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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Beyond CSR _ 파타고니아 : 이익을 넘어 공생으로...

by Mr Yoo 2018. 9. 2.



Beyond CSR

이익을 넘어 공생으로..

(파타고니아 방문기 마지막 편)



겨우 두달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파타고니아 본사를 다녀온 일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집니다.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캘리포니아와 서울의 거리만큼 파타고니아와 우리 기업(들)의 경영 방식의 차이가 크고, 그 큰 차이를 업무에서 매일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 파타고니아 미션 스테이트먼트 -

(김민석 & 치퍼브로)


미션과 이익이라는 레일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자연과 환경에 불필요한 해악을 끼치지 말 것이며,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실천한다" 는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기차와 레일' 의 관계처럼 파타고니아 모든 구성원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철저한 원칙과 업무지침이 되고 있음을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들의 미션도 파타고니아의 미션만큼이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들이 꽤 있습니다. 그러나 그 미션들은 홈페이지나 지속가능보고서에서만 겨우 찾아 볼 수 있고 실제 구성원들은 미션 레일이 아니라 성과와 이익추구의 레일을 따라 달리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성장 할 수록 미션 레일과 이윤 레일간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TBL(Triple Bottom Line)-



이윤추구와 CSR의 역할..


18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적 형태의 기업이 등장한 이후 기업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보호를 받으며 이윤추구를 위해 정치, 사회, 환경 등 인류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켰습니다. 인권이 무시되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거나 부상과 질병의 고통을 겪게 되었으며,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지역사회공동체가 망가졌습니다. 때론 기업의 이익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중반이 지나서야 시장과 사회는 기업의 무한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겨우 얻게 되었습니다. 시민사회환경단체, 진보적인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나서기 시작했고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가능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논의된 기업의 이윤추구와 CSR 의 관계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되 국가와 사회, 시장이 용인하는 법적, 윤리적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된다. 또한 환경을 파괴하는 생산활동을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창출된 이윤 중 일부는 시장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경제적 이윤창출, 지구환경보호, 사회공동체 유지와 발전에 기여라는 세가지 기본 테두리(Triple Bottom Line)안에서 경영활동을 해야하며 이 세가지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우리나라 대기업이라면 TBL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ISO26000, DJSI, UNGC, UN SDGs 와 같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백하건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중 보고서에 나온 그대로 100% 실천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어쩌면 지속가능경영과 지속가능보고서는 외부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아주 비싼 홍보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듭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의 간판을 내건 다른나라 기업들의 실상도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짐작이 이 일을 하면 할수록 확신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좀더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CSR과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이윤추구를 하는데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가림막(위장막)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윤중심의 CSR에서 과정과 결과중심의 CSR로..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CSR이 겨우 가림막의 역할을 하거나, 자선사업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기업경영의 최우선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는 만큼, CSR의 실행도 이윤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기업경영의 가치사슬은 크게 과정(Process)과 결과(Products), 그리고 이윤(Profits)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CSR 1.0)과 전략적 사회공헌(CSR 2.0)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이윤중심입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사용하는 이윤은 순이익의 평균 1~2%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업경영의 99.999%를 차지하는 비즈니스 영역을 제쳐두고 이윤영역, 그것도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순이익 중 일부를 가지고 사회공헌을 해봐야 침몰하는 타이타닉에서 티스푼으로 물떠내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이윤중심의 CSR이나 기업사회공헌은 경제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거나 기업의 순익구조가 나빠지게 되면, 또는 사회공헌에 관심없는 사람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앉게 되면 금방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을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업의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지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을 이윤추구라는 레일 위를 거침없이 달리도록 그냥 내버려둔다면 30년 후, 50년 후 지구환경과 우리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처럼 CSR과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의 약점을 가리는 가림막 정도로 이용한다면 과연 기업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파타고니아는 이윤 중 일부가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를 사회와 환경문제 해결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파타고니아의 지금 모습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만난 파타고니아 구성원들도 그것을 아주 잘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와 환경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레일(미션)을 파타고니아는 확실히 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레일을 탈선하지 않도록 애를쓰며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파타고니아 방문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바는 '앞으로 CSR의 방향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라는 겁니다


파타고니아가 달려가는 레일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저는 "기업과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한 공생"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를 이어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30년동안 지구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며 소비자들입니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25%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패턴에 대해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다음 세단어로 이들의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소셜(Social), 에코(Eco) 그리고 글로컬(Glocal)"


소셜 : 경제적 안정과 가족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경제적 기반과 가정안에서 성장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극심한 빈부격차, 부의 대물림, 극소수의 이익독점 문제에 큰 반감과 회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만을 쫓는 "돈 벌레" 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라이프 스타일을 "쿨(Cool)하다" 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에코 : 부모세대가 경제성장을 이유로 파괴한 환경속에 태어나 자라면서 그 피해를 직접 겪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살아갈 날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50년 이상을 살아야 할 밀레니얼 세대에게 환경파괴는 결국 자신들과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니까요.


글로컬 : 인터넷과 SNS를 글자와 숫자보다 빨리 익힌 밀레니얼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글로벌합니다. 교과서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외국의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외국어를 배웁니다. 베이비붐 세대 때는 선진국의 문물과 컨텐츠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전해지려면 빠르면 몇개월, 늦으면 몇년, 몇십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 글로벌에서 가장 핫한 이슈와 아이템, 최신 기술을 바로 자기가 사는 지역에 적용하고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유럽의 가전폐기물을 수입해 그 쓰레기를 재가공하며 살아가는 아프리카 빈민촌의 한 청년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MIT의 최신 태양광발전기술을 모방해 가전폐기물로 발전기를 만들고 사업에 성공한 기사를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읽었습니다. 원래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경영전략에서 만들어진 글로컬(Glocal=Global + Local)이라는 신조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쿨한 선택...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지갑을 열려면 기업들은 소셜, 에코, 글로컬의 특징을 고루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파이낸셜 타임즈의 특집 기사는 기업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마케팅전문가 더글라스 홀트교수(옥스포드 대학)는 그의 저서 <문화전략, Cultural Strategy : 한국판 '컬트가 되라'> 에서 역시 세계적인 경영/마케팅 전략가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스과 짐 콜린스의 논문과 사례연구를 언급하며 '파타고니아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화와 같은 이상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세련되어서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밀네니얼 세대)를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고 평했습니다. 


포춘, 파이낸셜 타임즈를 비롯한 세계적인 미디어들이 파타고니아를 가장 쿨(Cool)한 브랜드로 손꼽고 있으며,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의 오랜 침체에도 불구하고 파타고니아는 새로운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타고니아 방문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소셜, 에코, 글로컬의 특징을 모두 갖춘 브랜드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파타고니아 방문기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진석(SK행복나눔재단 그룹장) : 20년 가까이 SK라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CSR과 사회공헌을 담당해온 서진석그룹장님은 파타고니아에 다녀온 이후 블로그(Beyond CSR)를 오픈하고 엄청나게 높은 퀼러티의 글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바로가기 클릭). 감히 평하자면 이제껏 우리나라 사람이 쓴 CSR과 관련된 모든 글(인터넷에 공개된) 중 가장 뛰어나고 가치있는 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혁신성을 알리는 강연을 여기저기에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김민석(LG전자 CSR팀장) : 김민석팀장님은 가족모두가 어디를 가든지 파타고니아를 입고 다니며 파타고니아 홍보대사와 가족모델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는 '파타고니아가 얼마나 잘하나? 과연 소문이 진실인가?' 를 자기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고 '잔뜩 벼르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나 귀국하는 비행기에는 일행 중 가장 많은 파타고니아 제품을 싣고 돌아왔습니다. 그 역시 회사 내외부에서 파타고니아를 소재로 강연과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태(MYSC대표) : 우리나라 소셜벤처투자와 사회혁신 비즈니스 영역의 젊은 리더 김정태대표님은 자신의 페이스북 메인사진을 파타고니아로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MYSC 전직원에게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선물했으며, 평생 안하던 쇼핑을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사회혁신비즈니스에서 최고의 블로그로 꼽히는 MYSC 블로그에는 파타고니아에 관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클릭 ☞ 바로가기). 그 역시 많은 강연과 발표에서 파타고니아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준석(SK 하이닉스 지속경영기획팀 PL) : 이준석 PL님은 귀국후 영어로 녹음된 14개의 인터뷰 음성파일을 한국어 녹취록으로 풀어냈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의 귀중한 노력은 향후 파타고니아 사례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을 통해 빛나는 성과로 열매 맺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그는 사내 뉴스레터를 통해 파타고니아 사례를 알리고 차근차근 본인의 업무에서부터 환경경영의 씨를 뿌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승권 : 저는 알다시피 지난 두달동안 이 블로그에 9개의 파타고니아 방문기를 실었습니다.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지겨울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됨에도 불구하고, 기록과 각성을 위해 계속 쓰고 또 썼습니다. 더불어 10월 18일(대구), 10월25일(부산), 11월1일(서울) 세번의 파타고니아 CSR 컨퍼런스를 동행했던 일행(파타고니아 코리아 김광현과장이 주축이 되어)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파타고니아에 미쳤다기 보다는 파타고니아란 컨텐츠를 저의 직업적 미션인 "CSR의 대중화"에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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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고긴 파타고니아 방문기를 마칩니다. 9월부터는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컨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