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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자초지종 1, 2, 3...

by Mr Yoo 2019. 8. 12.



자초지종(自初至終) 1. 친절한 말..


2008년 2월  이 블로그를 시작한 후 밥이든, 죽이든, 빵이든, 떡이든, 매 주 글 하나씩을 올렸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재작년 겨울과 작년 여름 주말을 제외하면 거르지 않던 일인데 올해 6월15일 글을 쓰고 장장 7주나 블로그를 쓰지 않았습니다. 쓰고 싶은 것들이 있었으나 꾹꾹 눌러 참아봤습니다.


7주나 블로그를 쓰지 않은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지난 6월 중순 경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과 관련한 어느 심사에 다녀온 일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스타트 업 단계에 있는 사회적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심사였는데 처음으로 참석했던 저는 그쪽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에 참가했다가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망의 마음을 담아 6월23일자 블로그를 썼고 심사 관계자 중 한 분이 그 블로그 글을 보고 항의 전화를 했습니다.


항의 전화의 내용은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단 몇시간의 심사에 참석한 경험만 가지고 사회적 기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황당하고 화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판사 문유석이 쓴 『개인주의자 선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누군가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제가 쓴 블로그 글은 제 딴에는 참말이고,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절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참말도 아니고, 필요한 말도 아니고, 친절한 말도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의전화에 대한 제 나름의 미안함을 담아 7주 동안 블로그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자초지종(自初至終) 2. 새로운 계단..


1999년 들꽃피는 마을/학교, 2004년 이랜드복지재단, 2006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08년 한미글로벌(따뜻한 동행), 2011년 SPC그룹(SPC행복한재단), 2015년 JB금융지주.. 그리고 지난 7월1일부터 "소셜벤처허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일곱번째 직장이니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일곱번째 직장을 다니게 된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올해 3월말 JB금융지주 회장이 새로 취임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팀장으로 있었던 CSR팀이 경영지원조직에서 홍보조직으로 이동했습니다. 제 의사는 묻지도 않았습니다. 평소 CSR이 홍보조직에 있으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던 제가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회사에 대한 정이 똑 떨어졌습니다. 마침 계약기간도 올 연말까지라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운 지인이 서울시에서 새로 설립하는 소셜벤처허브에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줬고 공동모금회 입사 이후 13년만에 공채에 응시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소식을 접한 또 다른 가까운 지인은 서울시 공무원들이랑 일하는 것이 많이 힘들텐데..라고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지만, 소셜벤처라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즐거움으로 계약기간인 3년을 잘 채워보려 합니다. 


소셜벤처허브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근처에 있고 오는 9월 말 정식 개관합니다. 지금은 완전 공사판이고 일부분은 개관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선릉역 지나실 일 있으면 한번 들려주십시오.




자초지종(自初至終) 3. 어깨.. 무너지다.


가까운 지인들은 잘 알겠지만 저는 어깨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머리가 좋지도 않고 눈치도 둔한 편이고 말도 어눌하고 손재주도 없는 사람이라 그저 일과 사람을 어깨로 떠받치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는 그런 소 같은 사람입니다. 소가 멍에를 어깨에 메고 느릿 느릿 밭을 가는 방식이 제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그 어깨가 무너졌습니다. 작년 초 학위를 마치고 나서 후유증으로 조금씩 쑤시기 시작하더니 올 3월부터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 잠도 못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었습니다. 병원가서 비싼 주사를 십수대 맞고 한의원가서 침과 뜸과 부항을 뜨고 독한 진통제를 넉달 넘게 먹어도 통증이 전혀 가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7월 말 의사도 그리 권하지 않던 시술을 받고서야 조금 나아졌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진통제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어깨석회건염과 오십견이 겹치고 목 디스크가 어떻고 자세가 안좋다는 의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나이가 이제 아플 나이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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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라도 블로그를 쉬면 큰일 날 것 같았는데 7주나 쉬었는데도 아무 일 없는 걸 보면 이 블로그도 그냥 집착인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부터 또 밥이든, 죽이든, 떡이든, 빵이든 써 보겠습니다.  소셜벤처 쪽으로 왔으니 아무래도 CSR과 소셜벤처 이야기를 조금씩 섞어 보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