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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CSR의 진화_ 기네스와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by Mr Yoo 2018. 8. 26.



- CSR의 진화 -

기네스와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기업은 시장이라는 울타리속에서 살아갑니다. 시장이 변하면 기업도 생존을 위해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은 사회라는 더 큰 울타리에 속해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가 변하면 시장도 변하고 기업도 변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사회의 변화, 시장의 변화를 쫓아가기에 바쁘지만 아주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시장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것의 일부분인 기업사회공헌은 어떨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사회와 시장이 변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사회공헌도 함께 변합니다. 사회와 시장이 요구하는 책임과 공헌의 수준과 범위, 대상과 방식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변화 속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맞춰가느라 애쓰고 있지만 몇몇 아주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은 앞서가는 책임인식과 혁신적인 사회공헌을 통해 오히려 사회변화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변화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기업과 현재 도화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맥주를 통해서 말입니다. 26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네스 맥주와 겨우 6살 밖에 안된 파타고니아 롱투트에일 맥주가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아일랜드의 자랑 기네스 맥주..


저도 (만원에 네캔 덕분에) 즐겨마시는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이며,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기네스가 어떻게 26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베스트 셀러작가 '스티븐 맨스필드' 가 지은 <착한 맥주의 위대한 성공, 기네스/2009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책과 인터넷 홈페이지, 구글로 검색되는 기네스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기네스의 창립자 '아서 기네스'는 1724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은 조부때부터 가내 수공업방식으로 맥주를 제조하던 집이었습니다. 아서 기네스의 아버지 리처드 기네스 역시 당시 서민들이 즐겨마시던 거친 흑맥주를 잘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가게와 맥주 양조장에서 기술을 익힌 아서 기네스는 35세가 되던 해인 1759년, 더블린의 낡은 맥주 양조장을 임대하여 자신만의 맥주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779년 더블린 성의 공식 맥주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드디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네스 가문은 대를 이어 기네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고, 1960년대 이후에는 맥주뿐만 아니라 증류주(위스키)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며, 출판, 영화제작, 부동산, 외식산업 등의 기업들을 인수하여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6대손 벤자민 기네스가 1986년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그룹 이사회가 정한 전문 경영인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기네스 가문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호텔과 레저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더 확장했고 설립 후 238년이 되던 해인 1997년 영국의 거대 레저그룹 '그랜드 매트로 폴리탄'과 합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회사 '디아지오 그룹'을 설립했습니다.




- 더블린에 위치한 기네스 공장 -


최고의 직장 기네스


기네스의 설립자 아서 기네스는 '기네스의 직원들이 건강하고 회사에 대해 만족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네스가 설립된 1759년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때로 '직원복지' 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공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4시간 넘도록 일을 시켰으며, 아주 적은 임금을 주었고 아동노동 또한 당연시 되던 때였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영양이 부족한 음식, 비위생적인 상하수도 시스템 때문에 전염병과 질병에 늘 시달려야 했고, 제대로된 공공의료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일하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리면 스스로 회복하거나 죽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 1940년대 구내 식당을 운영하는 기네스 직원들 -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기네스는 다른 회사들보다 10~20% 더 높은 임금을 주었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신식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거친 빵 한조각과 싸구려 맥주 한컵으로 허기를 달래던 다른 회사 직원들과는 달리 위생적인 사내 식당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영양가 높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최초로 사내 보건실을 만들고 의사를 정식 고용했으며, 근대적인 의료센터를 설립해 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가족과 지역주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1900년대 초반 기네스 의료센터의 의료진 -



더 나아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가정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집이 없는 직원들을 위해 '기네스 주택 신용조합' 을 만들고 더블린 시내에 공동주택단지를 건립하였습니다. 기네스 주택 신용조합과 더블린 주택단지는 서민주택문제해결의 모델이 되어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역에 서민들을 위한 주택단지건립과 보급사업을 촉진했습니다. 



- 더블린, 런던을 비롯한 영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네스 서민 주택단지 -


기네스의 직원복지는 현재 21세기 기업들도 따라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휴일이나 휴가 때 이용할 수 있도록 극장과 수영장을 가진 최신식 휴양시설을 건립하여 운영하였고, 재해와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여 직원 뿐만 아니라 직원의 미망인들도 연금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서는 기초교육프로그램을, 어린 직원들을 위해서는 기술교육프로그램을, 직원들의 아내들을 위해서는 가정요리교육 프로그램까지도 운영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에 이미 사내 교양, 스포츠 동아리를 운영하였고,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 연극, 교양교육프로그램,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 1950년대 기네스의 직원 휴양시설 -


최고의 자선가문 기네스..


기네스는 기업으로서 직원들에게 최고의 직장이었고, 기네스 가문의 후손들은 최고의 자선사업가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일랜드 사람들은 미국에 카네기(카네기도 아일랜드 출신)와 록펠러가 있다면 아일랜드에는 기네스가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제 카네기와 록펠러는 막대한 자산을 기부한 자선가는 맞지만 기업운영에 있어서는 기네스가 훨씬 더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네기와 록펠러는 기업운영에 있어서는 기네스와 같이 좋은 직장을 만들지는 못했으니까요. 


아무튼, 당시 대부분의 아일랜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었던 기네스 가문은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의 교회, 학교, 병원, 복지시설, 자선단체에 많은 기부금을 내는 최고의 자선가 집안이었으며 박물관, 미술관, 공원 등을 만들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업이었습니다.  



- 1930년대의 기네스 소방의료대 -    

    

지역과 국가의 필요에 부응했던 기네스..


기네스는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직장으로, 오너인 기네스 가문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최고의 자선가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필요에 부응했던 기업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기 더블린은 공공안전 인프라가 부족했고 세계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가운데 있던 상황이라 빈번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기네스는 먼저 공장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응급구조를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사내 소방의료대를 결성하고 운영했습니다. 당시 기네스 소방의료대는 더블린 시청의 공립 소방대보다 훨씬 좋은 장비와 훈련된 대원들로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기네스 소방의료대는 지금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 현재도 운영중인 기네스 소방의료대 -    



웬만한 공립병원이나 소방대보다 전문성과 훈련된 인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기네스 의료센터와 소방의료대는 제1차와  2차 세계대전당시 기네스 의료중대를 결성해 전장에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에 참전한 기네스 직원들의 수가 5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네스는 전쟁기간 동안 전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은 영국군에게 위문품으로 기네스 맥주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지역 소방관들을 위한 기네스 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네스 의료 중대 -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기네스 맥주를 즐기고 있는 영국군들 -


- 지역 소방관들을 위한 기금을 운영중인 기네스 -



디아지오 그룹의 기네스...


오랜시간동안 최고의 직장, 최고의 자선가문, 지역사회의 공공문제해결과 전쟁터에서도 앞장섰던 위대한 기네스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이 궁금해서 2017년 9월 'CSR 2차 유럽투어' 때 디아지오 그룹의 런던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디아지오 그룹의 CSR 매니저를 만나 인터뷰 했습니다. 디아지오 방문후기 바로가기 ☞ 클릭




혁신은 역사로, CSR은 마케팅으로...


디아지오 그룹의 CSR담당 매니저는 이전에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였고, CSR부서 역시 마케팅 본부내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1시간에 걸친 담당 매니저의 PT와 인터뷰는 시각적인 면에서 정말 놀랍고 세련되었지만 내용과 방법면에서는 혁신적이거나 인상 깊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최신의 CSR 전략과 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트렌드를 강조하는 유명 CSR컨설팅 업체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1997년 디아지오 그룹 설립 이전의 찬란했던 기네스의 흔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블로그를 쓰기 위해 토요일 오전 내내 기네스의 CSR과 사회공헌에 대한 최신 자료를 다시 검색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작년 런던방문 때 보았던 자료가 최신 자료로 검색되었습니다. 사회공헌에 있어서도 디아지오 그룹의 기네스는 정체상태입니다. 그룹 마케팅 본부에 속한 CSR팀은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익광고와 캠페인에는 열심인 것 같은데, 예전에 기네스가 보여주었던 혁신적인 사회공헌활동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착한 맥주의 위대한 성공, 기네스>의 저자 '스티븐 맨스필드'는 이런 구절로 책을 마무리했습니다.


- 기네스의 유산 중에서 가치관에 대한 부분을 이어가는 것은 디아지오의 책임과 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신앙심과 동정심, 후손 경영자들의 자기 희생적인 태도와 자선사업, 직원중심의 경영철학을 디아지오가 어떻게 따르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런 부분은 디아지오의 최고 경영자들이 스스로 기네스 가문의 역사를 직접 배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할 때만 본받을 수 있다 -  




파타고니아가 식품회사를 만든 이유....


이제 겨우 여섯살인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맥주'는 아웃도어 회사인 파타고니아가 2016년 설립한 식품회사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에서 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을 공식 설립하기 전에도 파타고니아 롱루트에일 맥주를 실험적으로 생산했다고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아웃도어 회사가 왜 음식을 만드는가?' 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음식은 항상 중요했습니다. 아웃도어 라이프에서 음식은 단지 위를 채우거나 우리의 몸을 키우는 것 이상입니다. 좋은 음식은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아웃도어 라이프와 좋은 음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래서 아웃도어 라이프를 제일 잘 아는 파타고니아가 식품회사를 설립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실상 파타고니아가 식품회사를 차린데에는 딴 생각이 있어 보입니다.  2016년 파타고니아 환경사회 책임보고서를 보면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은 '땅의 힘'을 살리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품회사를 땅의 힘을 살리기 위해서 만들었다' 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난화와 온실가스 CO2에 대한 약간의 선행학습이 필요합니다.



- 온실가스는 비닐 하우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





2012년 미항공우주국 NASA의 기상학자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위의 그래프와 같이 대기중 이산화탄소 CO2의 농도와 기온상승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온실효과가 생겨 태양 복사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수준의 질문이지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CO2는 어떻게 생길까요? 바로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때 발생합니다. CO2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미 화석연료 사용에 길들여진 인류가 태양광 발전과 같은 클린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CO2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지구자체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늘리는 일입니다. 이것도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것은 식물입니다. 그리고 식물성 유기물도 있습니다. 물도 탄소를 많이 흡수합니다. 환경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구 사막화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주는 울창한 열대 삼림들이 개발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을 막자니 열대 살림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사느냐, 너네가 우리를 먹여살려 줄래? 라고 나옵니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문제를 고민하던 환경학자들이 착안한 것이 바로 "재생 농법"입니다. 


울창한 열대살림도 잘 보전해야 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면 '현재 농업방식을 이산화탄소 흡수를 대폭 증가시키는 재생농법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재생농법의 핵심은 땅의 힘을 높여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땅의 힘이 세면 많은 양의 수분과 식물성 유기물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공기중 탄소흡수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평생토록 지구 사막화와 재생농법을 연구한 생태과학자 '알렌 사보리(Allan Savory)' 는 현재 화학비료, 농약, 기계를 사용한 대량 플랜트 농법은 지구 사막화를 앞당기고 있으며,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 했습니다. 알렌 사보리의 TED 강연 바로가기 ☞ 클릭




뿌리 깊은 다년생 식물 컨자(Kernza)


환경경영을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환경문제 중에 온실가스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 중에 하나가 '재생농법'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안하면 우리가 한다는 마음을 먹고 재생농법으로 수확한 작물을 가지고 식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설립한 회사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 우리말로 번역하면 <파나고니아 식품> 입니다.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맥주는 '컨자(Kernez)' 라는 곡물로 만듭니다. 위 사진을 보면 왼쪽 절반에는 컨자가 심겨져 있고, 오른쪽 절반에는 일반적인 보리가 심겨져 있습니다. 컨자의 뿌리는 2~3m입니다. 일반 보리의 뿌리는 길어야 50cm 정도입니다. 뿌리가 길면 당연히 수분 함유량이 높고 토양을 보호하며 토양의 식물성 유기물 생성을 높입니다. 그리고 일반 보리는 1회성 작물이지만, 컨자는 다년생 작물이기 때문에 토양을 갈아엎는 횟수를 줄여 토양 사막화의 주요원인이 되는 표토층 유실을 막습니다.




토양을 보호하는 버팔로로 만든 육포 


앞에서 소개한 생태학자 알렌 사보리는 재생농법의 핵심기술로 자연방목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염소를 이용한 자연방목을 실험했더니 사막화될 뻔 했던 목초지가 다시 살아났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축을 좁은 울타리에 가둬놓는 목장방목이 아니라 넓은 대지를 활용한 자연방목입니다. 소나 염소가 풀을 찾아 목초지를 자연스럽게 다니고 그 길을 따라 가축의 분뇨가 뿌려지며 가축이 밟은 땅은 단단해져 사막화를 막고 식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는 원리입니다.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은 멸종위기인 아메리카 들소를 살리고 이 들소들을 방목해 토양의 힘도 살리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생산된 들소 육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먹어봤습니다. 아메리카 대평원의 맛이 느껴집니다.



- 벤추라 해변 타코식당에서 파타고니아 에일을 마시는 우리 일행 -


기네스가 컨자를 가지고 맥주를 만든다면...


작년에 런던 디아지오를 방문하고, 올 6월에 캘리포니아 파타고니아를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일 기네스가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맥주처럼 '컨자'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기네스 맥주는 전세계 120개국에서 매년 8억5천만 리터 이상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500ml 캔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7억 캔입니다. 이 맥주를 재생농법으로 키운 컨자로 만든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 파타고니아 본사 매장에 있는 프로비전 제품 진열대 -


제품을 통한 사회문제해결, 새로운 사회혁신


260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기네스 맥주는 분명 위대한 기업입니다. 260년을 지속해왔다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자선사업을 펼쳐왔습니다. '부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그것을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는 기네스의 창립자 아서 기네스의 자선철학은 20세기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고 경영자가 바뀌고 기네스의 역사와 철학을 모르는 다양한 기업들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자선사업은 기네스 '가문의 몫'으로만 남았고, 기업에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만일 기네스가 최고 경영자 몫의 이익을 가지고 자선사업을 하는 것을 넘어, 제품 자체를 가지고 사회와 환경문제 해결을 시도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고 경영자가 바뀌고 여러 기업들과 합병을 했다고 해도, 핵심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되었을 것입니다. 




산타에서 닥터로...


기업의 이익을 가지고 자선사업이 중심이 되는 산타모델의 사회공헌방식은 기업의 이익률이 낮아지면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는 자선사업에 관심 없는 최고 경영자를 만나면 중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제품의 특성을 혁신하고 핵심역량을 사용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와 환경문제해결, 지난 6월 파타고니아 방문을 통해 우리 일행이 배운 단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비즈니스를 사회와 환경문제해결의 핵심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홀푸드 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파타고니아 맥주 - 


1인당 다섯캔...


우리 일행은 파타고니아 롱루트 에일 맥주를 항공규정상 1인당 5캔 밖에 국내로 들여오지 못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파타고니아 맥주가 수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파타고니아 롱 루트에일 맥주를 드시고 싶은 분은 10월에 열릴 파타고니아 컨퍼런스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제가 가져온 파타고니아 맥주 다섯 캔을 이 컨퍼런스 경품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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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에는 거창했는데, 용두사미가 된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주엔 파타고니아 방문 마지막 정리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