다 어렵다거나 애초에 사업기획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중장기 목표를 줄이거나 다른 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어쨋거나 중장기목표를 달성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6개월, 1년단위의 단기 사업목표이다. 3년내에 1천명의 국내 저소득 아동의 결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중기목표를 세웠으면, 올해 1년 동안에는 최소 3~4백명의 저소득 결식아동을 찾아 그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기 목표가 성과 평가의 기본단위가 된다.
7. Business Item - 실제적인 사업
주요사업영역을 보다 구체화 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내용이다. 앞서 말한 푸드뱅크사업을 주요사업영역으로 정했다면,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은 '우리회사의 장기보존 유아용식품 10,000개 푸드뱅크 전국사업단 기증' '우리회사가 위치한 지역의 푸드뱅크 사업단과 협력을 통해 저소득 결식아동 가정 정기방문 자원봉사활동' 등이 될 수 있다. 사업아이템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실행계획서가 작성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사업대상과 단기적인 사업일정, 사업예산, 사업시행방법, 성과평가방법 등이 들어가 있어야 된다. 이것을 통해 사업실행과 예산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8.Organization + Partnership - 실행조직과 협력방법
솔직히 이 부분을 사회공헌체계에 떡 하니.. 하나의 단으로 표현하기는 쫌 그렇지만... 어쨌거나 아무리 좋은 체계와 기획도 실행조직과 함께 도움을 줄 협력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획으로만 끝나고 만다. 실제로 이러한 사회공헌체계를 누가 주도적으로 실행하며, 각각의 협력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다.
기업사회공헌실무자로 일하다 보면, 위에 제시한 사회공헌의 체계를 회사에서 시켜서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일이 자꾸 안되고 방향을 잃거나, 놓치고 가는 부분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그 기업의 사회공헌체계를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체계를 그리는 일은 절대 쉽지 않고, 많은 고민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그려낸 사회공헌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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