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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CSR & ESG

CSV와 CSR... 색 안경을 끼고 보면 제대로 볼 수 없다.

by Mr Yoo 2019. 6. 15.


색 안경을 끼고 보면 제대로 볼 수 없다.

CSV는 Next CSR이 아니다.


이제 CSV가 대세인 건 아시죠?


원래 이번 주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대기업 사회공헌프로그램 사례(2)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어떤 교수님 한분이 제 신경을 살짝 긁어 주시는 바람에 갑자기 블로그 주제를 CSV로 바꿨습니다. 진짜.. CSV에 대한 글을 몇번째 쓰고 있는지.. 이제는 그만써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몇 주전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OO대학 경영학과 조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떤 분이 '이번에 CSV와 관련된 사례논문을 쓰고 있는데 기업의 CSR 실무자들을 만나서 CSV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며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전 퇴근 후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커피가 나오자 마자 이분의 말씀 "유팀장님 이제 CSR이 아니라, CSV가 대세인 건 잘 아시죠? "..  윽!! ..  2시간 가까이 교수님과 또 함께온 석사과정 연구생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계속 제 입에서 '이제는 CSR이 아니고 CSV를 기업들이 원하고 있다' 라는 말이 나오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쓰셨습니다.  


제가 몇번이나 'CSR이 기업사회공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비즈니스 벨류체인 전체에 기업이 사회 환경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CSV는 경영전략으로 봐야지 CSR과 같이 기업의 경영원칙이나 행동강령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더더구나 CSR이 후진 개념이고 CSV가 더 앞선 개념이 아니다. 이미 전략적 CSR에 CSV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 교수님은 자신의 주장을 꺽지 않으시더군요. 


자신이 이제까지 나온 CSR과 CSV에 대한 논문을 거의 다 읽어봤는데, 국내 기업의 CSR은 아직 기업사회공헌수준이고, 진정한 CSR은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CSR로 발전하기에는 불가능 할 것 같다.  차라리 CSV가 명확하고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으니 유팀장님같은 실무자들이 CSV를 적극 지지 해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CSV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기본적인 사회, 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전략이나 상품, 서비스에 CSV 개념만 적용시킨다고 하면 그린워싱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요?" 라고 되물었습니다.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저에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고 일어나며  '유팀장님도 앞으로 CSR을 계속하려면 CSV를 좀더 공부해야 한다' 고 잘 가르쳐주시고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이분의 논문을 찾아보니 CSV를 주창한 마이클 포터의 광팬이시더군요. 마이클 포터의 색안경을 끼고 보니 CSR이 시시해 보였을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CSV에 대해 썼던 대학원 시절 리포트 파일을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오늘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그 교수님이 보내드린 리포트를 읽어 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망치를 손에 쥐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고, 빨간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모든 세상이 빨갛게 보이듯이, CSV가 최고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기존의 기업사회공헌이나 CSR이 우스워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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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는 CSR의 넥스트가 아니다.


Poter and Kramer(포터와 크래이머)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2월호에 “The big idea Creating Shared Value”를 기고하였다. 그 후 국내외 경영학계와 CSR 영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요언론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CSR을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라는 명패를 달고 이후 2~3년간 ‘CSV 신드롬' 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큰 트렌드를 형성하였다. 이하에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Poter and Kramer의 본문을 중심으로 CSV에 대한 개념과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CSV의 주장 배경

 

Poter and Kramer에 의하면, 최근 기업은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지역사회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비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용할 수 록 사회문제의 해결자가 아닌 책임자로서 더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기업의 정당성은 실추되고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는 악순환의 덫에 잡혀있다. Poter and Kramer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기업 스스로에게 있으며 지난 몇 십 년 동안 기업들은 가치창출이라는 것을 단기 재무성과에 국한하여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하는데 더 넓은 영향력과 사회적 기회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CSV의 개념

 

Poter and Kramer는 공유가치의 개념에 대해서 공유가치는 기업이 만든 가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전체 풀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얻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바로 공유가치창출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공유가치는 사회적 책임도, 자선도, 지속가능성도 아닌, 기업의 경제적 성공을 위한 새로운 방식이라고 공유가치의 차별성을 제시하며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그 자체가 아니라 공유가치 창출로 재정의 되어야 하며, 공유가치는 글로벌 경제의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흐름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CSRCSV의 차이

 

Poter and Kramer는 기존의 CSR은 공유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기업의 수동적, 반응적 비용창출활동으로 자원을 낭비해왔다고 CSR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CSR은 비전략적 접근인 데 비해 CSV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CSR이 기업의 수익을 재분배 하는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주변적이며 부차적인 문제로 다루었다면, ‘CSV는 사회문제를 기업의 비즈니스 핵심으로 끌어들여 보다 전략적,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라고 CSRCSV의 차이점을 설명하였다.

 

전략적 CSRCSV의 관계

 

2011CSV 개념이 제시된 후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국내외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국외의 연구들은 대부분 기존의 전략적 CSRCSV가 개념적으로 큰 차별점이 없으며 단지 CSV가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적 가치 창출부분을 강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Crane et al, 2014; Dembak & Singh, 2014). 또한 기존에 전략적 CSR의 대표적 개념을 제시했던 다른 학자들은 CSV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김종대외, 2016). 예를 들어 1984년 이해관계자 이론을 제시한 Freeman의 경우 CSV가 근본적으로 이해관계자 이론의 재표현에 불과하다고 하였으며(Strand & Freeman, 2015), 1997TBL 개념을 제시한 ElkingtonCSR 또한 사람, 지구환경, 경제적 이익 중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집합적인 가치창출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CSR을 기업사회공헌으로만 제한한 Poter and Kramer의 주장이 CSR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Elkington,2013).

 

또한 CSV의 중요한 실행방안과 사례로 제시한 BOP의 경우 이미 2004년에 Prahalad가 제시한 개념이며 그동안 많은 성공사례가 소개된 된 바 있다. 그리고, '공유가치(Shared Value)'란 용어에 대해서는 2000Emerson이 제시한 '혼합가치(Blended Value : 조직과 자본의 의한 가치창출은 사회, 경제 및 환경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가치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며 경제적 이익 추구와 사회적 가치창출은 별개로 구분되지 않고 동시에 이루어진다)'와 큰 차이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업이 영리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해 고객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Peter Drucker가 이미 1950년대에 제시한 오래된 주장이다.

 

또한 Crane et al(2014)CSV에 대해서 기존의 CSR 및 전략적 CSR 개념과 비교하면서 CSV는 독창적인 것이 아니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내재되어있는 기업과 사회와의 긴장감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CSV가 비즈니스에 대한 너무 순진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CSVPoter and Kramer의 주장처럼 현 자본주의의 문제를 혁신할 수 있을 정도의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국외의 주요 연구를 정리하면 Poter and KramerCSV를 통해 주장한 개념이 잘못된 개념은 아니지만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기존의 전략적 CSR의 프레임을 공유가치라는 적절한 용어로 재구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CSV개념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거나 전략적 CSR과 객관적인 비교 없이 Poter and Kramer가 주장한 그대로 받아들여 CSVCSR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기존의 전략적 CSR 실천사례를 CSV 개념적 틀에 맞추어 분석한 논문과 언론 보도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CSR에 대한 기존의 국내연구가 대부분 기업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의 CSR이나 전략적 CSR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논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CSV 개념을 성급히 받아들인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종대 외(2016)CSV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여 성공적 CSR 실행전략으로 CSV의 효용성에 대한 긍정성을 평가하였으나 그는 국내에서 발생한 소위 ‘CSV 신드롬은 국외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며, 특히 Poter and KramerCSV의 성공사례로 제시한 기업 중 오로지 네슬레만 CSV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은 CSR, 지속가능경영, 전략적 CSR 등의 용어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CSV 신드롬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국내 언론과 기업들이 대부분 CSR을 사회공헌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Poter and KramerCSR을 자선적 CSR의 개념에 한정해서 비판한 것에 대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국내외 연구들을 종합하면CSRCSV가 전혀 다른 개념이 아니며, 국내 일부언론이 주장한 CSVCSR을 대체한다는 식의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다양한 대안적 개념이 제시되고 혼합되어 기업경영현장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무적으로 발전해온 전략적 CSR이 이미 CSV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oter and KramerCSV 관련 주장은 CSR에 대한 논쟁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기업들이 CSR의 전략적 유용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주장한 데로 기존의 CSR을 대체할 만한 혁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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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제 리포트와 같은 내용의 글들은 인터넷에서 아주 쉽게 많이 찾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CSV 색안경을 쓰고 있는 분들을 가끔, 종종 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CSR이 제대로 되지 않는 기업에서 CSV을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CSR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내는 일입니다. 다음 주엔 오늘 소개하지 못한 "소셜벤처지원 기업사회공헌 사례(2)"를 올리겠습니다. 블로그 찾아주셔서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Balanced CSR 유승권