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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CSR 실무자의 독서_ 비이성적인 사람들,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by Mr Yoo 2019. 5. 25.



CSR 실무자의 독서

비이성적인 사람들,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CSR, 기업사회공헌실무자의 끝.. 그리고..


10년 전엔 다른 기업의 사회공헌실무자들과 만나면 주로 각자가 속한 기업에서 어떤 사회공헌사업을 하는지, 그 사업의 효과는 어떤지,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에 잘 참여하는지, 협력하는 단체와는 서로 잘 통하는지, 기업사회공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의사결정을 받아내는지 등, 일에 관한 이야기를 대부분 했습니다. 그런데 10년 후인 지금.. 그때 그 실무자들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10%도 안하고(아마도 각자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자식 키우는 얘기나, 아니면 회사에서 짤리면 뭘하지..하는 얘기를 합니다. 


며칠 전에도 저와 나이가 비슷한 H회사 사회공헌팀 차장님을 만나 커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얼마전 조직개편이 있었는데 많은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오십대는 물론이고 사십대 후반 부장과 팀장들까지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남의 회사만 그런것이 아니라 제가 일하는 회사도 현재 진행중인 일입니다. 신자본주의체제하에서 기업의 조직변화와 구조조정은 필수적인 경영방식이라 개인의 역량과 성과창출에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의 일입니다.


다른 부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사회공헌팀이나 CSR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2~3년 일하고 또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직원들은 상관없지만 저나 저와 같이 10년 이상 이 일만 한 사람들은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써먹을 데가 없기때문에 조직개편에 따라 부서가 없어지거나 인력조정이 있거나, 소속 상위부서가 달라져 기능이 변화되면 회사를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사회공헌이나 CSR 일을 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운이 좋으면 다른 회사에 자리가 생겨 옮길 수 도 있겠지만, 지금 일하는 회사나 그 회사나 사정이 마찬가지일테니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두권은 어쩌면 저의 미래가 될 지도 모르는 사회적 기업가, 소셜벤처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 : 존 엘킹턴, 파멜라 하티건 /2008년/2012년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고집스럽게 세상을 자신한테 적응시키려한다. 그래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조지 버나드 쇼/ 머리말 중"


2008년 발간되어 2012년에 한국어 번역판이 나온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은 사회적기업가 또는 소셜벤처기업가들의 필독서라 할만합니다. 제가 주장한 바는 아니고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제가 아는 사회적기업 대표 한분이 이 책 여러권을 구입하여 저를 포함한 여러사람에게 선물하면서 사회적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추천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은 지금도 열심히 장애인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잘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지속가능경영의 기본 컨셉 중에 하나인 TBL(Tripple Bottom Line :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의 교집합을 찾고 그것을 경영의 목표로 해야한다)개념을 제시한 바로 그 존 엘킹턴입니다. 이 책은 존 엘킹턴이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경제, 사회적기업을 아우르는 3부작 저작의 마지막편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1편인 <Carnivals with Forks : 1997년, 국내 미발간>에서 TBL의 개념을 소개했고, 2편인 <The Chrysalis Economy : 2002년, 국내미발간>에서 신자본주의의 파괴적 혁신방법으로 혼합가치경제를 소개했고, 그리고 3편인 이 책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 The Power of Unreasonable People>에서는 지속가능경영과 혼합가치경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업가와 기업/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기업 또는 소셜벤처에 대한 소개입니다.


이 책이 나온지 벌써 10년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 사업가들의 사례들은 여전히 펄떡 펄떡 뛰는 살아있는 생선입니다. 이 책에 나온 사례들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여전히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비이성적으로 열정적인 사람들과 사업들을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사업가, 소셜벤처를 준비하고 꿈꾸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참 좋은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존 엘팅턴이 쓴 그 좋고 많은 책들이 국내에 발간된 것이 거의 없어 안타까운데 그나마 이책을 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대가(大家)의 지식과 식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 무엇보다 글로벌적인 시각에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기능과 역할을 분석하고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 : 이새롬, 도현명, 2018년


존 엘킹턴의 책은 말 그대로 대가(大家)의 책입니다. 이론과 사례 그리고 저술가 본인의 이야기가 적절히 잘 믹스되어 있어 사회적기업을 공부하기 위한 교과서로 사용해도 차고 넘치는 그런 책이지만.. 재미있지는 않고, 형광펜 들고 밑줄 긋고 라벨 붙여가며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겠지만 왠지 술술 넘어가기 보다는 슬슬 졸음이 오는 책입니다. 사람이 솔직해야... ㅎㅎ


그에 비하면 작년 초에 발간된 "젋은 소셜벤처에게 묻다"는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마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혼동할 정도로 훅 끌리는 감성적인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카페에서 누굴 기다리며 잠깐 읽어도 간지나고,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 읽어도 부담없는, 그리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사회혁신과 소셜벤처계에 없어서는 안될 두 사람 이새롬, 도현명이 직접 여섯명의 소셜벤처 대표들을 만나 우리나라 소셜벤처의 현주소를 탐색하고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청년들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존경하고 경외하는 청년들이 있는데 바로 소셜벤처를 창업한 친구들입니다. 그저 돈을 벌기위해 창업을 했다고 하면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겠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어려운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사서 고생하는 청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책에 그런 청년들의 모습이 아주 잘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중에는 10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나도 소셜벤처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앞으로 10년 후에 지금을 뒤돌아 보며 그때 소셜벤처를 시작했어야 되는데 하며 후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CSR, 기업사회공헌실무로서의 저의 수명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진행, 계획되고 있는 요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할까를 매순간 고민하면서 얼마전 이 두 책을 다시꺼내 읽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도 지속가능경영, CSR, 사회공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지속가능경영, CSR, 사회공헌을 테마로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를 할 수는 없을까요? 생각은 깊게, 고민은 짧게, 행동은 과감하게!!.. 과연 유승권은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Balanced CSR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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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누구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겁니다.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하고, 기왕이면 좋은 일을 하고 싶고.... 저도 요즘 같은 고민입니다. 하지만 고민만 해서는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 주엔 "CSR의 역사_1970년대 2편"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