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담당자
당신은 어떻게 영감(靈感)을 얻는가?
Inspiration / 靈感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 감화를 주는 사람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업무 중 절반은 아이디어를 모아서 행사나 사업을 '기획 (Planning / Designing)' 하는 일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 계획한 일을 실행(Practice)하고 관리(Management)하는 일이지요... 뭐... 다른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라고 되물으신다면 딱히 할말은 없지만.. 기획하는 일이 기업사회공헌에 있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일을 기획할 때 중요한 건 뭘까요? 새로운 아이디어,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도울 대상자들의 욕구(Want)와 필요(Need), 실행가능성, 예산, 실무자들의 역량, 회사에서 동원 가능한 자원, 협력할 민간단체나 복지시설의 사정, 직속상사의 취향, 회사의 사업방향, 회장님이나 사장님의 지시사항, 경쟁기업의 사회공헌사업, 사업의 리스크..... 등등등.... 새로운 사업 하나 해보려고 하면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고려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들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공헌담당자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하다' 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기본이 되는 것' 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사회공헌의 '진정성(眞情性)'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 진정성이라는 것이 어디서 부터 오는 것인가 하면... 바로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부터 시작되어 오는 겁니다. 물론 기업의 의사결정자인 회장님, 사장님이나... 기업사회공헌부서의 임원이나 팀장, 국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사업이 오락가락, 갈팡질팡하기는 하지만... 그 실행의 최전선에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 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담당자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어떻게 사업을 실행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사회공헌의 진정성은 최소 80% 이상 결정되어진다고 봅니다.
좀더 쉬운 표현으로 하자면... 싸가지없고, 이기적이고,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성과는 독점하려고 하고, 잘되면 자기탓이고 안되면 협력단체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손에는 물도 묻히지 않으려고 하고, 남에게 부탁만하고, 현장을 가보지도 않으면서 책상에 앉아 아는 체만 하고, 월급 좀 더 받는다고 협력하는 NGO나 복지시설의 담당자들을 엎신여기고, 어디가서 전문가랍시고 아는 체나 하고, 본인의 업무보다는 멘토놀이나 강사노릇을 더 하고 싶어하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제가 바로 그런사람이네요.. ㅠㅠ;;) 이런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부터는 진정성있는 사회공헌사업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존 렘스던 (John Lumsden 1869-1944)
존 렘스던은 아일랜드 출신의 의사입니다. 그는 제가 그토록 오랫동안 찾았던 사람입니다. 저는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원조(原祖)를 찾고 싶었습니다. 기업이나 기업가가 세운 재단(Foundation)의 실무자가 아닌.. 기업의 직원이면서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한 그 첫번째 인물은 누구일까? 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자선사업을 한 훌륭한 기업가에 대한 기록은 많아도... 실제로 그 사업을 현장에서 실행한 '기업사회공헌담당자' 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중고서점에서 우연하게 책을 하나 구입하게 되었는데... 바로 세계최고라 부를만한 맥주회사 '기네스' 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잘아는 '기네스북'도 바로 기네스에서 후원하는 책이죠. 기네스는 1755년에 아일랜드에서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설립한 맥주회사로 아일랜드(영국이라고 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의 수도 더블린이 본고장입니다. 지금은 맥주이외에도 다양한 주류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150개 나라에서 기네스를 맛볼 수 있으며, 50개국에 양조장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엔 기네스의 양조장이 없습니다.
'기네스' 라는 기업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모르지만, 아일랜드나 영국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명문기업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구글이나 위키피디아를 통해 검색해봐도 260년의 역사를 통해 아일랜드와 영국사회에 좋은 영향과 긍정적 사회변화를 일으킨 기업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설립자인 아서 기네스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였습니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미국의 '카네기'나 '록펠러' 보다도 150년 이상이나 앞서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했던 사람입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앤드루 카네기'도 스코틀랜드출신으로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이었으며, 그가 기업가로서 철강과 철도를 통해 엄청난 부를 쌓은 뒤, 자선사업을 시작할 때 '아서 기네스'의 사례를 참고했다는 주장과 기록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기업가이자 자선가였던 '아서 기네스' 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기네스'라는 기업에서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했던 실무자에 대해서는 잘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발견했고, 읽다가 보니... 제가 찾던 인물이 이 책에 나와있던 것입니다. 물론... 존 렘스던 이전에 다른 기업이나 기네스에서 기업사회공헌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기록에 나와있지 않거나.. 제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존 렘스던은 제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오래전에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존 렘스던은 어떤 기업사회공헌담당자였나?
존 렘스던은 기네스의 임직원 건강관리 의사의 조수로 1894년에 고용되었습니다. 공중보건체계가 현재와 같지 않았던 120여년 전이니.. 임직원들이 병이 들거나 다치면.. 지역에 있는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의 아일랜드 더블린의 지역상황은 많은 전염병과 비위생적인 도시환경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기네스는 기업을 설립한 1755년 이후.. 줄곧 기업 구성원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 회사의 성장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였고, 회사에 임직원들과 임직원들의 가족들이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담의사를 고용하였습니다. 존 렘스던은 그 전담의사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존 렘스던이 기네스에 고용되었던 기존의 의사들과 달랐던 점은 회사 진료실에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환자들만 진료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회사의 임직원들이 병에 걸리고 아픈 이유가.. 단순히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더블린 지역사회의 문제라고 인식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 발달하기 시작한 '공중보건학' 이라는 학문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내 진료실을 벗어나 회사 직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직원들의 주거환경을 가가호호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기업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하기 전에 현장조사활동을 한 것입니다. 그 일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회사에서 모든 회사직원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우니, 그러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는 이사회를 설득했고. 1,725명의 임직원 가정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이사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 임직원 가정의 35%는 절대적으로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회사 측에서 공동 주택을 더 많이 지을 방법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사망자 통계수치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모두 만족하여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아픈 사람도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존 럼스덴의 헌신적인 노력과 끈질기게 이사회를 설득한 집요함으로 인해, 결국 기네스는 더블린에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공동주택사업을 기존의 사택건설사업보다 훨씬 더 많이 시행하게 되었고, 기네스가 지은 공동주택단지는 더블린의 지역환경을 위생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주택단지 사업뿐만 아니라.. 존 렘스덴은 기네스의 임직원들과 더블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체육활동을 권장하고 다양한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교양함량과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문화를 변화시켰습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때 회사직원들에게 의료교육을 시켜 전장에 위생병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음은 그가 계획하고 실현한 사업들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1.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실시한다.
2. 대중에게 교육의 가치를 알려주는 강의를 마련한다.
3. 육상 및 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4.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질병 예방에 앞장서는 독서 자료를 배포한다.
5. 주부 및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요리 교실을 개설한다.
6. 젖먹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7. 콘서트나 친목회 형식으로 오락을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8. 경영진과 직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9. 주택을 공급한다.
( 착한 맥주 위대한 성공 기네스 / 175p 인용 )
의사로서의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중요시하는 현장성, 자신의 전문분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인드,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는 기획력, 실제적인 실행을 위해 이사회를 설득하는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한가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과 근성.... .. 그는 자그마치 100년전에 기업사회공헌담당자로서 이런 역량들을 갖추고... 수많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그가 기네스의 사회공헌담당자(그때는 이런 말도 없었을 때였지만..)로서 기네스라는 회사 뿐만 아니라, 더블린이라는 도시의 문제와 환경을 개선하는데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2014년 지금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100년 전의 존 럼스덴에게 어떤 것을 배워야 할까요... 저는 무엇보다 그의 열정과 진정성있는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 담당자의 원조... 존 럼스덴... 존 럼스덴 말고 다른 원조를 찾게 되시면 저에게도 좀 알려주세요^^;;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의 열정과 진정성있는 마인드를 키우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요즘은 툭툭 튀어나오는 아이디어 보다는 가슴 깊숙히 느낄 수 있는 '영감'을 받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존 럼스덴의 이야기는 요즘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과 메세지를 통해 고통과 암울함이 가득한 현재의 한국사회가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픔과 슬픔 속에 있는 분들에게 참된 위로가 되며, 삶의 변화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블로그를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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