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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파타고니아 방문기(1)_ 기업에게 미션이 존재하는 이유?

by Mr Yoo 2018. 7. 7.





파타고니아 방문기(1)

기업에게 미션이 존재하는 이유?


Build the best product, cause no unnecessary harm.

Use business to inspire and implement solutions to the environmental crisis.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 파타고니아 본사, 직원식당 입구에 걸려 있는 파타고니아의 미션 -



파타고니아의 문지기_Chipper Bro(치퍼 브로)


6월25일 파타고니아 본사 방문 첫 날 우리 일행을 맞아준 사람은 25년동안 파타고니아 본사 리셉션데스크를 맡아온 '치퍼 브로' 아저씨였습니다. 커다란 덩치에 멋진 백발을 휘날리며 "판타스틱" 연발하는 그는.. Campus Tour 라 이름 붙여진 파타고니아 본사 투어의 담당자이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 본사에 도착해 정문 현관을 지나 리셉션데스크에 있는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우리일행을 환한 얼굴로 맞으며 "어떤 이유로, 파타고니아 본사에 오게 되었나?" 라고 리셉션 데스크 담당자가 해야 할 당연한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CSR 실천방법을 배우러 왔다"고 답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판타스틱!!"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를 아는가?


그는 다른 직원에게 리셉션데스크를 잠깐 맡겨두고 우리를 현관 앞 벤치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앉아보라고 한 후 속사포 같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를 알고 있나? 우리의 미션을 알고 있나?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책 'Let my people go surfing'을 읽어봤는가?"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치퍼 브로는 '단지' 리셉션리스트이고(우리로 말하면 안내데스크 담당자) 그에게 기대한 것은 파타고니아 본사 여기저기를 구경 시켜주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파타고니아의 미션을 알고 있는가? ' 라는 말이 나오다니..... 동행했던 파타고니아코리아 김광현과장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살짝 스쳤습니다.  '이건 계획에 없었던 일인데..'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CSR이 아니라 ESR이다.


저는 서둘러 가방 깊숙히 넣어 두었던 녹음기(녹음기는 ESR팀 인터뷰를 위해 가져갔는데 캠퍼스 투어를 하면서 녹음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를 꺼냈고 치퍼 브로에게 "당신의 말을 녹음해도 되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OK!" .. 녹음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그는 힐끗 녹음기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 환경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첫번째 우리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편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서핑과 등산과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제품은 그 어느회사의 아웃도어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 제품이 잘 팔릴 수 있고  아웃도어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당신들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가? 나는 서핑강사이기도 하고 '프리스비(개에게 원반을 던지는 스포츠)'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하기도 한다."



- 파타고니아 아카이브에 전시된 강철피톤 -


"파타고니아 미션의 두번째 의미는 우리의 비즈니스를 환경위기를 해결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당신들은 파타고니아의 CSR을 배우러왔다고 했는데, 파타고니아에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말대신 ESR(Enviroment Social Responsibility)란 말을 사용한다. CSR은 기업이 중심이 되는 말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실행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ESR은 기업이 아니라 환경이 중심이 되는 말이다."


"이본 쉬나드의 책 'Let my people go surfing'에도 나와있는 유명한 일화이지만 파타고니아가 이렇게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된 것은 이본이 1960년대 암벽등반장비인 '강철피톤'을 만들때, 그 피톤이 암벽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고 커다란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매우 뛰어난 암벽 등반가이기도 한 이본은 자신이 좋아하는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  장비를 만들기도 하고 팔기도 했는데, 내가 만드는 장비가 암벽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계속 자연을 훼손한다면 결국 좋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이본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하자' 고 마음먹게 된것이다."





우리의 미션이 시작되는 곳이다.


10분 동안 파타고니아의 미션과 역사에 대해 짧지만 아주 강렬한 강의를 듣고, 드디어 본사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가 우리를 첫번째로 안내한 곳은 디자인실과 소재연구실이었습니다. "여기는 디자인실이다.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아웃도어 의류와 제품에 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알다시피 모든 제품은 처음 디자인을 할때가 가장 중요하다. 이곳에서 어떤 원단을 사용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파타고니아 제품의 품질과 우리의 제품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이곳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미션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이곳은 소재 개발실이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우리의 미션을 완전히 달성할 정도로 100%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잘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 소재 개발실에서는 끊임없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본의 책에도 나와있는 얘기지만 1990년대 환경과 토양에 오염을 주지 않는 100%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개발이 필수인데, 바로 이곳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역시 미국내 소재개발과 관련된 최고 대학과 연구실 출신의 인재들이 일한다. 요즘은 방수코팅소재에 대한 개발이 한창이다. 알다시피 '마이크로 플라라스틱' 문제가 현재 심각한 환경이슈인데, 의류의 방수코팅이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유발하는 원인중에 하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파타고니아의 최고의 제품!!


소재 연구실을 나오니 건물 밖에 놀이터가 펼쳐져있습니다. 치퍼 브로는 "이곳이 파타고니아 최고의 제품이 만들어 지는 곳이다" 라고 씨익~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본 쉬나드의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한참 성장하고 있을때인 1980년대 초반 이본의 아내인 멜린다도 함께 일했습니다. 멜린다는 아이들을 딱히 맡아 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들을 사무실에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 때문에 일을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1983년 멜린다의 제안으로 사내 어린이 집이 만들어졌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좋은 사내 어린이 집으로 인정받아 2015년에는 오바마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파타고니아 사무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멜린다. 파타고니아 아카이브 전시사진 -


이본은 그의 책에서 "파타고니아의 어린이 집은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물건 중에 제일 좋은 것, 즉 우수한 어린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어린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 갖고는 표현이 모자란다. 온 동네가 다 나서서 기른다는 것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것 같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부모가 일하는 것을 보며 자라고, 부모는 아이 돌봄에 대한 걱정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 사내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 자연과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양육법이 멜린다와 제니퍼(현재 파타고니아 환경부문 부사장인 릭 리지웨이의 아내)가 쓴 Family Business에 잘 나와있습니다. 치퍼 브로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사내 어린이 집 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미션이 시작된 곳..


파타고니아 본사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 마당을 가로질러 치퍼 브로가 안내한 곳은 양철로 만든 낡고 오래된 창고건물이었습니다. 창고에는 " CHOUINARD EQUIPMENT CO" 라는 작은 나무간판이 걸려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이본이 등산장비를 만들던 쉬나드 이큅먼트 공장이다. 이곳에서 등산장비를 만들다 1970년대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의 파타고니아가 된 것이다."


"나의 안내는 여기서 끝이다. 일주일 동안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파타고니아에서 많은 것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마다 "굿모닝 치퍼"


방문 첫날 40분 동안 파타고니아의 미션과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진짜 감명깊게 잘 설명해 준 치퍼 아저씨에게 우리 일행은 파타고니아를 방문한 5일 동안 매일 "굿모닝 치퍼" 하고 아침 인사를 건냈습니다. 마치 학교 등교할 때 정문의 경비아저씨에게 인사하듯 말입니다. 그럴때마다 치퍼는 "판타스틱!!" 으로 응답해줬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일행 모두 치퍼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국내 어느회사의 안내데스크 담당자가 회사의 미션과 비즈니스, 역사를 꿰뚫고 심지어 CSR과 ESR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안내데스크에는 알다시피 예쁜 외모의 젊은 여직원이 방문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만날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역할 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안내데스크 여직원은 정직원이 아니라 계약직이나 협력회사에서 파견나온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미션은 회사 홈페이지에서나 겨우 찾아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장식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미션의 대부분은 "세계 1등 식품기업" , "아시아의 물류사업을 선도하는 기업" 과 같은 어떻게 실현해야하는지도 막연한 애매모호한 문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비즈니스 자체가 환경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하며 보존하는 방법이 되겠다는 아주 구체적이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미션을 가지 회사, 안내데스크의 안내직원까지 기업의 미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의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가 '파타고니아' 였습니다. 


기업의 미션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해준 치퍼 브로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파타고니아 ESR팀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오늘 처음 사진에 모델로 수고해주신 서진석그룹장(SK행복나눔재단)께도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