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의 역사(2편)
1950년대~ 1960년대 CSR 연구가 시작되다.
매월 1회 CSR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CSR이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쪽 중심으로 설명하게 됨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CSR의 역사는 CSR을 공부하는 대학생, 대학원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연구와 이론적 부분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이점도 양해부탁드립니다.
▣ 1편 1950년대 이전의 CSR 클릭 ☞ 바로가기
CSR의 시대구분
CSR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197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미시간 대학 패트릭 머피(Patrick Murph)교수는 1978년 University of Michigan Business Review에 1950년대 전후를 시작점으로 해서 CSR의 시대를 4단계로 구분했습니다. 물론 이 구분은 미국기업 얘기입니다.
머피는 1950년대 이전 까지의 기간을 "자선의 시대"로 이름짓고 기업이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그것보다 조금 더 자선활동에 관심을 가져서 기업가나 기업이 직접 자선단체(공익재단 등)를 설립하고 운영을 시작했던 시기라고 구분했습니다. 다음으로 1953년~67년까지는 '인식(awareness)' 의 시대로 부르고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책임과 지역사회활동에 대한 참여 인식이 높아진 시기라고 했습니다. 이후 1968년~1973년까지의 기간은 전통적인 지역공동체의 붕괴, 인종 차별 및 공해 문제와 갖은 특정 쟁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이슈(issue)'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1974~78년까지를 '대응력(responsiveness)'의 시대로 이름짓고 기업들은 CSR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활동과 이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 시작한 관리활동에는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개선, 기업윤리검토, 사회성과공개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CSR 시대 분류가 정확한 날짜로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머피교수의 시대구분은 현재까지도 유용합니다. 오늘은 머피교수의 구분에 따르면 '인식의 시대'인 1950년대와 1960년대 CSR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950년대_CSR 수면위로 올라오다.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 (1953년)
CSR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1950년대 이전에는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 보다는 사회적 책임(SR)이 사용되었습니다. 왜냐하면 1950년대 이전까지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람들이 그리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기업이 사회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워드 R. 보웬(Howard R. Bowen)의 '비즈니스맨의 사회적 책임' 이 1953년 출판됩니다. 이 책은 사회적 책임 개념을 비로서 비즈니스 영역에 적용한 '제대로 된' 첫번째 책입니다. '제대로 된'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보웬의 책 이전에도 기업의 책임을 언급한 글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것들은 다른 주제의 글에 아주 일부분으로 언급된 정도였습니다.
보웬은 CSR은 기업가(특히 거대기업의)의 의사결정이 여러가지 면에서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보웬은 책에서 "비즈니스맨에게 어떤 사회적 책임(합리적이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이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현재시점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질문이며, CSR을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업에서 CSR을 실행하는 실무자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언제나 고민하고 있는 질문입니다.
보웬은 이 질문에 대해 '기업인들이 기업의 정책을 만들때나 의사결정을 할때 우리사회의 목표와 가치면에서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정의는 현재까지 CSR 거버넌스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로 통하며 2010년 11월 ISO가 발표한 사회책임가이드라인 ISO26000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웬은 기업인이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한다는 의미는 CSR이 비즈니스와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실질적인 해결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가야 할 방향(지향점)을 CSR이 인도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습니다.
보웬은 빠르게 변화, 성장하는 사회에 대한 비즈니스의 대응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관리 및 조직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1950년대 이전의 자선사업을 언급하며 이렇게 외부 자선단체의 요구에 기업이 마지못해 응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아주 일부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보웬은 구체적으로 이사회의 구성변화, 경영진의 사회인식에 대한 변화, 외부(사외)감사의 활용, 기업가에 대한 사회교육, 비즈니스 행동강령, 그리고 CSR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사회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제안은 현재까지 완벽히 완성된 것이 별로 없지만 1950년대 이후 CSR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밝혀주는 등대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CSR의 대표적인 학자 캐롤교수는 보웬을 이런 의미에서 "CSR의 아버지"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웬의 저술 이후에 1956년 Eels의 '자유로운 사회안에서의 기업의 기부(Corporate Giving in a Free Society)', 1957년 Heald의 '사회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Management’s Responsibility to Society: The Growth of an Idea)', 1959년 Selekman의 '경영을 위한 도덕철학(Moral Philosophy for Management)'등이 연이어 출판되었습니다.
1960년대_CSR의 성장
1960년대에 이르면서 미국은 전에 없던 경제, 사회적 부흥기를 겪습니다. 1950년대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뒷처리를 하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막 개막되었던 시기라고 한다면, 1960년대는 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이 시작되던 시기입니다. TV의 보급으로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고 기업은 TV를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상업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시대가 십대가 되었던 시기, 히피문화와 인종차별철폐운동, 베트남 반전운동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가 바로 1960년대였습니다.
1950년대에 SR이 아닌 CSR의 개념이 수면위로 살짝 보이긴 했어도, 그 형체를 완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이르러 CSR은 학자들에 의해 보다 명확한 개념으로 다듬어지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CSR 이론가는 키스 데이비스(Keith Davis)입니다. 데이비스는 1960년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있는가?' 라는 짧은 논문에서 CSR을 "기업의 직접적인 경제적 또는 기술적 이익을 넘어서는 기업가의 결정과 행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기업가가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는(이익만 추구하지 않는) 어떠한 결정과 행동을 하는 것을 CSR이라고 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사회적 책임을 경영적 맥락에서 고려하는 것이 복잡하고 장기적인 관점이고 번거러운 일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이 기업에게 유익을 줄 것이라는 경영적 관점의 CSR개념을 제시했고 이것은 이후 지속가능경영이나 전략적 CSR, 그리고 CSV에 이르는 이론적 뿌리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 CSR의 개념을 성장시킨 또 다른 저명한 학자들은 월리엄 C. 프레드릭(William C. Frederick)과 클라랜드 C. 월튼(Clarence C. Walton)입니다. 프레드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기업가 개인이나 기업조직의 사적 목적(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좁은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인적 차원에서 열린자세와 폭 넓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것을 실천하는 의지"라고 하였습니다.
월튼은 1967년에 출판한 그의 저서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ies' (제가 알고 있기론 CSR을 책 제목으로 한 최초의 단행 본)에서 당시까지 기업과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상과 사례를 소개하며 현대사회에서 기업가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책임(역할)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기업과 사회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가가 인식해야 하며 이것은 외부의 강압(권력, 제도, 관리감독)이나 특정한 이해관계 때문에 실천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자발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월튼은 CSR에서 기업과 사회의 관계의 중요성과 자발적 실천을 강조함으로써 이후 이해관계자관점 및 자발적(경영철학, 기업문화) CSR실천 이론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1960년대에도 자선사업은 실제적인 CSR의 실천방법으로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성공한 기업가들과 그의 가족들이 세운 공익재단들이 학교, 병원, 도서관, 공원, 체육시설, 공연장, 박물관 등 수천개의 지역사회 인프라를 만들었고 이는 미국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토양으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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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엔 국내기업의 CSR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어떤 회사일까요? 기대해 주십시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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