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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전략적 CSR&사회공헌 (2) :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

by Mr Yoo 2018. 10. 7.



전략적 CSR&사회공헌(2)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



기업의 평판.. 사회공헌이 문제가 아니라고..!!


기업사회공헌의 목적, 효과, 성과를 이야기할때 대부분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서..' 또는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사회공헌담당자들이나 기업의 홍보팀들은 이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기업이 나쁜 이미지와 나쁜 평판을 얻는 것이 과연 사회공헌을 안하거나 기부금을 적게 내기 때문인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평판은 상식과 윤리의 문제..


매일경제 김대영기자의 <평판이 전부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로사 전 교수의 <평판을 경영하라>를 보면 기업평판의 거의 대부분은 '상식과 윤리'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이 경영활동의 전과정, 즉 비지니스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과 윤리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기업의 평판은 나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지니스 가치사슬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너나 최고 경영자의 의사결정방식이 상식적이냐 비상식적이냐 또는 윤리적이냐 비윤리적이냐의 문제가 한국기업들의 평판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기업들이 일으키는 사회,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은 원재료, 제조, 유통, 판매, 서비스 과정에서 대부분 일어납니다.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은 무시해도 될 정도 입니다. 또 하나 한국기업에게 특히 아킬레스건이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오너 리스크'입니다. 네이버에서 최근 3년간 주요 언론사 기사검색을 통해 '오너 리스크', '재벌2세, 3세 위기', '최고경영자 문제', '회장, 사장의 갑질' 등 오너 리스크에 관련된 키워드 몇개를 검색해봤더니 자그마치 5,798개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기사들을 다시 국내 1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혀 재검색했을 때 4,180개라는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4,180개라는 숫자의 의미는 3년 동안 하루에 3건 가까운 오너 리스크 관련기사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평판이 전부다> 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기업들에게 투자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리스크가 '오너 리스크' 라고 한 것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이 좋은 이미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사회공헌 '만' 잘할것이 아니라 먼저 오너나 경영자가 의사결정과정과 일상생활에서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업경영의 전과정,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온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략적 CSR& 사회공헌'에 대한 두번째 이야기로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비즈니스 가치사슬, Value Chain..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대한 기본개념은 1차 산업혁명 이후에 생겨났고 이에 대한 이론적, 체계적 연구들이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벨류체인의 개념은 '마이클 포터'교수가 1985년에 발표한 논문에 위와 같은 체계도를 제시하면서부터입니다. 알다시피 포터교수는 기업의 경쟁전략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기업이 자신과 경쟁기업간의 가치사슬을 비교/분석해서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단계별로 발생하는 자원투입의 효율과 효과성을 높여 비용경쟁력 또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바탕이 되고 연결되어 지난 주에 설명했던 핵심역량 개념이 나왔고, 이것들을 이후에 CSR과 접목시키면서 전략적 사회공헌과 공유가치창출(CSV)개념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본원적 활동과 지원활동..


벨류체인은 다시 본원적 활동과 지원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원활동은 말 그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2차 활동으로 대부분 기업 '본사'에서 수행하는 업무들입니다. 경영지원, HR, R&D, 조달 등이 해당합니다. 기업의 주요활동인 본원적활동은 CSR과 결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기술이나 원재료 획득, 설계나 디자인, 제조, 마케팅, 유통과 판매, AS 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업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회, 환경적 문제가 이 본원적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CSV가 등장한 배경...


마이클 포터교수가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How to fix Capitalism' 란 제목의 짧은 아티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한동안 CSV '광풍' 이 불었습니다. 당시 CSR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은 이게 전략적 CSR의 큰 범위안에 들어있는 것이라고 단박에 알아챘지만, 기업사회공헌과 CSR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언론사 기자들과 그런 기자들이 쓴 언론기사들로만 공부하는 무늬만 전문가들인 사람들이  'CSR이 가고 CSV의 시대가 왔다'고 떠들어대는 바람에 사회공헌팀이 갑자기 'CSV팀'으로 이름이 바뀌고, CSV 학회가 막 생기고, CSV 컨설팅을 해준다는 컨설턴트들이 명함을 돌리고 다니는 웃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CSR영역에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 오죽 없었으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싶은것이.. CSR 실무자들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자성과 다짐을 다시한번 하게끔 합니다. 


아무튼 이 광풍 덕분에 포터교수는 수차례 한국에 초빙되어 꽤 많은 강연수입을 올렸습니다. 정작 미국과 유럽의 CSR계에서는 이 아티클의 존재도 잘 모르고 지나갔는데, 유난히 유난을 떨어주는 한국이 포터교수는 얼마나 고마왔(고, 또 우습게 보였)을까요...^^ 이 포터교수가 아티클에서 CSV의 대표사례로 제시한 것이 바로 네슬레였습니다. 그런데 네슬레의 CSV사례가 바로 전략적 CSR의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 형태입니다. 전략적 CSR의 대표적인 방법론을 사용한 것이지요. 실제로 CSV란 용어는 포터교수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2000년대 중후반 포터교수가 네슬레에 컨설팅을 해주는 과정에서 네슬레가 먼저 사용한 용어입니다. 




CSV의 대명사 네슬레의 CSR..


세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는 왜..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의 결합을 고민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문제 때문입니다. 독일의 기업전문기자 '프랑크 비베' 가 쓴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를 보면 네슬레는 1970년대부터 세계 1위 초콜렛 기업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업계 1위는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때부터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습니다. 이유는 아이들이 즐겨먹은 초콜렛을 만드는 과정에서 코코아 농장의 아동노동을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 아프리카와 중남미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노예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자신들이 수확한 코코아로 만든 초콜렛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채 노동의 고됨을 겪고 있었습니다.


네슬레는 계속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와 소송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다른 기업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었고, 코코아 농장은 네슬레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농부들이 운영하는 것이고, 네슬레는 단지 유럽의 카카오 중개상을 통해 원재료를 구매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이나 법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96년 미국의 주간지 라이프가 그 유명한 나이키의 아동노동 기사를 내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의 법적, 윤리적, 환경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 일반화, 상식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슬레의 Cocoa Plan...


스위스의 네슬레도 대서양 넘어 미국 나이키 사건을 예의주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부터 네슬레는 아동노동문제를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중계상인들에게 아동노동문제가 있는 농장들의 카카오는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잘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농장에서 아이들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슬레는 싼 값에 카카오를 구입하기 원했고, 싼값에 카카오를 공급하기 위해선 임금이 싼 아이들을 고용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카카오는 복잡하고 여러단계의 중개상을 거쳐야했기 때문에 중개상인들이 가져가는 이익을 생각하면 실제 카카오 농장에 돌아가는 이익은 굉장히 적었습니다. 




자선사업이 아니라 가치사슬에 투자하자.


<네슬레 150년사>를 보면 네슬레는 자선사업을 꾸준히 많이했던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아동노동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네슬레의 경영진은 고민합니다. 엉뚱한데에 자선사업을 하지말고 그 돈을 아프리카 카카오농장의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면 자선사업도 하고, 아동노동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위 '전략적 사회공헌'의 기본개념 '기업적 가치' 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서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있는 카카오 농장에서 '코코아 플랜' 이라는 CSR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여러단계에 걸친 전략적 투자활동..


카카오 플랜은 우리나라 기업의 일반적인 사회공헌활동처럼 한방에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제3세계 아동노동문제가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번째 단계로 불필요한 중간유통단계를 줄여 농장의 수익률을 올리는 유통구조 개선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야 인건비가 싼 아이들을 쓰지 않아도 농장이 운영될 수 있고, 농부의 아이들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어른 일꾼을 사서 일을 시킬 수 있게 되니까요. 두번째로 유통단계를 줄이는 동시에 아프리카와 중남미 카카오 생산지 여러곳에 네슬레 직영 농업 연구소와 교육센터, 카카오 유통센터를 만듭니다. 네슬레가 직접 카카오 품종을 개량하고 농부들을 교육시켜 좋은 카카오 열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농장의 수익률을 올리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입니다. 세번째로 네슬레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농장 마을에 학교를 세우거나 시설을 개선, 확장하고 교사교육을 시키는 등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10명 중에 2명...


네슬레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카카오 플랜'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던 10명의 아이들 중 2명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8명도 아동노동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다른 초콜렛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카카오 플랜을 통해 어느정도 성과를 본 네슬레는 이 프로그램을 커피농장에도 확대했으며,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결합된 CSR 프로젝트들을 통칭하여 공유가치창출(CSV)이란 용어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슬레 카트..


네슬레의 CSV 프로젝트는 원재료 생산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전체에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앙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소매유통을 혁신하기 위해 만든 네슬레 카트(우리나라 야쿠르트 아줌마와 매우 유사)는 해당국가의 높은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슬레 제품 판매도 늘리면서 사회문제도 해결하는 일거양득, 꿩먹고 알먹는 방식입니다.



 

기왕 사회공헌사업을 할 것이라면....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선사업을 하면서도 기업의 유익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가치사슬과 CSR, 기업사회공헌의 결합은 기업들이 선택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사회공헌과 CSR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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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이해관계자와 CSR의 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략적 CSR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기업, CSR을 넘어서 '사회혁신비즈니스' 단계까지 이르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일주일동안 직접 보고 들은 놀라운 일들을 여러분께 소상히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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