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읽어야 할 책
박애자본주의 VS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 가
○ 박애자본주의 / 매튜 비숍, 마이클 그린 / 사월의 책 / 2008년 출간 / 2010년 번역 출간
○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 마이클 에드워즈 / 다시 봄 / 2008년 출간 / 2013년 번역 출간
기업... 세상을 구하려 들지말고, 망치지나 말아라!
안타깝지만, 서해훼리호참사, 씨랜드참사, 대구지하철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사고 또한 ... 시간이 조금 지나고.. 언론에서 더 이상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지 않게 되면, 문제시 되었던 많은 부분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에 일어날 더 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평생 공직에 몸담고 계시다가, 지금은 은퇴하신 우리 아버지께서.. "6.25 전쟁이후 60년 동안 '무사안일, 복지부동..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의식이 공직자들 사이에 아주 깊숙히 뿌리박혀 있는데.. 세상이 변하겠냐.."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하지 않을 세상이니... 짐싸서 이민이나 가야 할까요?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가슴치며 한탄하고만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평소엔 별일 없이 살다가, 무슨 사고만 터지면 난리법석을 떨고, 가슴치고 후회하다가, 다시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살다가.. 또 후회하고 가슴치는 일을 바보처럼 반복하고 살아야 할까요 ...?
지금 당장은 뚜렷한 대안들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써 내 자리, 내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하루종일 고민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남아 있는 아이들 걱정과 생각에 이성적인 사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장례를 다 치르고 나면, 아마도 그때 부터가 시작일 것 같습니다.
1994년 삼성그룹이 삼성사회봉사단을 기업내부조직으로 공식화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업사회공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년 전 일입니다. 2013년 작년한해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부금으로 사용한 금액이 4조원에 이릅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그럼 지난 20년 동안 우리사회의 문제들이 기업사회공헌을 통해 많이 해결되었나요? 그걸 피부로 느끼십니까?..... 많은 사회학자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사회공헌 자체는 지난 20년 동안 많이 세련되어졌지만... 그것으로 인해 개선되거나 해결된 사회문제를 말해보라고 하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사회공헌 전문가들과 사회학자들의 의견을 모아본 결과 그들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첫째 '지난 20년간의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은 '기업사회공헌' 그 자체를 성장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왔다. 즉, 기업사회공헌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우리기업이 사회공헌을 한다' 라는 것을 내세우는 것에만 집중해 왔다. 둘째,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을 장기적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이 아니라, 겉으로 들어나는 증상들을 일시적,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셋째, 기업사회공헌이 마치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전부인 것 처럼 행동해 왔다." 이 세가지 지적에 대하며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써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나씩..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두 권의 책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2008년.. 같은 해에 출간된 이책은 공교롭게도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라는 주장과 ' 기업은 세상을 바꿀 마음이 없다' 라는 주장.. 즉 기업의 자선활동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을 각각 담은 책입니다. '박애자본주의' 라는 책은 2010년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TV에도 소개되고, 한동안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어!!' 라는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던 책입니다. 반대로 2013년 지난해 번역되어 발간된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라는 책은 별로 알려지지도 않고,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읽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애자본주의 - 자선사업도 성공하는 기업의 전략과 방식을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
"신(新)자선가들은 자신들이 자선사업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오늘날의 급변하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들과 맞붙을 수 있도록 자선사업에 '새로운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솔직히 말하면 자선사업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과거 수백 년간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자선가들은 자선사업의 선조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30년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으며, 오늘날 신자선가들은 그러한 재정적 성공의 비결을 기부에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박애자본주의자(Philanthrocapitalist)'라고 부르는 것이다.(23p)"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으로 대표되는 '박애자본주의자' 들이 왜? 어떻게? 기존의 자선사업들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지금의 현상(결과가 아닌 현상)을 서술한 이 책은... 기업 비즈니스세계에서 돈을 버는데 성공한 전략과 방식을 자선사업에도 적용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경영자분들이 아주 많습니다)이 아주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 박애자본주의는 사기다.
"박애사업과 기업적인 사고를 접목하는 현상을 내가 '사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략하게 말하면 이렇다. 기업적인 사고는 사회를 변혁하는 데 필요한 더 깊은 변화를 외면하게 만들고, 의사결정을 적절하지 않은 손익계산의 문제로 축소하며, 기업적 사고를 박애사업과 시민사회로 확장 할 때 소요되는 비용과 교환 조건을 무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10p)"
돈(이윤) 이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자선사업에 뛰어 들었을때... 그리고, 자선사업에 이윤추구의 도구를 적용했을 때 일어나는 반작용과 부작용을 다룬 이 책은, 기업은 기업의 자리에서 상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시민사회는 시민사회의 공익영역에서 공동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때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 그건 당신의 몫...
저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라고 한다면, 두 책 모두를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무지개 빛 희망만 가지는 것도 위험하고, 회색 빛 절망과 무력감만 가지는 것도 위험하니까요....
연휴의 시작입니다. 특별히 할일 없으시다면...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분향소에 가서 어른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실어 보내는 것도 좋고, 이 두권의 책을 통해.. 내가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사회공헌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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