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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 담당자가 알아야 할 CSR & CSV - 한달이나 늦은 모임 후기

by Mr Yoo 2014. 5. 17.

 

 

기업사회공헌 담당자가 알아야 할 CSR & CSV

 

기업공익재단&기업사회공헌실무자 모임 - 한달 늦은 후기

 

 

2014년 4월 18일 저녁6시50분..

샌드위치 70개, 생수 70병, 뜨거운 아메리카노 70잔, 스트로베리 요거트 디저트 35개, 블루베리 요거트 디저트 35개. 컵 아이스크림 70개가 양재동 SPC본사 2층 사업설명회장 입구에 가지런히 준비되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이메일로 신청하신 분이 여든한분.. 과연 몇분이나 오실까 싶어...  소심한 마음에 70명분을 준비했습니다. 손에 든 전화기에선 계속 문자 알림 진동이 느껴집니다. "정말 죄송한데.. 오늘 갑자기 회사에 급한 업무가 생기는 바람에 모임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 오늘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어제 지방 출장을 다녀오면서 몸살이 심하게 걸려 병원에서 링겔맞고 있습니다 "  ........ 마음속으로 '오늘 모임 안오시면 나중에 후회하실 텐데.. ' 라는 생각을 하며... 무엇보다... 준비한 70인분의 간식이 많이 남으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과 실종자 무사귀한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된 모임..

7시가 모임 시작시간이었으나, 뭐..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모임이 제시간에 시작될리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얼굴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준비된 70개의 좌석이 거의 대부분 손님을 맞았습니다. 저멀리 전주에서 이 모임을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서 오신 분도 있었고, 지방 출장을 갔다가 늦을 까봐 평생 처음으로 모범택시 잡아타고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감동ㅠㅠ;;..... 이제 모임을 시작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모임 이틀전...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모임을 취소할까도 순간 고민했지만, 필요한 모임이라 생각해서 실행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기전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과 실종자 무사귀한을 위한 잠깐의 묵념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단 몇명이라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돌아보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가 알아야 할 CSR & CSV

당일 모임의 메인행사는 Korea CSR의 유명훈대표의 강의였습니다. 유명훈 대표는 제가 지난 3월에 디큐브아카데미에서 CSR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면서 처음 만났던 분으로.. 십수년간 이 일을 하면서 만났던 우리나라에 꽤 이름 알려진 CSR이나 사회공헌컨설턴트 들 중에 저와 생각이 가장 잘 맞는 분이라고 봅니다. 일단... 저와 마찬가지로... Country Boy..이고... 무엇보다.. 기업사회공헌의 본질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의 수단이나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PR의 수단으로 보기 보다는 '기업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당연히 해야할 기업시민으로써의 책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점은 국내의 다른 CSR이나 기업사회공헌컨설턴트 들이 마케팅이나 PR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스타일의 CSR과 사회공헌'에 포커싱이 되어 있는 반면.. 유명훈대표는 CSR과 기업사회공헌을 좀더 기업의 본질적인 역할로 보는 '영국스타일'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영국 Leeds Met. University, Leeds Business School에서 경영학을 수학하였습니다. 

 

 

BOB - CSR을 잘하기 위한 세가지 방법

1시간30분 정도의 강의를 통해 유명훈대표는 CSR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실제적인 사례.. 그리고 CSR을 잘하기 위한 세가지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1. Business Model Change

 

CSR을 잘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첫번째,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일입니다.' CSR 실천 이전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이었다면, CSR 실천 이후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 책임'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이 세월호사고 이후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사고를 통해 300여명의 소중한 목숨이 한꺼번에 너무 허무하게 사라졌기 때문에, 전 사회적으로 '각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봅니다. 만일 300명이 아닌.. 훨씬 적은 숫자가 희생되었더라면 이번에도 역시 그저 그렇게 잊혀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분들은 앞으로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순교자'의 역할을 감당하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판매대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건물의 기둥을 없애고, 구조를 변경해서 발생한 삼품백화점 사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장치, 소화장치 하나없이 가건물을 지어 캠프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씨랜드 참사, 몇푼의 운임을 더 벌기 위해 탑승인원을 초과하고 적재화물의 무게를 무시해서 발생했던 서해훼리호사고와 이번 세월호사고..... 이 모든 황당한 사건들이 전부 하나같이 똑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바로 이제까지 우리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자체가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우리사회, 우리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면.. 아무리 사고 책임자에 대해 '사형'을 내리고 그것을 '집행' 한다도 해도... 얼마지나지 않아 똑같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반드시 발생할 것입니다.    

 

2. Organization & Culture Change

 

두번째,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바꾸어야 할 부분이 조직과 문화입니다. 기업에 CSR의 원칙을 적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만들고, 실천할 조직과 문화가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일할 조직과 그것이 조직전체에 적용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CSR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의 노동환경은 현재 개발도상국의 아주 열악한 노동환경보다 더 낫지 않았습니다. 기업내의 남녀차별과 성폭력,성희롱 등의 말도 안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부상을 당해도 보상은 커녕.. 회사에서 짤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민단체와 노동운동가들이 목숨을 내어놓고 노력 한 결과, 노동법이 바뀌고, 근로기준법이 제정되어었으며,  기업 내부에 노동조합이 생겼고, 노사정위원회가 생겼으며, 최저임금제가 시행되었고, 근로자를 위한 4대보험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노동환경과 근무조건개선을 위한 담당부서가 기업내에 일반적인 조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여성차별은 여전히 다른 형태로 존재하지만, 직장내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가야 할 상사의 추태가 아닌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용주가 고용인을 함부로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 기업문화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아직 북유럽 선진국의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하는 이상적인 노동환경과 문화를 따라가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세상을 바꿀 기가 막한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실천한 도구(조직)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환경(문화)이 조성되어야 가능합니다.      

 

3. Behavior Change

 

마지막 세번째는 결국 구성원 전체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가 나자마자..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들고나온 대책이 '재난재해, 안전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매뉴얼을 만들겠다' 였습니다. '대책과 매뉴얼'이 없어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재난재해 안전사고 대책은 많이 마련되어 있었고, 매뉴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실천할 사람들의 행동이 준비되지 않았고, 실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고 후 지난 한달간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 안산 합동분향소 등 세월호사고와 관련된 장소에 다녀오면서, 이제는 변해야만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고를 잊지 않는다고만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고를 잊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그것이 고쳐지고, 우리사회 구성원 전체가 실천하고 당연한 것으로 완전히 자리잡기 까지 끊임없이 계속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업의 이익 최우선' 에서 '사회적 책임' 우선으로 바꾸고, CSR과 관련된 회사원칙을 만들고 실천할 조직을 만들고, 문화를 조성하여도, 기업의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CSR의 실천은 일반 직원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임원들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회사의 우두머리, 리더인 경영자.. 회장님, 사장님들이 솔선수범하셔야 합니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어찌 아랫물이 맑을 수 있겠습니까.....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CSR&CSV를 알아야만 하나요?

유명훈대표의 강의가 끝나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여기 모인 기업사회공헌실무자들이 실무자 수준에서,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회사의 의사결정자인 임원과 경영자들이 CSR이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관심과 실천의지가 없으면, 우리나라 기업구조상 실현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요?"  유명훈 대표의 답은 이렇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실현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실무자가 CSR이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고, 실무자 수준에서 우리회사에 적용가능한 부분들을 잘 준비해 둔다면,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선진기업의 필수조건인 CSR이나 사회공헌이 빠른 시간내에 우리나라 기업에 확산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지금부터 여러분이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의가 끝난 이후에 한국타이어 강혁차장님의 신들린 듯한 2부 순서진행으로 인해, 처음 뵙는 분들도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강혁차장님 고마워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름이후에 있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그렇게 모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달전에 있었던 모임을 이제서야 리뷰하는 저의 게으름을 탓해 주시기 바라며, 블로그를 빌어.. 그날 참여해 주신 60여분의 기업사회공헌, 기업재단 실무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다시 한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