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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글로벌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by Mr Yoo 2016. 6. 19.




글로벌 기업사회공헌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해외여행보다 해외출장이 더 많은...


지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중국 상해와 북경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해외출장 자주 가는 분들이야.. 일상적인 일이겠지만.. 일반 회사원들에게 해외출장은 매우 드문 기횝니다. 내근직인 경우 회사생활하면서 해외출장은 커녕 지방출장도 한번 못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면에선 저는 꽤 운이 좋은 편입니다. 지방출장은 한달에도 서너번 다닐 때가 많고, 해외여행보다 해외출장의 경험이 더 많은 셈이니까요.. 자랑하는게 아니라.. 이번 중국출장을 다녀오면서.. 앞으로는 좀 바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가 직장생활 17년차.. 그동안 해외출장은 열번정도 다녀온 것 같은데... 개인적인 해외여행은 딱 한번 밖에 다녀오질 못했습니다. 인생을 직장을 위해 사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는 저를 위한 여행을 좀 더 다녀야겠습니다.  


오늘은 이번 중국출장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더해서... 글로벌 기업사회공헌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이 사람 빼고 이야기하면 안될  'P사의 N팀장님(본인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으로..)'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도 섞어서 해보겠습니다... 아직 시차에 적응이 안되서.. 멍~하네요.. ^^;;





해외출장의 부담감....


해외출장을 준비할 때마다, 무거운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특히, 처음가는 곳이면.. 그 부담감이 몇배나 상승해서 출장 중 커피와 타이*놀 투입량이 늘어납니다. 비용이 많이들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윗분들은 해외출장 보내주는 것을 회사에서 상을 주거나 선심쓰는 것 쯤으로 여깁니다. 사실 내가 보내달라고 조른 것도 아니고.. 오로지 회사일땜에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올때 선물 사오지 말라(?)는 말도 몇번 강조합니다. 사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무튼 이번 출장은 '글로벌 사회공헌활성화'란 어마무시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1)중국지사의 주재원 및 현지직원들에 대한 CSR(기업사회공헌을 포함한)교육, 2)지사인근 사회복지기관 방문 봉사활동 협력체결(자매결연), 3)현지직원 봉사프로그램 기획/셋팅/실행, 4)향후 중국및 해외지사 사회공헌 단계별 활성화계획 협의 등등등의 과제를 상해에서 이틀반, 북경으로 넘어가서 이틀반만에 처리(!)하고, 관련해서 언론홍보까지 마치고 돌아와 경영진에게 성과보고를 해야되는 그런 일정이었습니다. 당연히 저 혼자...

  





글로벌 사회공헌을 추진하는 네가지 원칙 業, 場, 動, 人...


위 사진은 P사의 N팀장님이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다녀온 나라들의 국기와 인사말입니다. 참 대단한 형님입니다...^^!! 저는 형님에 비하면 절반 정도 됩니다. 아무튼.. N팀장님이 글로벌사회공헌을 잘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원칙을 세우고 잘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기업의 업(業)의 특성과 경영전략을 반영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


이제 기업사회공헌하면 상식이 되었지만, '우리 기업이 잘하고 있는 것, 우리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것' 과 글로벌 사회공헌을 연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경영학 용어로 '기업의 핵심역량과 연계된 전략적 사회공헌' 이라고 하는데... 국내 건 국외 건 간에.. 그 기업의 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그 기업의 향후 비즈니스 방향 및 전략과 사회공헌활동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10년, 15년 전만 해도, 기업사회공헌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회사가 수익대비 사회공헌활동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가?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직원들의 평균 봉사활동은 몇시간인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갖고 사업으로 만들어 내는가? 요즘.. 유행하는 사회공헌아이템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등이 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많이 하는 그런 양적인 부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 몇가지라도 다른 회사보다 더 잘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보다 전략적인 기업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대세라고 보면 됩니다. 더군다나.. 근래 몇년동안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고.. 앞으로 장기간 저성장 시대가 온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한정된 기업의 자원을 효율,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둘째, 場..국가와 지역, 시기에 따라 변하는 현장의 Needs를 반영해야 한다.


이번에 중국출장을 가기 전에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을 현지에 맞게 조금 조정해서 하면 되겠지..' 라는 조금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가서 주재원분들과 회의도 하고,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면서 의견도 들어보니까... 한국에서처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중국의 경우 아무리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해도... 외부에서 임의로 찾아가서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임직원들을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국가이고, 국가에서 인민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지방정부나 관련 부처와 사전 상의없이 임의로 자매결연을 맺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해외지사의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할 때.. 현지 상황을 잘 모르고, 막연히 좋은 일이니까.. 돕는 일이니까.. 다 잘될거야.. 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더욱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이니까... 우리가 돕겠다고 하면 좋아하겠지, 환영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가는 현지에 가서 당황할 수 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경제적으로 못살기 때문에 돕겠다고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그 수준이 괜찮은 수준일 수 도 있고, 딱히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 도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간 장애인복지시설의 원장님이 말씀하시길...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오는 거라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 사는 장애인들은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우리를 거지나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단지.. 당신 회사에서 똑똑한 직원들이 보내준다고 하니.. 우리가 교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애 아이들 특성에 따른 학습지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교사들의 업무나 학습을 보조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고 하셨습니다. 


이런 관점은 국내 기업사회공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불쌍한 사람들, 불우이웃이라고 대상화시키는 순간... 차별의 시선이 가게 되고 그것은 가장 먼저 당사자들이 느끼고 알게 됩니다. 


나라에 따라서, 같은 나라안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법과 문화, 관습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현지에서는 모두 틀리고,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현지의 사정을 반영하는 것...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원칙입니다.





셋째, 動.. 현지가 주도하는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


이번에 중국 현지 직원들에게 CSR 교육을 하고, 함께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거듭 거듭 느낀 것이... 역시 중국에서는 중국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좋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섭외하고, 관련해서 그 지역의 관련 관공서와 사전협의를 거치고, 프로그램을 짜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중국 현지인 담당자가 할 수 있도록... 저는 옆에서 따라다니며 보조 역할만 했습니다. 출장 한달 전에 이메일로 이런 저런 자료들도 보내고, 준비해야 할 것, 협의해야 할 것들을 보내긴 했지만... 현지에서 이렇게 잘 준비하고, 잘 진행해 줄 줄은 미처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 덮친 쓰나미를 기억하십니까? 제가 그때 E**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스리랑카에 우리회사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긴급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날아갔습니다. 가져간 긴급구호자금으로 시장에서 먹거리, 입을 거리, 생수 등을 엄청나게 사가지고 공장에 와서 펼쳐놓고, 긴급구호 KIT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구호 KIT을 만들어 현지 직원들의 고향 중에 피해를 입은 곳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공장직원들과 구호 KIT을 만드는 일이 며칠 지속되자,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았던 공장직원들이 십십일반 집에서 설탕 한봉지, 쌀 한봉지, 카레가루 한봉지들을 들고 왔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었고, 가져온 것들이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지만... 그 작은 봉지들은 구호 KIT에 담겨져 피해지역의 이재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서울에 있는 사무실에 앉아서 해외지사 사회공헌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좀 오버인 것 같습니다. 현지지사 상황에 맞게, 현지 상황은 현지 직원들이 훨씬 더 잘알기 때문에 현지 담당자를 잘 키우고,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도록 서울에서 잘 지원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人...현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자.


상해도 그렇고, 북경도 그렇고... 생각보다 한인촌이 잘 발달해 있었습니다. 중국어라고는 '니하오' '쎄쎄' '짜이지엔' 밖에 못해도, 잠자고, 밥먹고, 돌아다니는 데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인촌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한국 기업들의 주재원들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서로 경쟁자이지만.. 해외에 나가면 우리 기업들끼리 서로 도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도 우리회사랑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는 S사와 C사의 현지 사회공헌담당자들을 아주 잠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로 부터 중국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떤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소중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좀더 장기적으로 사회공헌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현지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의 NGO들과 협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좀 된다면 글로벌 NGO들과 협력할 수 도 있고, 상황만 된다면 KOICA와 손을 잡는 것도 고려해 볼 일입니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팀도 열악한 상황에... 현지 지사에 사회공헌담당자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현지 지사의 사회공헌담당자는 사회공헌만 전담하는 직원도 아니기 때문에... 국내처럼 일이 진행되리라 보면 안되겠죠...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고, 현지에 있는 다른 한국회사의 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나라 안에서도 잘 못하고 있는데... 나라 밖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만...


바쁜 하루 일정을 겨우 겨우 마치고 늦은 시간에 호텔방에 들어와 노트북을 켜고, 일정정리와 업무준비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라 안에서도 잘 못하고 있는데.. 나라 밖에서 잘 할 수 있을까..' ....  글쎄요... 자신이 없습니다. 현지 지사의 직원들은 외국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사업의 성과를 내기위해  밥도 거르고, 주말도 거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본인 역량의 200%, 300%를 내고 있는데... 본사에서 와서 사회공헌까지 하라고.. 그러니....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쉽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여건들이 그나마 갖춰져 있는 한국에서도 잘하지 못해서 늘 문제고, 늘 아쉬운데...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현지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고, 서울에선 되던 일이 상해와 북경에서는 완전 불가능한 일인 상황에서... 그저 잘하라고만 밀어부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서울에 가면 어떻게 보고를 해야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윗분들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 것은 쉬운데.. 그렇게 하면 현지 직원들이 힘들어 질 것 같고... 현지 상황을 그대로 보고하면... '넌.. 도대체 뭘 하고 온거야' 라고 타박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죠.... 암튼 뭐...그렇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다음주엔 새로나온 책 소개를 좀 할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