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CSR 전략
- 새 책 리뷰 -
고대권, 김재은, 김정태, 도현명, 문형구, 안정권, 전민구, 한정민...
지난 5월24일에 발간된 '저성장 시대의 CSR 전략' 의 저자들은.. 2016년 현재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CSR(기업사회공헌을 포함한 전체적인 의미의 CSR)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글을 한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정말로.. 진실로.. 참으로.. 행운입니다. 오늘은 이 책에 대한 리뷰(일반적인 책 리뷰와 달리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고, 그것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과 자료를 추가하는 방식)를 하려고 합니다.
저성장 시대, 기업의 위기와 CSR (문형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성장이 지속되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지출규모에 기반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공헌하였는지 임팩트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지도 모른다(16p). "
세계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는 '고성장, 고금리, 고물가' 시대를 달려왔습니다. 특히 중국의 개방개혁정책이후 지난 20여년간 중국의 10%를 훌쩍 뛰어 넘는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의 부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 풍선과 같은 부가 실상은 실체가 없는 '빚'으로 이루어진 금융파생상품들이 대부분이었고, 실물이 없는 유령과 같은 금융상품들이 푹.. 하고 바람이 빠져버린 것이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였습니다.
고성장시대를 쉼없이 달려왔던 기업들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삼아왔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안되면 되게하라는 해병대 중대장 같은 보스의 압력이 어느 기업에나 존재했습니다. 목줄을 쥐고 있는 상사의 압력과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짜릿한 인센티브에 길들여진 회사원들은 자본주의와 기업의 노예로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기업들의 앞뒤 안가리는 고성장 전략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사회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CSR이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아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올해는 7%를 겨우 유지 할 수 있겠다는 예상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뭘 크게 잘못해서가 아니라, 풍선의 바람, 즉 빚으로 소비를 지탱했던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결국 중국산 제품의 소비위축을 불러왔고, 그 영향은 중국을 비롯한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급격히 번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20년전.. 한국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는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는 생산과 소비인구가 모두 감소되기 때문에,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도 암담한 상황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고성장 전략을 저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기업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도 저성장시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긴 하였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극복(?)해 버린 바람에,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되진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자나 임원들.. 즉 리더들이 고성장기인 1980년~1990년에 회사일을 시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미 다가와 있는 저성장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뉴 노멀(New Normal).. 고성장이 아닌, 저성장시대의 CSR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한국의 경제성장률 -
저성장시대와 성장관점의 변화 (고대권, 한국SR전략연구소 부소장)
" 기업은 새로운 태도를 요구 받고 있다. 사회가 위기에 처하면 기업도 위기에 처한다. 기업의 도전 과제는 사회 곳곳에 있고, 사회와 환경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기업은 한계에 봉착한다...(중략)..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이 놓여 있는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고, 이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정부, 시민의 행동에 동참해야 함을 의미한다(27p)."
고성장시대를 누려왔던 한국기업의 CSR은 고성장의 열매, 즉 수익의 일부를 선심쓰듯 기부하는 기업사회공헌의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돈을 많이 벌었으니... 기업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좀 나눠주는 것 정도로 인식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젠 기업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매년 10% 성장을 목표로 채찍질을 하고 성과급을 주면 적어도 5% 성장은 이루었는데... 이젠 작년 매출에 95%, 90%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월급 많이 주기로 소문난 금융, 조선, 해운, 해외진출 건설사들이 줄줄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고, 관련 회사들도 파산 직전이거나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이 줄어들고, 월급을 줄 수 없어 직원들을 내보내는 이런 상황에... 기존처럼 수십억, 수백억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기업사회공헌중심의 CSR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최근 몇년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부금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가 올해 부터는 급격히 빨라 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후반과 같은 기업사회공헌의 황금기, 호황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예측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기업사회공헌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세계 흐름 속 기업의 역할과 책임 (안정권, 슬로워크 CSO)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CSR 설문 중 하나인 'Cone Communication/Echo Global CSR Survey'의 2013년 조사 결과를 보면.. (중략)..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31%의 소비자들은 오늘날 기업의 역할에 대해 '비즈니스가 사회 및 환경적 필요를 경영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41p)"
경제전문가들은 저성장시대를 맞이하는 우리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첫째, 글로벌 경쟁력 강화... 둘째, 가치중심 소비시장의 공략... 을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은 말 그대로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그래도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써는 죽으나 사나.. 나라 밖에서 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출산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내수중심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치중심소비는 뭘까요? 돈이 잘벌리는 고성장, 호황기에는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납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2000년대 중반 '과소비' 라는 말이 9시 뉴스와 신문지면을 온통 장식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과소비란 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50대 초반의 아버지는 명퇴로 회사에서 짤리고, 20대 아들과 딸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편의점과 카페에서 알바를 뛰며 대학등록금 대출을 갚고, 엄마는 마트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캐셔와 진열사원으로 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소비는 불가능합니다.
저성장 시대의 소비는 '가치중심의 소비'가 핵심입니다. 일단 '가성비' .. 즉.. 가격대비 성능이 최우선입니다. 같은 가격에 좀더 많은 성능, 가치, 양을 누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잘 팔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나와' 란 회사가 생기고, 이마트엔 '노브랜드'가 생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다음이 '탈소유 소비'..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서 꼬박꼬박 할부금, 세금, 보험료, 관리비를 한달에 백만원씩 내며, 평일 5일 동안 줄곧 주차장에 세워뒀다가 주말에 한나절 타고 돌아다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소비입니다. 소유를 하지 않고 공유를 통해 소비하는 것.... 여기서 '공유경제'의 개념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들이 소비를 할 때 기존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오래동안 사용할 텐데... 좀더 가치있는 소비를 할 순 없을까?' 를 고민하는 겁니다. 그런 고민을 할때..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의 물품을 일부러 찾아서 구매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부정적 이슈가 발생한 기업의 제품은 잘 구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CSR 소비이론' 입니다. 물론 이론과 실제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젠 기업이 수익의 일부를 좋은 일에 기부하는 방식이 아닌, 기업과 브랜드의 긍정적이고 바른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과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소비자와 사회에 좀더 가치를 주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게 앞으로 CSR의 방향이라는 겁니다.
"SDGs는 공공 및 민간투자의 흐름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대안들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또한 글로벌, 지역, 국내 차원에서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부상하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동시에 미래 비즈니스 기회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63p)."
경제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글로벌 경쟁력, 가치중심소비 전략을 우리 기업들이 실천하고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CSR과 기업경영, CSR과 비즈니스모델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CSR 실천이론의 대세입니다. 이런 와중에 마이클 포터의 CSV가 나왔고, CSV가 마치 CSR을 대신하는 것으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잘못 이해되고 있지만, CSR이라는 것이 원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전제 및 목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CSR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해야만 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사회공헌에서 Blanced CSR로...
CSR을 그저.. 기업사회공헌으로만 알고 있던 분들은 이 책이 굉장히 낯설고 어려울 겁니다.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조금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지속가능경영, 전략적 CSR, BOP비즈니스,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 가치(공급)사슬과 CSR의 통합... 이런 단어들이 계속 나옵니다. 이제부터의 CSR은 기업사회공헌만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이 책은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우리 모두는 저성장시대에 발을 디뎠습니다. 옛날 생각만 하며.. 좀더 노오오오오~력하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외제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가고, 명품시계와 명품백도 사고, 주말마다 골프도 칠 수 있다는 말은... 세상물정 모르고 잔소리만 해대는 꼰대들의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성장시대를 맞는 기업사회공헌은 아마도 전체적인 양의 측면에서는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대신 비용대비 효과성, 효율성을 많이 따지게 될 것입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은 윗 사람들에게 결재 받기가 점점더 어려워 질 것이고, 돈을 주는 재무팀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며, 분기, 반기, 연말마다 기존 보다 더 많은 성과 평가와 결과 보고서를 요구 받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 NGO에 기부금주고, 임직원들 모아서 봉사활동하고, 사진찍어서 홍보하는 역할 외에 다른 역할도 요구 받게 될 것입니다. 가치중심소비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 제품과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사회공헌담당자들의 참여를 요구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 잘 해내느냐..잘 못해느냐에 따라 사회공헌담당자의 성과와 존재가치가 판가름 나게 될 것입니다.
저성장 시대의 CSR 전략... 그런데...
이 책은.. 우리나라 CSR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전망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면... 그리고, 기업사회공헌담당자인 여러분이 앞으로 어떻게 회사에서 살아남고, 어떤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해야 될지 알기 원한다면, 또는 CSR을 가지고 석사나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싶다면... 꼭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런데...이런 저성장시대에... 150페이지도 안되는 책이 무려 1만5천원입니다(고대권 부소장님..ㅠ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또 무슨 얘기를 할까요?
(이미지는 구글에서.. 땡큐 구글..)
뉴 노멀.. 저성장시대에 더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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