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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공감을 잃어버린 기업사회공헌_Social Innovation

by Mr Yoo 2019. 3. 30.



Social Innovation


공감을 잃어버린 사회공헌


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계간으로 발간하는 Social Innovation, 지난 겨울호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읽어보신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못읽어 보신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원래 이번 주는 3월의 CSR 주요이슈를 실으려고 했으나, 집안사정으로 블로그 쓸 짬이 나지 않아 이 원고로 대신합니다. 다음 주에 제대로 된 원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공감을 잃어버린 기업사회공헌


기업사회공헌에서 공감의 필요성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어서 그것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공감 받지 못할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감의 필요성 보다는 공감의 실천방법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그동안 생각해 왔는데, 안타깝게도 내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기업사회공헌과 공감이란 주제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주변 기업사회공헌 실무자 몇 명에게 물어보았다. ‘당신네 회사 사회공헌에 공감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냐고?’ 그랬더니 놀랍게도 일곱명 중 다섯명이 우리회사 사회공헌엔 공감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나의 예측과 완전히 빗나간 응답이었다. 나는 적잖이 놀란 상황에서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홍보를 위한 사회공헌에서 공감은 사치다.

 

S사의 P주임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제 소속이 홍보실이잖아요. 사회공헌을 기획할 때 사회문제나 대상자에 대한 공감보다는 지금시점의 이슈나, 트렌드에 맞는지, 우리회사 PR 프레임에 적합한지가 기획서에 가장 윗단에 올라가거든요. 공감이란 단어를 기획서에 넣어봐야 윗사람들이 읽어보지도 않을 거예요.”

 

L사의 K대리는 지난 주에 우리회사 김장행사했잖아요.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서 근처 복지관 강당이나 회사 구내식당에서 하자고 기획안을 올렸더니, 위에 상무가 뭐라는지 아세요? ‘그러면 행사 사진에 회사 전경이 나와? 안 나오잖아, 작년처럼 회사 앞마당에서 하도록 해봐라고 하길래 제가 상무님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서 김장김치에 들어가면 드시는 어르신들도 안좋고, 행사에 참가하는 직원들도 불만이 많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죠. 그랬더니 상무가 그 김치 우리 회사 직원들이 먹는 거 아니잖아, 사회공헌 왜 하는거야 내가 설명해 줘야해.. 좋은 일도 좋지만 이거 다 회사 홍보비에서 나가는 거야.. 보도자료 안낼 거야라고 하더군요.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우리회사에서 공감 같은 건 사치예요라고 답했다.

 

C사의 S매니저는 겨울나눔활동을 하느라고 이불이랑 내복이랑 포장해서 직원들하고 같이 쪽방촌 어르신들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이불하고 내복을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사진은 언제 찍느냐고 묻는 거예요. 심지어 어떤 할머니는 사진 찍을 줄 알고 화장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얼마나 이런 일을 겪으셨으면 다들 이럴 실까 싶은 것이 마음이 안좋더라구요

 

공감의 기회가 없다.

 

임직원 봉사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N사의 Y대리는 이렇게 답했다. “공감을 하려면 여유를 가지고 대상자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은 대부분 그럴 수 없는 구조잖아요. 많아야 일년에 서너번 정도 모여서 복지관가서 두세시간 배식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나들이 보조하고, 김장하고, 연탄 나르고 이런 활동에서 누구와 공감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이나 어르신을 직접 만나는 걸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도 있고, 직원들 입장에선 회사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행사, 얼른 시간 때우고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회사의 경우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할 때 대부분 NGO들과 협력(지원)방식으로 하다보니, 실제 그 사회문제가 일어나는 현장에 가보거나 사업의 대상자들을 직접만나 볼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회공헌담당자가 하는 일이 협력 NGO 모니터링하고 NGO에서 결과보고서 보내주면 검토해서 다시 위에 보고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실제로 현장이나 대상자들에게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몰라요. 공감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실제 공감을 하기에 어려운 구조라고 봐요”. H사 복지재단의 K팀장의 말이다.

 

공감이 안되는데 어떻게 돕는다고 할 수 있죠?

 

공감에 대해 다들 필요성은 인정하나 기업사회공헌을 보는 경영진의 관점이나 실행구조상 공감을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을 들으며 한참 절망을 느끼고 있을 때 공감이 안되는데 어떻게 돕는다고 할 수 있나요?” 라고 되묻는 담당자가 있었다. 일본계 제약회사 E사의 S부장이다. 마침 그녀를 만난 때가 암생존자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바로 전이어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두 분의 중년 여성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그분들에게 물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공감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시나요?”, 두 사람의 대답은 명쾌하고 확실했다. “, 그럼요. S부장님은 공감이라는 단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예요. 암환자들은 보통 암을 겪은 당사자가 아니면 그 고통이나 힘듦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족이라도 암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말을 잘 믿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S 부장님은 오랜시간 우리와 함께 하면서 우리의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세세히 살피고, 같이 울고 웃기도 하고, 쉽지 않지만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무엇보다 암환자들이 불쌍해서 돕는다는 태도가 아니라, 암환자들 스스로 힘을 낼 수 있도록 환경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고, 암생존자들끼리 스스로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거든요. 이런 건 암생존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없으면 생각 할 수 도 없는 일이예요. 만일 S부장님과 이 프로그램에서 공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우리도 애초에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공감은 쉽지않다.

 

기업사회공헌에서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실제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의 기업사회공헌 대상자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인데,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더 깊은 공감을 하기 위해선 사회공헌담당자가 개인적으로 감수해야 될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업무적으로만 접근해서는 할 수 없죠. 개인적인 시간, 비용, 정성.. 그런 것들이 업무 외에 추가로 요구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S부장은 어떻게 암생존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사회공헌사업의 대상자들보다 기업 임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리회사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인 암생존자, 치매어르신, 뇌전증 환자나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음을 열면 되지만, 함께 일하는 회사내 임직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훨씬 어려운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업무도 바쁜데,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라고 하고 참여뿐만 아니라 우리회사의 경우 본인의 업무와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를 직접 찾아내고 그것을 비즈니스 혁신활동(솔루션 비즈니스)과 연계하라고 하거든요. 다들 힘들다고 하죠. 일본 본사에서 관심이 있고, 한국지사장님도 적극 지원해 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못해요”.

 

기업사회공헌은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일이다. 하나는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이 좋은 평판을 얻는 일이고 또 하나는 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공감이 빠진 기업사회공헌은 이 두 마리의 토끼 중 한 마리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홍보공헌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그 대상자에게 조차 사진 찍는 일로 인식될 뿐이다. 어찌 이런 사회공헌이 기업에게 좋은 평판을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또한 사회공헌의 대상이 되는 사회문제와 사람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공감 없이 사업을 해봐야 그것이 잘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 평가나 판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건 마치 사회복지에서 대상자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복지서비스를 실행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전략적 사회공헌, 공유가치창출, 사회혁신비즈니스, 콜랙티브 임팩트와 같이 세련되고 있어보이는 용어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기업사회공헌바닥에서 촌스럽게 공감이나 말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련되고 있어 보이는 것들의 개념부터 제대로 공부해보시라,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대상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다. 이해와 공감 없이 용어만 남발하는 것이 더 무지하고 촌스러운 일이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