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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기업사회공헌과 인권

by Mr Yoo 2018. 3. 4.




기업사회공헌과 인권



개개인의 인권이 완벽히 존중되는 기업과 비즈니스가 가능할까?


CSR영역에서 인권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과연 개개인의 인권이 완벽히 존중되는 이상적인 기업경영이나 혹은 비즈니스가 실현 가능할까? 라는 조금 부정적인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과 비즈니스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완결된 구조를 가질 수 없고, 비즈니스 가치사슬 각 단계에 인권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국가, 지역, 문화, 민족, 역사, 종교, 교육, 관습 등 엄청나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성의 한계 때문에 CSR영역에서 인권은 개별적이며 세부적인 이슈를 다루기보다는 가능하면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을 요령있게 피하고 덮으면서 보편지향적이며 두루뭉실한 주제들을 소극적, 방어적으로 다루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또한 CSR에서의 인권은 무엇보다 노동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소개할 노동권에 대한 이슈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결합해서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하나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은 한 개인이 다른 개인과의 관계 그리고 그 개인들이 속한 사회공동체에서 어떻게 서로를 존중받고 존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그 기업이 속한 사회와 사회구성원이 인식(기대)하고 합의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의 정의와 수준을 따라간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던 간에 그 번 돈을 가지고 사회공헌을 많이 하면 좋은 기업이다라고 사회가 인정해주면 기업은 돈을 버는 과정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것이고 기부금만 많이 내는 경쟁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 이미 우리사회에서는 기업이 돈을 버는 과정도 법적,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충분히 합의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CSR 실행수준이 기업사회공헌을 넘어 균형잡힌 사회책임경영의 영역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 또한 우리사회의 인권수준이 남성우월주의, 권위주의, 전체주의, 조직우선주의를 벗어나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또는 존중받고 싶어하는 수준으로 발전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돌아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아동학대문제가 큰 사회이슈가 되면서 가정, 학교, 보육시설 울타리 안에서 부모와 교사, 선배에 의한 폭언, 폭행이 더이상 교육과 지도, 훈육이 아니라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임을 법과 사회가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군대내에서의 폭언과 폭력도 군기를 위해 오래동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군내 인권문제가 사회이슈가 되면서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과 인권의 연계는 여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오늘은 인권이슈 자체를 기업사회공헌 사업 아이템으로 실행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2015년에 발표된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 목표가 모두 인권과 연관이 있지만 그중 1.빈곤퇴치, 2.굶주림 없게 하기, 3.건강하고 질 좋은 삶, 4.질 좋은 교육, 5.양성평등 등은 인권과 직접 연관이 있습니다. 이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사회공헌은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인권증진을 아이템으로 기업사회공헌을 실행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유의점은 인권영역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사회공헌에서 중요한 체크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1. 대상 : 비즈니스 가치사슬, 이해관계자 고려


인권(빈곤, 식량, 의료, 교육, 양성평등)과 관련된 기업사회공헌사업을 기획할 때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인데, 그 대상을 그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내에 있는 이해관계자 중에서 찾아본다고 하면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공헌 사업의 효과성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지방에 근거지를 둔 기업이라고 한다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 기업의 공장이 제3세계 해외빈곤지역에 있다면 그곳의 빈민층들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것이 또한 상식적일 겁니다. 



최근 사례 중에는 포스코 베트남 공장인근 빈민지역에 지어진 '포스코 스틸 빌리지'가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대표적인 기업사회공헌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클릭)   




2. 사업관점 : 장기적 접근


인권과 관련된 기업사회공헌은 특히 장기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사회문제도 마찬가지겠지만 빈곤, 의식주, 교육, 의료, 여성의 권익신장 등은 1회성 물품지원이나 기부금, 단기 이벤트 가지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학생 정도의 상식만 가져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가치사슬이나 우리회사가 위치한 지역사회에 인권과 관련된 사회문제가 심각하다면 그 문제 해결하기 위한 5년, 10년 이상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입되는 자원 또한 단순 기부금이나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사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투자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빈곤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작업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식량문제를 위해서는 지역농장개발과 농수개발,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건립과 교사교육,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진료소 건립과 의료진 파견, 여성인권신장을 위해서는 여성공동체에 대한 지원과 여성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세계적인 주류유통기업 디아지오가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마을내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자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방글라데시는 디아지오의 가치사슬내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이 길어야 3년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꾸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트렌트를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CEO나 사회공헌담당 임원이 바뀔때마다 뭔가 새로운 아이템과 성과를 원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인권과 관련된 사회공헌사업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면, 3년단위로 3번 정도, 즉 9년 정도의 장기플랜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3. 사업방식 : 전문기관과 파트너십


회사 주변의 복지시설을 찾아가 청소하고 점심 급식하고 나들이 도와주는 1차원적 단순 봉사활동(우리회사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뭔가 우리기업의 비지니스가치사슬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사회공헌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기관과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 중에 사회복지단체나 전문기관에서 일하다 온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사회공헌사업이 담당자 한사람의 역량만으로 실행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분야를 잘알고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실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기관과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권과 관련된 기업사회공헌사업을 한다고 하면, 기업쪽에서 일방적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그 입맛에 맞는 파트너 기관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기관들과의 열린 만남과 토론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와 사례들을 두루 조사하고 기업과 파트너 기관이 상호 협의하면서 단계별로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4. 주의 : 인권을 위한 인권침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업사회공헌사업에서도 인권이 존중되지 않고 침해되는 경우가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추행을 한 남자들이 '나는 그런 적 없다' 고 하는 것은 그 추행이 본인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전혀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나경원의원의 봉사활동 사진촬영의 사례는 지금도 기업사회공헌현장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라고 봅니다. 돕는다는 명분아래 대상자들에게 아무런 사전동의나 양해구함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얼마나 인권을 무시하는 무례한 행동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이런 사례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임직원 해외봉사활동을 가서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현지 문화에 대한 무시와 무례한 행위를하고 술을 마실 수 없는 지역에서 술을 요구하고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파트너기관에 대한 "갑질" 사례도 많이 전해 듣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이 사회문제해결이나 개선이 아니라 단순히 기업의 기능적 조직인 기업사회공헌팀의 과업, 성과로만 인식될 때 사회공헌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인권이 무시되고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십 기관과 단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십수년 기업사회공헌 일을 하면서 기업사회공헌현장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사례를 너무나 많이 봐오고 들어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막 뜨거워집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5. 지향점 : 인풋에서 아웃풋, 아웃컴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이 홍보나 PR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공헌사업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홍보팀과 사회공헌팀을 분리해야 합니다. 여전히 홍보팀소속 사회공헌담당자들이 많은 상황인데요. 홍보팀이 주도권을 쥔 사회공헌사업은 인풋 중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러기업을 옮겨 다니면서 항상 갈등을 일으키는 지점이 '홍보' 부분인데... 홍보팀에서는 사업이 죽이되든 밥이되든 상관없이 그럴듯한 '사진'.. 즉, 감동적인 상황을 연출하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보팀 팀장들이 현장에 와서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과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텐데 사무실에 앉아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라고 자꾸 재촉하고 명령하니 사회공헌실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되고 현장에서 원치않는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역사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좋은 그림' 타령은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인권과 관련된 기업사회공헌은 투입되는 자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권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하는 것에 핵심목표와 성과를 두어야 합니다. 빈곤해결, 식량문제해결, 교육문제해결, 의료문제해결, 양성평등문제해결 등의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한결같이 자원투입의 문제보다는 투입된 자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고 사용되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성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과정관리와 성과측정이 명확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도 자원투입보다 성과가 중요하듯 우리의 기업사회공헌도 이제는 얼마를 기부했다가 아니라 어떤 변화가 있었다를 자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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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업사회공헌과 인권을 연계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인권영역 뿐만 아니라 기업사회공헌의 모든 사업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원칙, 유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월이 되었습니다. 3월에는 CSR에서 빠지면 안되는 핵심 주제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